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멀쩡하시던 분이 갑자기 저를 못 알아보셨습니다

치매는 여러 달에 걸쳐 옵니다. 하루 만에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하루 만의 변화를 치매로 읽고 서두르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상담 전화의 첫마디가 이렇게 시작될 때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수술은 잘 되셨는데요, 어젯밤부터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 병실 천장에 소가 보인다고 하셨다거나, 여기가 회사라고 하시며 주문받은 요리를 해야 한다고 일어나셨다거나, 딸을 보고 누구시냐고 물으셨다거나 합니다.

그다음에 오는 질문은 거의 언제나 같습니다. "치매가 온 걸까요."

그리고 그 뒤에 조금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가 더 붙습니다. "이대로 평생 이러시면 어떡하죠."

이 글은 그 두 질문에 답하려고 씁니다. 갑자기 시작된 혼란에는 섬망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고, 섬망과 치매는 다른 것이며, 그 둘을 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런던 열병원의 밤입니다. 간호사 둘이 난롯가에 앉아 있습니다. 섬망은 밤에 도드라지기 때문에 그 시간에 누가 곁에 있느냐가 오래전부터 중요했습니다 (그림: 웰컴 컬렉션, CC BY 4.0)
런던 열병원의 밤입니다. 간호사 둘이 난롯가에 앉아 있습니다. 섬망은 밤에 도드라지기 때문에 그 시간에 누가 곁에 있느냐가 오래전부터 중요했습니다 (그림: 웰컴 컬렉션, CC BY 4.0)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글은 안심시켜 드리려고 쓰는 글이지만, 순서를 거꾸로 하면 안 됩니다.

갑자기 시작된 혼란은 그 자체가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뇌졸중이나 저혈당, 감염이 퍼진 상태, 산소가 모자란 상태의 첫 모습이 이런 혼란일 수 있습니다. 대한내과학회지에 실린 글은 노인의 섬망이 「폐렴, 패혈증, 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급성 질환의 징후일 수도 있으므로 이를 잘 감별하고 규명해야 한다」고 적습니다.

그래서 오늘 어르신이 갑자기 달라지셨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기 전에 먼저 간호사나 의사에게 언제부터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말씀하십시오. 집에 계신 상태라면 병원에 가셔야 하는지 물어보십시오. 그다음에 읽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섬망」이라는 말은 밭에서 왔습니다

섬망을 뜻하는 영어 delirium은 라틴어 delirare에서 왔습니다. 뜻은 「밭고랑 줄에서 벗어나다」입니다. de는 '벗어나서', lira는 밭을 갈 때 생기는 그 줄을 가리킵니다. 소를 몰아 밭을 갈다가 쟁기가 줄에서 미끄러져 엉뚱한 데로 빠지는 것, 그 장면에서 나온 말입니다. 섬망의 역사를 정리한 의학 문헌들이 이 말뜻을 첫머리에 그대로 적어 둡니다.

로자 보뇌르가 1849년에 그린 밭갈이입니다. 흙이 줄을 따라 나란히 뒤집혀 있습니다 (그림: 로자 보뇌르, 퍼블릭 도메인)
로자 보뇌르가 1849년에 그린 밭갈이입니다. 흙이 줄을 따라 나란히 뒤집혀 있습니다 (그림: 로자 보뇌르, 퍼블릭 도메인)

말이 어디서 왔는지가 왜 중요한가 하면, 이 말이 처음부터 되돌아올 수 있다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밭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소가 줄을 벗어난 것입니다.

다만 이건 낱말이 어디서 왔는지일 뿐이지, 앞으로 어떻게 되실지를 보장하는 말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오래 걸리시고, 어떤 분은 예전만큼 돌아오지 못하십니다. 그 이야기는 아래에서 숫자와 함께 그대로 적겠습니다.

레옹 오귀스탱 레르미트가 그린 밭갈이입니다. 뒤에서 쟁기를 잡은 사람이 하는 일은 소를 끄는 것이 아니라 줄에서 벗어나지 않게 붙드는 것입니다 (그림: 레옹 오귀스탱 레르미트, 1871년, 퍼블릭 도메인)
레옹 오귀스탱 레르미트가 그린 밭갈이입니다. 뒤에서 쟁기를 잡은 사람이 하는 일은 소를 끄는 것이 아니라 줄에서 벗어나지 않게 붙드는 것입니다 (그림: 레옹 오귀스탱 레르미트, 1871년, 퍼블릭 도메인)

치매는 이와 다릅니다. 치매는 밭 자체가 조금씩 줄어드는 일이고, 그래서 여러 달, 여러 해에 걸쳐 옵니다.

