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신발을 신고 계셨습니다
계획도 목적지도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게 만든 이유는 대개 있습니다.
오후 네 시쯤이었을 겁니다. 어머니가 신발을 신고 계셨습니다.
어디 가시냐고 여쭈면 답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집에 가야 한다. 애 데리러 가야 한다. 가게 문 닫으러 가야 한다.
여기가 집이라고 말씀드리면 더 나빠집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듣고 계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셨을 겁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 더 힘들어지셨을 겁니다.
나가시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앙치매센터는 배회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무런 계획도 목적지도 없이 계속 돌아다니는 것이고, 피곤해도 쉬지 않으시며, 달래거나 다른 일로 돌리기가 어려운 것이 특징이라고요.
말씀은 분명하신데 계획은 없으신 겁니다. 그래서 "가게 문 닫으러 간다"는 말을 그대로 따라가 봐야 답이 안 나옵니다. 어느 가게로 어떻게 가실 건지는 어머니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유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곳에서 배회가 시작되면 먼저 확인하라고 일곱 가지를 듭니다.
- 배가 고프신가
- 대소변을 보고 싶으신가
- 어디가 아프신가
- 그 밖에 불편한 데가 있으신가
- 지루하신가
- 불안하신가
- 지금 계신 자리가 너무 복잡해서 조용한 데를 찾으시는가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표준교재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배회하시는 어르신은 신체적인 것부터 해결해 드리라면서, 배가 고프거나 침구가 젖었거나 방이 춥거나 더울 때, 또는 위통이나 요통 같은 것 때문에 초조해져서 돌아다니실 수 있다고 적어두었습니다. 원하시는 걸 말로 못 하실 때 몸이 대신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어디 가시냐"보다 먼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화장실 가고 싶으신지, 어디 아프신지, 뭐 좀 드시겠는지.
시간대도 봐두시면 좋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면 불안과 초조가 심해지는 것을 일몰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하루 중 그 시간에만 유독 나가려 하신다면 어머니 성격이 변하신 게 아니라 그 시간대에 원래 그런 일이 생깁니다.
사흘만 적어보십시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유를 알아야 정해집니다. 그리고 이유는 대개 적어보면 드러납니다.
세 칸이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적으면 대개 이런 모양이 됩니다.
| 시각 | 직전에 있었던 일 | 하신 말씀 |
|---|---|---|
| 월 16:10 | 티브이를 끄고 저녁 준비를 시작함 | "가게 문 닫아야 하는데" |
| 화 15:50 | 방에 혼자 계셨음 | "애들 오는데 나가봐야지" |
| 수 16:40 | 손님이 왔다 감 | "집에 가야 한다" |
사흘이면 대개 두 가지가 보입니다. 시간대가 네 시 언저리로 몰려 있다는 것, 그리고 말씀이 전부 "가야 한다"는 것.
시간대가 보이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넣을 수 있습니다. 네 시에 나가려 하신다면 세 시 반에 먼저 산책을 나가는 겁니다. 막는 대신 먼저 나갔다 오는 셈입니다. 위의 사흘을 보면 혼자 계셨거나 집안이 분주해진 직후라는 것도 같이 보입니다.
말씀이 반복되면 그 말이 답입니다. "가게 문 닫아야 한다"고 하시면 오늘은 문을 닫았다고 말씀드리는 편이 낫습니다. "가게 없어진 지 20년 됐잖아요"라고 바로잡아 봐야 어머니껜 무안함만 남습니다.
현관문부터 손보십시오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신 건 잘하신 일입니다.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표준교재도 배회가 있는 어르신께는 창문까지 포함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을 모두 잠가 두라고 합니다. 뒤에서 보시겠지만 요양원도 같은 방식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여기에 하나를 더 권합니다. 현관문이나 대문에 종을 달아 두는 것입니다. 열리면 소리가 나니 한 번 놓치셔도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집 안에 걸려 넘어질 만한 물건을 치우고 가까운 이웃에게 사정을 알려두는 것도 같이 권합니다.
