아버지는 일어서실 때마다 벽을 짚으셨습니다

어르신이 일어서실 때 잠깐 휘청하시는 것을 연세 탓으로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누워서 한 번, 일어서서 1분과 3분에 한 번씩 혈압을 재 보면 이유가 숫자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양원 어르신 절반이 하루 중 한 번은 일어설 때 혈압이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상담 중에 한 따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지난주 새벽에 화장실 가시다가 넘어지셨어요.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으셨는데, 병원에서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소파에서 일어나실 때마다 벽을 한 번씩 짚으셨어요. 저는 그냥 무릎이 안 좋으셔서 그런 줄 알았어요. 혈압약을 드시는데 그 약 때문인가요? 약을 끊어야 하나요?"

그 자리에서 약을 끊으시라고도, 계속 드시라고도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처방은 의사가 정하는 일이기도 하고, 기립성 저혈압은 원인이 하나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대신 기립성 저혈압이 무엇이고 어떻게 재는지, 어떤 약이 영향을 주는지, 요양원에서는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연구와 지침을 찾아봤습니다.

보행기를 짚고 서 있는 분입니다. 일어서는 순간 혈압이 떨어지면 다리 힘이 있어도 몸이 휘청할 수 있습니다 (사진: rawpixel.com, CC0, 위키미디어 공용)
보행기를 짚고 서 있는 분입니다. 일어서는 순간 혈압이 떨어지면 다리 힘이 있어도 몸이 휘청할 수 있습니다 (사진: rawpixel.com, CC0, 위키미디어 공용)

기립성 저혈압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사람이 누워 있다가 일어서면 피가 중력 때문에 다리와 배 쪽으로 몰립니다. 보통은 몸이 곧바로 혈관을 조이고 심장을 조금 빨리 뛰게 해서 머리로 가는 피가 모자라지 않게 합니다. 나이가 들거나 어떤 약을 드시거나 몸에 물이 모자라면 이 반응이 늦어집니다. 그러면 일어선 뒤 혈압이 떨어진 채로 한동안 올라오지 않습니다.

국제 합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일어선 뒤 3분 안에 수축기 혈압(위 혈압)이 20mmHg 이상 떨어지거나, 이완기 혈압(아래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진 상태가 이어지면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합니다. 신경계 질환으로 생긴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면서 누워 있을 때 혈압이 150/90 이상으로 높은 분은 수축기 30mmHg, 이완기 15mmHg 하강을 기준으로 보는 편이 더 맞을 수 있다고 합의문에 적혀 있습니다.

누운 자세로 혈압을 재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운 혈압과 선 혈압을 비교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림: DataBase Center for Life Science,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누운 자세로 혈압을 재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운 혈압과 선 혈압을 비교해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림: DataBase Center for Life Science,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그래서 앉아서 한 번 재는 보통의 혈압 측정으로는 잘 안 잡힙니다. 영국 왕립내과의사회가 2025년 7월에 낸 측정 절차는 이렇게 하라고 합니다. 최소 5분 누워 계시게 한 뒤 한 번 재고, 일어서신 뒤 1분 안에 한 번, 3분 서 계신 뒤 한 번 더 잽니다.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면 더 재 봅니다. 서 계시기 어려운 분은 넘어지지 않게 옆에서 붙잡아 드려야 합니다.

누워서 5분, 일어선 뒤 1분 안, 서서 3분에 각각 혈압을 재서 누운 혈압과 비교합니다 (자료: 영국 왕립내과의사회 누운 혈압·선 혈압 측정 절차 2025, Gibbons 외 J Neurol 2017)
누워서 5분, 일어선 뒤 1분 안, 서서 3분에 각각 혈압을 재서 누운 혈압과 비교합니다 (자료: 영국 왕립내과의사회 누운 혈압·선 혈압 측정 절차 2025, Gibbons 외 J Neurol 2017)