이게 섬망인가요, 치매가 온 건가요

국내 의사들이 정리해 둔 글이 있습니다. 두 곳(대한내과학회지·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지)에 실린 글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보호자가 눈으로 보실 수 있는 대목만 추리면 세 가지입니다.

보시는 것섬망치매
언제부터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에 갑자기몇 달에서 몇 해에 걸쳐 서서히
하루 안에서아침엔 멀쩡하다 저녁엔 심해지는 식으로 오르내림하루 종일 대체로 비슷함
정신이 드는 정도흐려졌다 또렷해졌다 함말기 전까지는 대체로 또렷함

그 글은 이렇게 적습니다. "평소에 잘 지내던 노인이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고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고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그리고 자신이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구별 못하고 가족마저 못 알아보는 경우에는 치매보다는 섬망일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가 핵심입니다. 국제 진단기준인 DSM-5도 섬망을 「짧은 기간에 걸쳐 생기고 하루 중에 심한 정도가 변동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한 가지 오해를 미리 풀어 두겠습니다. 치매가 있으시면 섬망 진단이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준이 요구하는 것은 「이 변화가 기존 치매만으로는 더 잘 설명되지 않을 것」이고, 실제로 둘은 자주 겹칩니다.

섬망에 들뜬 쪽과 처지는 쪽이 있다는 것을 고대 기록에서 이미 읽어 낼 수 있다고 보는 연구가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을 새긴 1638년 판화입니다 (그림: 파울루스 폰티우스가 루벤스를 따라 새김, 웰컴 컬렉션, CC BY 4.0)
섬망에 들뜬 쪽과 처지는 쪽이 있다는 것을 고대 기록에서 이미 읽어 낼 수 있다고 보는 연구가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을 새긴 1638년 판화입니다 (그림: 파울루스 폰티우스가 루벤스를 따라 새김, 웰컴 컬렉션, CC BY 4.0)

옛 기록을 되짚어 본 연구는, 히포크라테스가 이미 섬망을 두 가지로 나누어 불렀다고 적습니다. 들뜨고 소란해지는 쪽과 처지고 조용해지는 쪽입니다. 다만 그때 이 둘이 한 가지 상태의 두 모습으로 여겨졌던 것은 아니고, 오늘의 개념으로 옛 기록을 되읽은 해석입니다. 같은 연구는 「섬망」이라는 말을 의학 용어로 처음 쓴 사람이 1세기 로마의 켈수스이고, 열이 나거나 머리를 다친 뒤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적습니다.

로마의 의학 저술가 켈수스입니다. 실제 얼굴이 전해지지 않아 후대에 상상해 새긴 초상입니다 (그림: 게오르크 파울 부슈, 1719년, CC0)
로마의 의학 저술가 켈수스입니다. 실제 얼굴이 전해지지 않아 후대에 상상해 새긴 초상입니다 (그림: 게오르크 파울 부슈, 1719년, CC0)
켈수스의 「의학에 관하여」 1657년 판 속표지입니다. 라이덴에서 엘제비어가 찍었습니다 (그림: 웰컴 컬렉션, CC BY 4.0)
켈수스의 「의학에 관하여」 1657년 판 속표지입니다. 라이덴에서 엘제비어가 찍었습니다 (그림: 웰컴 컬렉션, CC BY 4.0)

조용한 쪽이 더 자주 놓칩니다

여기서부터는 보호자만 놓치는 게 아닙니다.

섬망 하면 소리를 지르고 링거를 뽑는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 응급실에서 65세 이상 303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섬망으로 확인된 25명 가운데 92%가 조용한 쪽이었습니다. 말수가 줄고, 반응이 느려지고, 잠만 자는 것처럼 보이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같은 연구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그 25건 중 19건, 그러니까 네 건 중 세 건을 놓쳤습니다.

이 숫자는 응급실을 찾은 분들을 센 것이고 25명이라는 적은 수에서 나온 값이라, 모든 섬망의 92%가 조용한 형태라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자료는 섞인 형태가 절반쯤이고 조용한 형태가 30~35%라고 적습니다. 어느 자료를 보든 공통된 것은 하나입니다. 조용한 쪽이 드물지 않고, 그런데도 자주 놓친다는 것입니다.