다만 이걸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문이 잠겨도 나가려는 마음까지 잠기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문 앞을 서성이고, 문고리를 흔들고, 창문을 열어보십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초조가 쌓이고, 쌓인 초조는 대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나옵니다. 어머니를 돌보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이때 붙잡거나 억지로 앉히시는 건 피하셔야 합니다. 중앙치매센터는 신체적으로 제재를 가하거나 억제대를 쓰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적어두었습니다. 대신 옆에서 같이 걸으시면서 "이제 다리 아프니까 들어가시죠" 하고 다른 데로 돌리는 편을 권합니다. 좋아하시는 음식이나 활동을 내드리는 것, 밤에 돌아다니시는 편이면 늦은 저녁에 길게 산책을 다녀오시는 것도 같이 권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잠금장치는 한 번만 실패하면 끝입니다. 택배를 받느라 문을 열어둔 3분, 손님이 왔다 간 저녁. 그래서 준비가 따로 필요합니다.
여름은 특히 위험합니다
2024년 한 해에 접수된 치매 어르신 실종신고는 15,502건이었습니다. 하루 마흔두 건꼴입니다. 경찰청 집계로는 무더위가 집중되는 7~8월에 신고가 연평균보다 두 할가량 많습니다.
어르신은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십니다. 치매가 있으면 더위를 피해야 한다는 판단 자체가 어렵습니다. 같은 몇 시간이라도 8월의 몇 시간은 다릅니다.
그렇다고 겁부터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숫자의 다른 쪽도 같이 보셔야 합니다. 2024년 치매 어르신 실종 가운데 끝내 찾지 못한 건 16건이었습니다. 실종아동등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2일 안에 95.1%가 발견됩니다. 대부분은 찾습니다.
그러니 겁내실 것보다 미리 해두실 것을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오늘 해두실 수 있는 것
못 막는 날이 옵니다. 그날을 위해 준비하는 일은 지금 하실 수 있고, 대부분 돈이 들지 않습니다.
1. 지문 사전등록
경찰청이 운영합니다. 미리 지문과 얼굴 사진을 등록해 두면 나중에 어르신을 발견했을 때 신원 확인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근거는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의2입니다. 이 법이 말하는 대상에 치매 어르신이 들어갑니다.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보호자가 신청하면 되기 때문에 본인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태여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세 군데 중 편한 곳에서 하시면 됩니다.
- 경찰서·지구대 — 지문을 직접 찍어 등록하고 사전신고증을 그 자리에서 받습니다. 보호자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또는 주민등록등본)를 챙겨 가십시오.
- '안전Dream' 앱 — 오른쪽 검지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지문까지 등록됩니다
- 치매안심센터 — 인식표 신청과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수수료는 없습니다. 한 번 등록해 두면 보호자가 지워달라고 하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경찰청과 중앙치매센터 집계로는 사전등록을 마친 치매 어르신이 열 분 중 네 분 정도입니다. 아직 안 하신 분이 더 많습니다.
2. 최근 사진과 그날의 옷차림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면 사진을 찍어 두십시오. 그리고 외출하실 때 입으신 옷을 기억해 두십시오. 신고할 때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이 두 가지인데, 막상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3. 실종예방 인식표
옷에 붙이는 이름표입니다. 이름과 주소, 보호자 연락처가 그대로 적히는 게 아니라 고유번호로 바뀌어 인쇄돼 있어서, 발견한 사람이 그 번호로 신원을 확인합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치매안심센터에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한 번 신청에 80매 한 상자와 보호자용 실종대응카드를 함께 주고, 비용은 없습니다. 집에서 다리미로 붙이는 방식입니다. 가족이 대신 신청하실 때는 두 분의 신분증과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챙겨 가십시오.
지갑에 넣어두는 것보다 옷에 붙이는 편이 낫습니다. 지갑은 놓고 나가십니다.
4. 배회감지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받는 길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입니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셨다면 등급과 상관없이 복지용구 사업소에서 대여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집에서 지내시는 분께 나가는 급여라, 요양원에 입소하시면 대상에서 빠집니다.
다른 하나는 무상 보급 사업입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기업과 함께 치매 어르신께 기기와 통신비를 무상으로 주는 사업이 2027년까지 이어집니다. 치매안심센터나 경찰서에 문의하시면 지금 신청이 되는지 알려줍니다.
두 가지 다 조건이 있으니 치매안심센터에 한 번 전화해 보시는 게 빠릅니다.
나가신 것을 알았을 때, 처음 한 시간
바로 112에 신고하십시오. 얼마간 지나야 신고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실종 신고에는 대기 시간이 없습니다.