같은 절차는 수축기가 20mmHg까지 안 떨어져도 선 혈압이 90mmHg 아래로 내려가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보라고 합니다. 이완기가 10mmHg 떨어진 경우는 어지러움 같은 증상이 함께 있을 때만 그렇게 봅니다. 측정할 때는 숫자만 적지 않고 어지러운지, 눈앞이 흐린지, 얼굴이 창백해지는지도 함께 적습니다. 3분이 지나서야 떨어지는 분도 있습니다. 미국 자율신경 검사실에서 기울기 검사(누운 검사대를 세워 가며 혈압을 보는 검사)로 기립성 저혈압이 확인된 환자 230명을 본 연구에서는 3분 안에 나온 경우가 46%였고, 10분이 지나서 나온 경우가 39%였습니다.

어르신은 얼마나 많이 겪으시나요?

생각보다 흔합니다. 2020년에 여러 연구를 한데 모아 다시 분석한 논문(메타분석)이 있습니다. 집에서 지내시는 60세 이상 어르신을 조사한 연구 20편, 24,967명을 모았는데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비율이 22.2%였습니다. 요양시설 같은 장기요양기관 연구 6편, 2,694명에서는 23.9%였습니다. 다섯 분 중 한 분 남짓입니다.

한 번 재서 이 정도이고, 여러 번 재면 더 많이 나옵니다. 1997년 미국 요양원 45곳의 입소자 911명을 하루 네 번 일어서시게 해서 1분과 3분에 혈압을 재, 모두 여덟 번 잰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떨어진 경우를 기립성 저혈압으로 봤습니다. 여덟 번 중 한 번이라도 기립성 저혈압이 나온 분이 51.5%였습니다. 네 번 이상 나온 분은 13.3%였습니다. 같은 분이라도 언제 재느냐에 따라 나오기도 하고 안 나오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요양원 어르신 911명을 하루 여덟 번 재 보니 절반 넘는 분에게서 한 번 이상 기립성 저혈압이 나왔고, 아침 식사 전에 처음 일어날 때 가장 흔했습니다 (자료: Ooi WL 외, JAMA 1997)
요양원 어르신 911명을 하루 여덟 번 재 보니 절반 넘는 분에게서 한 번 이상 기립성 저혈압이 나왔고, 아침 식사 전에 처음 일어날 때 가장 흔했습니다 (자료: Ooi WL 외, JAMA 1997)

그러니 병원 외래에서 한 번 재 보고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한 번 나왔다고 해서 매번 그런 것도 아닙니다. 하루 중에도 때를 바꿔 가며 여러 번 재 봐야 합니다.

왜 아침과 식사 뒤에 더 어지러우신가요?

앞의 요양원 연구에서 기립성 저혈압이 가장 많이 나온 때는 아침 식사 전, 일어서신 지 1분째로 21.3%였습니다. 가장 적게 나온 때는 점심을 드신 뒤 3분째 측정으로 4.9%였습니다. 연구진은 아침에 처음 일어나실 때, 누운 혈압이 가장 높을 때 기립성 저혈압이 가장 흔하다고 봤습니다. 이 연구가 밤에 잰 것은 아니지만, 밤새 누워 계시다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실 때도 조심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식사 뒤에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따로 식후 저혈압이라고 부릅니다. 밥을 먹으면 소화를 위해 피가 배 속 장기로 많이 가는데, 어르신은 그만큼 다른 곳의 혈관을 조여 주는 힘이 약해서 혈압이 내려갑니다. 식사 뒤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떨어지는 것을 기준으로 봅니다.