남아프리카 블룸폰테인에서 극장 홀을 열병 병동으로 쓰던 모습입니다. 조용히 누워 계신 분이 편안한 것인지 나빠지고 있는 것인지는 눈으로만 봐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사진: F. J. 마이어, 웰컴 컬렉션, CC BY 4.0)
남아프리카 블룸폰테인에서 극장 홀을 열병 병동으로 쓰던 모습입니다. 조용히 누워 계신 분이 편안한 것인지 나빠지고 있는 것인지는 눈으로만 봐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사진: F. J. 마이어, 웰컴 컬렉션, CC BY 4.0)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섬망이라고 본 경우 가운데 간호사가 알아차린 것이 다섯 번에 한 번꼴이었습니다. 못 알아차리게 만든 가장 큰 까닭이 바로 이 조용한 형태였습니다.

영국 NICE 지침은 그래서 이렇게 못박습니다. 사람이 움츠러들고, 대답이 느려지고, 잘 안 움직이고, 하던 것에 집중을 못 하는 변화를 특히 눈여겨보라는 것입니다. 「가만히 계신다」는 것이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섬망이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쓰는 진단 기준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몸의 다른 병이나 약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증거가 있어야 섬망이라고 부르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몸에 원인이 없으면 섬망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70세 이상 입원 환자를 추적한 연구는, 섬망이 생기기 하루 이상 전부터 그것을 미리 알려 준 다섯 가지를 찾아냈습니다. 손을 묶은 것, 잘 못 드셔서 영양이 모자란 것, 새 약을 한꺼번에 세 가지 넘게 더한 것, 소변줄을 끼운 것, 그리고 치료를 받다가 생긴 사고였습니다.

18세기의 약병입니다. 국내 의사들이 섬망을 일으키는 것 가운데 특히 중요하다고 꼽는 것이 약입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18세기의 약병입니다. 국내 의사들이 섬망을 일으키는 것 가운데 특히 중요하다고 꼽는 것이 약입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대한내과학회지 심포지엄은 섬망 환자의 약 40% 이상에서 한 종류 이상의 약물이 관련되어 있었고, 수면제나 항불안제, 마약성 진통제를 쓸 때 위험이 약 네 배 올라간다고 인용합니다. 알코올이나 스테로이드는 오래 드시던 것을 갑자기 끊는 것만으로도 섬망을 부를 수 있습니다.

영국 NICE 지침이 섬망을 막기 위해 챙기라고 정해 둔 것은 열 가지입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헷갈리시는 것, 탈수와 변비, 산소가 모자란 것, 감염, 못 움직이는 것, 통증, 약, 잘 못 드시는 것,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것, 잠을 못 주무시는 것. 지침은 열 가지 하나하나에 무엇을 하라는 것까지 붙여 두었습니다. 손을 댈 수 없는 항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스쿠타리 병원의 병동입니다. 창을 열어 볕이 들고 침상마다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1856년 석판화입니다 (그림: 윌리엄 심프슨 그림·E. 워커 석판, 웰컴 컬렉션, CC BY 4.0)
스쿠타리 병원의 병동입니다. 창을 열어 볕이 들고 침상마다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1856년 석판화입니다 (그림: 윌리엄 심프슨 그림·E. 워커 석판, 웰컴 컬렉션, CC BY 4.0)
창이 없고 밤낮이 구별되지 않는 방은 그 자체로 유발 요인이 됩니다. 개축 전의 병동을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창이 없고 밤낮이 구별되지 않는 방은 그 자체로 유발 요인이 됩니다. 개축 전의 병동을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얼마나 가나요, 원래대로 돌아오나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고, 정직하게 말씀드려야 하는 질문입니다.

대개는 돌아옵니다. 섬망은 원인을 없애면 대개 회복되는 급성 상태로 설명됩니다. 다만 스코틀랜드 국가지침은 대부분 며칠 안에 가라앉지만 약 20%에서는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적고, 의학 매뉴얼은 "일부 환자는 섬망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고도 적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노인 섬망을 다룬 관찰 연구들을 모은 분석에서, 섬망을 겪은 분은 이후 사망 위험이 1.95배, 시설 입소가 2.41배 높았습니다. 치매 진단도 더 많이 나왔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앞의 둘과 다릅니다. 논문 두 편에서만 나온 값인 데다, 그 값이 실제로 놓일 수 있는 폭이 1.86배에서 84배까지 벌어져 있습니다. 그런 쪽으로 기운다는 것까지만 말할 수 있고, 얼마나 그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이 숫자들을 읽으실 때 함께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연구들은 관찰 연구입니다. 섬망을 겪은 분과 겪지 않은 분을 나중에 비교한 것이지, 섬망이 그 결과를 만들었다고 증명한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몸이 약하셔서 섬망도 오고 그 뒤의 일도 온 것일 수 있습니다.

클라리스 아미크가 1849년에 그린 초상입니다. 숫자는 여러 사람을 모아 놓고 센 것이고, 눈앞에 계신 분은 그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입니다 (그림: 클라리스 아미크, 퍼블릭 도메인)
클라리스 아미크가 1849년에 그린 초상입니다. 숫자는 여러 사람을 모아 놓고 센 것이고, 눈앞에 계신 분은 그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입니다 (그림: 클라리스 아미크, 퍼블릭 도메인)

그러니 "몇 프로 확률로 돌아오나요"라는 질문에 지금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답은 이렇습니다. 대개 돌아오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얼마나 걸릴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몇 프로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숫자는 없습니다. 다만 원인을 찾아 없애는 것 말고 달리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서, 그래서 원인 찾는 일을 서두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밤에 곁에서 할 수 있는 일

섬망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여러 병원 연구를 모아 본 분석에서, 약을 쓰지 않고 환경과 돌봄만 바꾼 프로그램이 섬망 발생을 절반 가까이 줄였습니다. 같은 분석에서 낙상은 62% 줄었습니다.

그 프로그램들이 한 일, 그리고 영국 NICE 지침이 함께 권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안경집과 안경입니다.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해 드리는 일이 섬망 예방 항목의 하나로 들어 있습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안경집과 안경입니다.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해 드리는 일이 섬망 예방 항목의 하나로 들어 있습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 안경과 보청기를 찾아 씌워 드립니다. 잘 보이고 잘 들리면 헷갈릴 일이 줄어듭니다.
  • 시계와 달력을 보이는 자리에 둡니다. 지금이 몇 시인지, 오늘이 며칠인지가 손에 잡히게 합니다.
  • 물을 자주 권합니다. 탈수는 목록의 앞자리에 있습니다.
  • 낮에는 커튼을 열고, 밤에는 처치를 몰아넣지 않습니다. 밤낮이 뒤집히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 아는 얼굴이 곁에 있게 합니다. 가족이 얼굴을 보여 드리는 것도 영국 NICE 지침이 직접 권하는 항목입니다. 지금이 언제이고 여기가 어디인지 감을 잃지 않게 붙들어 드리기 때문입니다. 매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보청 나팔입니다. 잘 들리게 해 드리는 일이 예방 항목에 들어간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빅토리아 시대의 보청 나팔입니다. 잘 들리게 해 드리는 일이 예방 항목에 들어간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없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없는 것이 보인다고 하실 때, 맞장구를 쳐야 할지 아니라고 바로잡아야 할지도 자주 물으십니다. 돌봄 현장에서는 대체로 다투지 마시라고 합니다. 그 글이 실제로 적어 둔 것은 시계와 달력, 가족사진 같은 것으로 지금이 언제이고 여기가 어디인지를 자주 일깨워 드리라는 것입니다.

회중시계입니다. 지금이 몇 시인지를 알려 드리는 일은 돌봄의 기본 항목에 들어 있습니다 (사진: CC0)
회중시계입니다. 지금이 몇 시인지를 알려 드리는 일은 돌봄의 기본 항목에 들어 있습니다 (사진: CC0)

손을 묶는 문제도 짚고 가겠습니다. 앞에서 섬망이 오기 하루 이상 전에 미리 신호가 되었던 다섯 가지를 적었는데, 손을 묶는 것이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것도 다섯 가지 가운데 위험을 가장 크게 높이는 쪽이었습니다.

다만 이것도 관찰 연구입니다. 묶어서 섬망이 온 것인지, 이미 불안해하기 시작한 분이라 묶게 된 것인지는 이 연구로 가릴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손을 묶는 일이 섬망을 막아 주지는 않습니다.