장기요양시설 어르신 499명의 식후 혈압을 재 보니 대부분 식사 뒤 30분에서 60분 사이에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자료: Aronow WS·Ahn C, J Am Geriatr Soc 1994)
장기요양시설 어르신 499명의 식후 혈압을 재 보니 대부분 식사 뒤 30분에서 60분 사이에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자료: Aronow WS·Ahn C, J Am Geriatr Soc 1994)

1994년 미국 장기요양시설 어르신 499명, 평균 나이 80세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24%가 식후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떨어졌습니다. 혈압이 가장 낮아진 때는 식사 뒤 30분에서 60분 사이인 분이 가장 많았습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넘어진 적이 있는 분은 식후 혈압이 평균 21mmHg 떨어졌고, 넘어진 적이 없는 분은 13mmHg 떨어졌습니다. 1991년 요양원 어르신 113명을 본 다른 연구에서는 36%가 식후에 20mmHg 넘게 떨어졌고, 11%는 수축기 혈압이 100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점심을 드시고 바로 일어나 화장실에 가시거나, 식사 뒤 휠체어에서 일어나실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2017년 전문가 권고문을 보면, 한 번에 많이 드시는 식사, 특히 밥이나 면처럼 탄수화물이 많은 식사나 술을 곁들인 식사가 혈압을 더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같은 권고문은 사우나나 긴 뜨거운 샤워처럼 몸을 덥게 하는 상황, 오래 누워 지내 체력이 떨어진 상태도 혈압 저하를 키운다고 했습니다.

어지럽다고 안 하시면 괜찮은 건가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어르신은 "어지럽다"고 콕 집어 말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7년 권고문은 기립성 저혈압 증상으로 어지럼 말고도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뒷목과 어깨가 옷걸이 모양으로 뻐근한 것, 서 있을 때 숨이 차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치매가 있으신 분은 이런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 더 어렵습니다. 갑자기 주저앉으시거나, 일어서려다 다시 앉으시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주비행사 알렉산더 게르스트가 2014년 우주 비행 전에 기울기 검사대에서 균형감각(전정기관) 검사를 받는 모습입니다. 병원의 기립 검사도 이런 검사대를 세워 가며 혈압과 맥박을 봅니다 (사진: Victor Zelentsov,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우주비행사 알렉산더 게르스트가 2014년 우주 비행 전에 기울기 검사대에서 균형감각(전정기관) 검사를 받는 모습입니다. 병원의 기립 검사도 이런 검사대를 세워 가며 혈압과 맥박을 봅니다 (사진: Victor Zelentsov,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넘어짐과의 관계도 연구로 나와 있습니다. 2019년에 연구 63편을 모아 정리한 논문(체계적 문헌고찰)이 있습니다. 그중 50편, 49,164명의 결과를 합쳐 보니(메타분석)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분이 없는 분보다 넘어진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오즈비 1.73, 넘어질 가능성을 견준 값입니다). 어떤 어르신들을 조사했든,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했든 결과는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넘어짐은 어르신이 다쳐서 입원하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6월에 발표한 2024년 퇴원손상통계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이 다쳐서 입원한 경우의 66.4%가 추락이나 낙상 때문이었습니다. 앞의 따님 아버님처럼 새벽에 화장실 가시다 넘어지셨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한 번 재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혈압약 때문인가요? 약을 끊어야 하나요?

약이 원인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다만 모든 혈압약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2021년에 가짜 약(위약)과 비교한 임상시험 69편, 27,079명을 모은 메타분석이 있습니다. 기립성 저혈압을 위약보다 뚜렷하게 더 많이 일으킨 약은 베타차단제, 삼환계 항우울제, 중추작용 혈압약, 2세대 항정신병약, 알파차단제, SGLT-2 억제제였습니다. 반대로 흔히 쓰는 혈압약인 칼슘차단제와 ACE억제제·ARB, 항우울제인 SSRI는 위약과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위약과 비교했을 때 베타차단제·삼환계 항우울제·알파차단제 같은 약은 기립성 저혈압을 더 잘 일으켰고, 칼슘차단제와 ACE억제제·ARB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자료: Bhanu C 외, PLoS Med 2021)
위약과 비교했을 때 베타차단제·삼환계 항우울제·알파차단제 같은 약은 기립성 저혈압을 더 잘 일으켰고, 칼슘차단제와 ACE억제제·ARB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자료: Bhanu C 외, PLoS Med 2021)