수녀가 열이 나는 환자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장면입니다. 1840년대 석판화입니다 (그림: 웰컴 컬렉션, CC BY 4.0)
수녀가 열이 나는 환자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장면입니다. 1840년대 석판화입니다 (그림: 웰컴 컬렉션, CC BY 4.0)

요양원에서는 급여 제공 기준 고시가 어르신을 묶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묶을 수 있는 경우는 어르신이나 직원 등의 목숨이나 몸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아주 높을 때뿐이고, 그것도 어르신 본인을 치료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목적일 때만입니다. 그때에도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하고, 어르신의 몸과 마음 상태, 언제부터 언제까지 묶었는지, 왜 묶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이건 요양원에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병원은 다른 규정을 따르므로, 병원에서 콧줄이나 소변줄 때문에 손을 묶어 두었다면 언제까지인지와 다른 방법이 있는지를 담당 간호사에게 물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등급 신청을 해도 될까요

이 대목은 요양원에서 매일 보는 일이라 조금 더 자세히 적겠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려면 공단 직원이 방문해 조사를 합니다. 이때 쓰는 서식이 장기요양인정조사표인데, 이 서식은 신체기능·사회생활기능·인지기능·행동변화 영역을 「최근 한 달간의 상황을 종합하여」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간호처치 영역만 최근 2주가 기준입니다(같은 서식 제2호 마목).

이 조사표의 행동변화 영역 22개 항목 안에는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듣는다」, 「한군데 가만히 있지 못하고 서성거리거나 왔다 갔다 하며 안절부절 못한다」, 「이유 없이 크게 소리치고 고함을 친다」 같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인지기능과 행동변화 영역은 최근 한 달 사이에 그런 모습이 있었는지를 묻기 때문에, 섬망이 한창인 시기가 조사 기간에 걸리면 그 항목들이 잡힐 수 있습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지금 당장 도움이 많이 필요하신 것이 사실이라면 그 사실이 반영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나중에 회복되셨을 때 실제 상태와 등급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그때는 변경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등급 변경을 신청할 때는 의사소견서를 첨부합니다.

좋아지셨다는 이유만으로 공단이 알아서 등급을 낮추도록 한 조문은 찾지 못했습니다. 등급은 유효기간이 끝나 갱신할 때, 또는 본인이나 가족이 변경신청을 할 때 다시 판정됩니다.

등급 신청 절차 전체는 장기요양등급 신청 방법과 판정 기준에 단계별로 적어 두었습니다. 점수 구간과 30일 기한도 그 페이지에 있습니다.

덧붙이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시행령·시행규칙, 급여 제공 기준 고시에서 「섬망」이라는 말을 쓴 조문은 찾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인정조사표의 「질병 및 증상」 칸에는 치매·중풍부터 고혈압·당뇨·암까지 열두 가지가 적혀 있는데 섬망은 그중에 없습니다. 적으시려면 맨 아래 「기타(진단명)」 칸에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가 이 상태를 다루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질병 악화」와 「의료 연계」라는 더 넓은 말 안에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제 집에서는 못 모시는 건가요

병원에서 이제 퇴원하시라는 말을 들으면 이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두 가지만 구분하시면 판단이 조금 쉬워집니다.

요양원은 의료기관이 아닙니다. 노인복지법상 노인의료복지시설이고, 하는 일은 급식과 요양, 일상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의사는 계약의사를 두거나 병원과 협약을 맺어 대신할 수 있고, 고시는 계약의사가 어르신을 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진찰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찾는 일은 병원의 몫입니다. 섬망은 감염이나 탈수처럼 검사로 찾아야 하는 원인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그 검사는 요양원에서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급여 제공 기준 고시는 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분에게는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할 수 없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요양원의 돌봄 급여는 멈춥니다. 대신 자리를 비워 두는 값으로 이용료의 절반이 계산되는데, 한 번 입원에 열흘까지, 한 달을 통틀어 열닷새까지가 한도입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어떻게 다른지는 요양원·요양병원·주야간보호 차이에 적어 두었습니다.

성탄절 장식을 한 병동입니다. 익숙한 것이 눈에 보이는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돌봄의 한 부분입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성탄절 장식을 한 병동입니다. 익숙한 것이 눈에 보이는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돌봄의 한 부분입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Q. 섬망이 왔다는 건 치매가 시작됐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섬망과 치매는 다른 상태이고, 섬망은 갑자기 시작해서 하루 중에도 오르내리며 원인을 잡으면 대개 돌아옵니다. 섬망을 겪은 분에게서 나중에 치매 진단이 더 많이 나온다는 관찰 연구가 있기는 하지만, 그 수치는 논문 두 편에서만 나온 것이고 범위가 매우 넓어 크기를 말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이미 치매가 있는 분에게 섬망이 겹치는 일도 흔해서, 치매가 있으신 분이 갑자기 나빠지셨다면 치매가 빨라진 것이 아니라 섬망이 겹친 것은 아닌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판단은 진료하신 의사가 합니다.

Q. 조용히 주무시기만 하는데 그냥 두어도 되나요?

확인해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응급실 연구에서 확인된 노인 섬망의 대부분이 조용한 형태였고, 의사도 네 건 중 세 건을 놓쳤습니다. 말수가 줄고 반응이 느려지고 잠만 주무시는 변화가 며칠 사이에 새로 생긴 것이라면, 편안해지신 것이 아니라 나빠지신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변화가 열이나 소변 문제, 변비, 새로 시작한 약과 함께 왔다면 그 자리에서 간호사나 의사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요양원을 알아보는 중인데,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까요?

시설을 알아보시는 중이라면 아래 다섯 가지를 그대로 물어보시면 됩니다. 저희와 상관없이 쓰실 수 있는 질문입니다.

  1. 어르신 상태가 갑자기 달라졌을 때 누가, 언제까지 보호자에게 연락합니까?
  2. 계약의사입니까, 협약 병원입니까? 협약이라면 어느 병원입니까?
  3. 밤에 상태가 나빠지면 어떤 순서로 움직입니까?
  4. 안경과 보청기는 누가 챙깁니까?
  5. 손을 묶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떤 절차를 거칩니까?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은 경기도 김포시 마산동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입니다. 처치가 필요한 상태를 어디까지 받는지는 전문요양실 안내에 적어 두었습니다. 위에 적은 것들은 저희만 하는 일이 아니라 요양원이라면 해야 하는 일이고, 그래서 어느 곳에 물으셔도 답을 들으실 수 있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이 글은 요양원이 쓴 글이지 진료가 아닙니다. 어르신의 상태를 판단하고 원인을 찾는 일은 의사가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 두 가지를 적어 두겠습니다. 둘 다 돈이 들지 않습니다.

첫째, 안경과 보청기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서 머리맡에 두십시오. 둘째, 최근 한 달 사이에 새로 시작한 약이 있는지 적어서 다음 진료 때 보여 주십시오. 이 두 가지가 예방 목록의 앞자리에 있습니다.

소리를 지르시면 누구나 알아챕니다. 말수가 줄어든 것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요양원에서도 이걸 놓치는 것이고, 보호자가 못 알아챈 것은 무심해서가 아닙니다.

어제까지 멀쩡하시던 분이 하룻밤 사이에 달라지신 것을 보셨다면, 놀라신 것이 당연합니다. 그건 몸이 보내는 신호가 맞고, 지금 보신 것을 그대로 의료진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오늘 하실 수 있는 가장 큰 일입니다.

밭이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소가 잠깐 줄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벗어났는지를 찾는 일, 그게 돌아올 길을 열어 드리는 일입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사진과 그림은 모두 위키미디어 공용에서 가져왔습니다. 대한내과학회지 제79권 부록2호 심포지엄 「섬망」(김창오, 2010) /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지 3권 2호 「신경계 집중치료 환자에서 발생하는 섬망의 임상적 접근」(구본대·홍종희, 2010) / 유럽섬망학회·미국섬망학회 공동성명(BMC Medicine 12:141, 2014, DSM-5 진단기준 원문 수록) / 영국 NICE 임상지침 CG103 「섬망: 예방·진단·관리」 / 스코틀랜드 SIGN 157 「섬망의 위험 감소와 관리」(2019) / Han JH 외, Academic Emergency Medicine 16권 3호(2009) / Inouye SK·Charpentier PA, JAMA 275권 11호(1996) / Inouye SK 외,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161권 20호(2001) / Hshieh TT 외, JAMA Internal Medicine(2015) / Witlox J 외, JAMA 304권 4호(2010) / Bellelli G 외,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13:626127(2021) / Martins S·Fernandes L, Frontiers in Neurology(2012) / Ali S 외, Innovations in Clinical Neuroscience 8권 10호(2011) / Rockwood KJ, CMAJ 167권 3호(2002) / MSD 매뉴얼 전문가용 「섬망」 / 노인장기요양보험법·시행령·시행규칙 및 별지 제5호서식 「장기요양인정조사표」 /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 노인복지법 제3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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