이 메타분석에 들어간 시험은 참가자가 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자들도 어르신에게서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적었고, ACE억제제나 이뇨제가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킨다는 기존 보고가 이번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도 젊고 건강한 참가자를 들었습니다. 베타차단제는 숫자가 유난히 크지만, 실제 값이 2.5배에서 24배 사이 어디일지 모를 만큼 범위가 넓어서 숫자 자체는 불확실합니다. 숫자 하나하나보다는 어떤 종류의 약이 의심받는지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탐스로신 0.4mg 캡슐입니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소변 줄기가 약할 때 많이 드시는 알파차단제입니다 (사진: Tomino de WS,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탐스로신 0.4mg 캡슐입니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소변 줄기가 약할 때 많이 드시는 알파차단제입니다 (사진: Tomino de WS,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어르신 약 봉투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이 전립선약입니다. 할아버님들이 밤에 소변 때문에 자주 깨셔서 드시는 탐스로신, 독사조신, 테라조신 같은 알파차단제가 여기에 속합니다. 밤에 자주 일어나시는데 그때마다 혈압이 떨어지기 쉬운 약을 드시고 계신 셈입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에도 이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탐스로신 허가사항에는 일어설 때 혈압이 떨어질 수 있으니 자세를 바꿀 때 조심하라는 내용과, 혈압약과 같이 드시면 기립성 저혈압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테라조신은 첫 용량을 자기 전에 1mg으로 시작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약으로 실신한 경우가 약 1%였고, 첫 복용 뒤 30분에서 90분 사이에 실신한 예도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60~75세 남성을 분석한 2022년 국내 연구에서는 탐스로신처럼 전립선에 선택적으로 듣는 알파차단제를 드신 분들이 넘어진 경우가 더 많았고(오즈비 1.80, 넘어질 가능성을 견준 값), 약을 먹은 분들의 낙상 968건 가운데 455건(47%)이 복용 첫날에 일어났습니다. 전립선약을 새로 시작하셨다면 처음 며칠은 밤에 일어나실 때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푸로세미드 40mg입니다. 몸의 물을 소변으로 빼는 이뇨제라 물을 적게 드시는 날에는 혈압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 Pavel Dušek,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푸로세미드 40mg입니다. 몸의 물을 소변으로 빼는 이뇨제라 물을 적게 드시는 날에는 혈압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 Pavel Dušek,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이뇨제나 협심증에 쓰는 질산염도 의심받는 약입니다. 위의 1994년 장기요양시설 연구에서도 이뇨제와 질산염, ACE억제제, 칼슘차단제, 정신과 약을 드시는 분이 식후 혈압이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다만 그 연구에서는 앞의 메타분석에서 차이가 없던 ACE억제제와 칼슘차단제도 함께 걸렸습니다. 약끼리 공정하게 비교하려고 짠 연구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 약병입니다. 가슴이 조일 때 혀 밑에 넣는 질산염 약으로, 혈관을 넓혀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사진: Intropin,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 약병입니다. 가슴이 조일 때 혀 밑에 넣는 질산염 약으로, 혈관을 넓혀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사진: Intropin,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그렇다고 혈압약을 보호자가 마음대로 끊으시면 안 됩니다. 미국에 SPRINT라는 큰 시험이 있습니다. 혈압을 아주 낮게 조절한 쪽과 보통으로 조절한 쪽을 비교한 시험입니다. 2020년에 이 자료를 다시 분석해 보니 혈압을 더 낮춘 쪽에서 측정 때 기립성 저혈압이 나온 비율이 오히려 조금 낮았습니다(5.0% 대 5.7%). 측정에서 잡힌 기립성 저혈압은 다쳐서 병원에 가는 낙상과도 관련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 시험은 요양원 입소자와 치매가 있는 분, 서 있을 때 수축기 혈압이 110 아래인 분을 빼고 했기 때문에, 요양원 어르신에게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진은 증상 없는 기립성 저혈압만을 이유로 혈압약을 줄이지는 말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약을 바꿀지는 어르신의 다른 병과 증상을 다 아는 의사가 정합니다. 보호자께서는 일어서실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언제 그랬는지를 의사에게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약 말고도 해 볼 것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아래는 2017년 전문가 권고문과, 여러 연구를 모아 정리한 2020년 논문(체계적 문헌고찰)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권고문은 주로 신경계 질환으로 생긴 기립성 저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라, 어르신마다 맞는지는 의사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물 한 잔입니다. 물을 한 번에 마시면 혈압이 잠시 오르는데, 건강한 노인도 평균 11mmHg 올랐습니다 (사진: Kurt Kaiser, CC0, 위키미디어 공용)
물 한 잔입니다. 물을 한 번에 마시면 혈압이 잠시 오르는데, 건강한 노인도 평균 11mmHg 올랐습니다 (사진: Kurt Kaiser, CC0, 위키미디어 공용)

첫째는 물입니다. 2000년 연구에서 물 480mL 정도를 마시게 했더니 건강한 노인도 수축기 혈압이 평균 11mmHg 올랐습니다. 자율신경에 병이 있는 환자는 30mmHg 넘게 올랐습니다. 젊은 사람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2017년 권고문은 자율신경 문제로 생긴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분이 물 약 500mL, 두 컵 남짓을 5분 안에 마시면 혈압이 오르고 효과가 1시간쯤 간다고 적었습니다. 심장이나 콩팥이 안 좋아 물을 제한받고 계신 분은 먼저 의사에게 물어보셔야 합니다.

둘째는 침대 머리 쪽을 높이는 것입니다. 권고문은 침대 머리 쪽을 발보다 15~23cm 높이라고 합니다. 베개를 여러 개 쌓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매트리스 밑에 쐐기를 넣거나 침대 머리 쪽 다리 밑을 받쳐서 몸 전체가 기울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침에 일어날 때 혈압이 덜 떨어집니다.

셋째는 압박입니다. 다리에 신는 압박 스타킹은 효과를 보려면 꽤 세게 조여야 해서 어르신이 꾸준히 신기 어렵습니다. 권고문은 배를 감싸는 복대를 먼저 시도해 볼 만하다고 했습니다. 2020년 논문에서도 배를 감싸 주는 압박은 효과가 있었고, 다리 압박붕대는 여러 연구를 합쳐 봐도 뚜렷한 효과가 없었습니다.

무릎까지 오는 것과 허벅지까지 오는 압박 스타킹입니다. 2017년 권고문은 무릎까지 오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하고, 허벅지나 허리까지 오는 것을 30~40mmHg로 세게 조여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사진: Lentpjuve,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무릎까지 오는 것과 허벅지까지 오는 압박 스타킹입니다. 2017년 권고문은 무릎까지 오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하고, 허벅지나 허리까지 오는 것을 30~40mmHg로 세게 조여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사진: Lentpjuve,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넷째는 식사를 조금씩 자주 드시는 것입니다. 한 번에 많이 드시면 식후에 혈압이 더 떨어집니다. 식사 뒤에는 바로 일어나시지 말고 잠시 앉아 계시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섯째는 일어서기 전에 다리를 꼬거나 다리에 힘을 주는 동작입니다. 같은 2020년 논문에 실린 연구들을 보면, 다리를 꼬거나 다리 근육에 힘을 주거나 몸을 앞으로 숙이면 혈압이 덜 떨어졌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의 생활수칙도 비슷합니다. 천천히 일어나서 어지러움이 가신 뒤에 걸으라고 하고, 어지러울 때는 다리를 꼬고 힘을 주거나 한 발을 의자에 올리고 몸을 앞으로 숙이라고 합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소금을 적당히 먹되 둘 다 주치의와 상의하라고 하고, 술은 피하라고 합니다. 증상이 되풀이되면 전문의 진료를 받고, 쓰러지면 응급실로 가라고 안내합니다.

요양원은 어르신 혈압을 어떻게 살피게 되어 있나요?

우리나라 고시와 평가 기준에 적힌 것부터 보겠습니다.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고시(보건복지부 고시 제2026-189호) 제43조를 보면 요양원은 어르신 건강을 정기적으로 살펴서 기록하고, 드시는 약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같은 조에는 낙상과 욕창, 시설 안 사고를 막도록 애쓰고, 화재 같은 응급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을 두고 직원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협약의료기관 및 계약의사 운영규정 제10조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혈압과 맥박, 호흡, 체온 같은 건강상태를 매일 확인해서 건강관리기록부에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 노인요양시설 평가 기준도 낙상을 따로 봅니다. 모든 어르신의 낙상 위험을 반년에 한 번 이상 정해진 도구로 따져 봤는지, 새로 들어오시는 분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따져 봤는지를 봅니다. 손잡이와 미끄럼 방지를 해 두었는지, 넘어질 위험이 큰 어르신을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해 두었는지, 직원이 낙상 위험이 높은 어르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지도 봅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의 인력 기준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입소자 25명당 한 명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규정들에 「누운 혈압과 선 혈압을 비교해서 재라」는 말은 없습니다. 매일 혈압을 재더라도 앉아 계실 때 한 번 재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은 노인과 당뇨병 환자,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되는 사람은 앉아 있다가 일어선 뒤 1분과 3분에 혈압을 재라고 하고, 노인 고혈압 환자는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지 보려고 주기적으로 선 혈압을 재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같은 지침은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혈압약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도 적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병동의 자동 혈압계입니다. 요양원에서도 간호 인력이 어르신의 혈압과 맥박을 재고 기록합니다 (사진: U2em,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서울대학교병원 병동의 자동 혈압계입니다. 요양원에서도 간호 인력이 어르신의 혈압과 맥박을 재고 기록합니다 (사진: U2em,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요양원을 고르실 때는 혈압을 재는지만 묻지 마시고 어떻게 재는지 물어보시면 좋습니다. 앉아서만 재는지, 넘어지신 적이 있는 분은 누운 혈압과 선 혈압을 비교해 보는지 여쭤보시면 됩니다. 콧줄이나 욕창처럼 간호가 더 필요한 분을 위한 전문요양실에서 간호 인력이 무엇을 맡는지도 함께 보시면 좋고, 요양원 고르실 때 확인할 것들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Q. 부모님이 일어나실 때 어지럽다고 하시는데 혈압약을 끊어야 하나요?

보호자가 혈압약을 임의로 끊으시면 안 됩니다. 2021년 메타분석에서 흔히 쓰는 칼슘차단제와 ACE억제제·ARB 혈압약은 위약과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 혈압을 더 낮게 조절한 SPRINT 시험에서도 기립성 저혈압이 더 늘지 않았습니다. 다만 SPRINT는 요양원 입소자와 치매가 있는 분을 빼고 한 시험입니다. 대신 전립선약인 알파차단제, 일부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 이뇨제처럼 의심받는 약이 있으니, 드시는 약 목록을 들고 진료를 받으시면서 누운 혈압과 선 혈압을 재 달라고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지러움이 언제 생기는지, 아침인지 식사 뒤인지를 적어 가시면 의사가 판단하기 쉽습니다.

Q.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셔도 그대로 물어보실 것

  1. 넘어지신 적이 있거나 어지럽다고 하시는 어르신은 누운 혈압과 선 혈압을 비교해서 재 보시나요?
  2. 혈압은 하루 중 언제 재시나요? 아침에 처음 일어나실 때나 식사 뒤에도 재 보시나요?
  3. 밤에 화장실 가실 때 혼자 일어나시는 분은 어떻게 살피시나요?
  4. 어르신이 어지러워하시면 계약의사나 병원에 어떻게 알리고, 보호자에게는 언제 연락하시나요?
  5. 드시는 약 가운데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약이 있으면 의사와 다시 검토하도록 챙겨 주시나요?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위의 다섯 가지 질문은 저희에게도 그대로 하셔도 됩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생활실입니다. 침대 맞은편에 서랍장과 텔레비전이 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생활실입니다. 침대 맞은편에 서랍장과 텔레비전이 있습니다

저희는 요양보호사를 법정 기준보다 많이 두고 있습니다. 법정 기준은 어르신 2.1명당 요양보호사 한 분이고, 저희는 약 1.6명당 한 분을 두고 있습니다. 입소하신 분 수와 근무표에 따라 조금씩 오르내리는 값이고, 교대 근무를 하니 어느 한 순간 곁에 있는 인원은 이보다 적습니다. 일어나실 때 어지러운 어르신은 서두르시지 않게 옆에서 잠깐 기다려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러려면 일손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식사 뒤 바로 일어나려는 분께 잠시 앉아 계시라고 말씀드리는 것도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화장실입니다. 변기와 세면대 옆에 손잡이를 달아 일어서실 때 잡으실 수 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화장실입니다. 변기와 세면대 옆에 손잡이를 달아 일어서실 때 잡으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부모님 약 봉투를 보시고 전립선약, 이뇨제, 수면제나 정신과 약이 있는지 확인해 두시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음에 뵐 때 부모님이 일어서시는 모습을 한 번 지켜보시는 것입니다. 일어나자마자 걸으시는지, 잠깐 멈추셨다 걸으시는지, 벽이나 가구를 짚으시는지 보시면 됩니다.

처음 이야기를 꺼내신 따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이 벽을 짚으신 건 무릎 탓일 수도 있지만, 일어서실 때 어지러우셔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저도 모르게 짚으신 것일 수도 있다고요. 약을 끊기 전에 먼저 누운 혈압과 선 혈압을 재 보고, 그 숫자를 들고 의사와 이야기해 보시라고요.

그동안 몰라서 그냥 넘기셨다고 마음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병원에서도 일부러 재 보지 않으면 잘 안 잡히는 것입니다. 아버님이 일어서실 때 벽을 짚으시던 모습을 진료 때 의사에게 그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저혈압」(2026년 4월 갱신) / 대한고혈압학회 2022 고혈압 진료지침 /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보건복지부 고시 제2026-189호) 제43조 / 협약의료기관 및 계약의사 운영규정 제10조 / 국민건강보험공단 2025년 장기요양기관 시설급여 평가매뉴얼(노인요양시설) /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하루날디정(탐스로신)·뉴라조신정(테라조신) 허가사항 / Seo JH 외. World J Urol 2022(PMID 36315286) / 질병관리청 2024년 퇴원손상통계 보도자료(2026년 6월 29일) / Gibbons CH 외. The recommendations of a consensus panel for the screening, diagnosis, and treatment of neurogenic orthostatic hypotension. J Neurol 2017;264(8):1567-82 / Royal College of Physicians. Measurement of lying and standing blood pressure, procedure(2025년 7월) / Gibbons CH·Freeman R. Neurology 2006;67(1):28-32 / Saedon NI 외.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20;75(1):117-22 / Ooi WL 외. JAMA 1997;277(16):1299-304 / Aronow WS·Ahn C. J Am Geriatr Soc 1994;42(9):930-2 / Vaitkevicius PV 외. Ann Intern Med 1991;115(11):865-70 / Mol A 외. J Am Med Dir Assoc 2019;20(5):589-97 / Bhanu C 외. PLoS Med 2021;18(11):e1003821 / Juraschek SP 외. Hypertension 2020;75(3):660-7 / Jordan J 외. Circulation 2000;101(5):504-9 / Logan A 외. JBI Evid Synth 2020;18(12):255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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