'조금만 더 찾아보고'가 가장 위험합니다. 어르신은 걷는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방향을 바꾸지 않고 계속 걸으시는 경우가 많아서, 한 시간이면 생각보다 멀리 가십니다.
찾으실 때는 집 주변을 원으로 도는 것보다 이쪽이 낫습니다.
- 가시던 방향 — 어느 쪽으로 나가셨는지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 방향부터
- 예전 주소 — 지금 집이 아니라 오래 사시던 동네
- 평생 다니시던 곳 — 직장, 시장, 교회나 절
- 여름이라면 그늘과 물가 — 더위를 피해 앉아 계신 경우가 있습니다
요양원에 모시면 묶어두는 건 아닐까
물어보기 어려우신 질문일 겁니다. 그런데 상담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이기도 합니다.
법에 답이 있습니다.
시설급여기관은 급여제공과정에서 수급자를 격리하거나 억제대 등을 사용하여 묶는 등 신체를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
—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43조 제3항
묶는 것도, 따로 떼어 두는 것도 안 됩니다. 예외는 어르신 본인이나 다른 분의 생명에 위험이 생길 만한 경우뿐이고, 그때도 가족에게 먼저 알려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어떤 상태였는지, 얼마 동안이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전부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공단이 3년마다 하는 시설 평가에도 이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 밖으로 나가시는 건 어떻게 막나
사람이 붙잡는 대신 건물이 대신합니다.
요양원은 어르신이 혼자 바깥으로 나가시지 않도록 시설을 갖추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가보시면 이런 모습입니다.
- 엘리베이터는 직원 카드를 대야 움직입니다
- 바깥으로 통하는 문은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립니다
- 계단 입구에도 같은 장치가 있습니다. 어르신이 계단에서 넘어지시는 걸 막으려는 것입니다
여기에 법이 조건을 하나 더 붙여 두었습니다. 불이 나면 이 문들이 전부 저절로 열려야 합니다. 평소에는 어르신이 혼자 나가실 수 없고, 비상시에는 아무도 안에 남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근거: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 제4호 사목)
어르신 입장에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문은 그냥 안 열리는 문이고, 아파트 공동현관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디에 갇혀 계신 게 아니라 건물 안을 자유롭게 다니십니다.
요양원에서는 무엇이 다릅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나가려는 마음 자체는 요양원에서도 그대로입니다. 문이 안 열린다는 걸 아시고 나면 집에서 보셨던 그 서성임이 그대로 일어납니다. 문 앞에 서 계시고, 여기 왜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입소 초기에는 오히려 더합니다. 낯선 곳이니까요.
붙잡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니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입니다. 옆에 가서 같이 있는 것입니다. 집에서 그게 어려웠던 건 그 자리에 설 사람이 한 명뿐이었고, 그 한 명이 밥도 하고 약도 챙기고 출근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나가려 하실 때 옆에 설 사람이 있습니다. 문을 막고 서는 게 아니라 같이 나갔다가 같이 들어옵니다. 그 한 번의 산책이면 대개 가라앉습니다. 집에서 그게 안 되는 건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 시간에 나머지 일이 전부 멈추기 때문입니다.
둘. 나갈 곳이 있습니다. 1층에 정원 산책로가 있고 프로그램에도 실내외 산책이 들어 있습니다. 나가고 싶은 마음을 막을 필요 자체가 줄어듭니다. 층마다 통창을 크게 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바깥이 보이고 실제로 나갈 수 있으면 갇혔다는 느낌이 덜합니다.
시설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어디를 알아보시든 이건 물어보세요
저희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셔도 그대로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알고 가시면 좋은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법이 정한 야간 최소 인력입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중 1명 이상을 두게 되어 있습니다. 세부 배치기준은 따로 정해져 있지만, 법이 요구하는 바닥선은 이 정도입니다. 밤에 실제로 몇 분이 계신지는 시설마다 다릅니다.
Q. 배회가 있는 부모님을 맡길 때 요양원에 무엇을 물어봐야 하나요?
- 어르신이 나가려 하실 때 실제로 어떻게 하십니까. (구체적인 장면으로 답하는지 보십시오)
- 신체적 제한을 한 적이 있습니까. 있었다면 어떤 경우였고 기록은 어떻게 남기십니까.
- 낮과 밤에 한 층에 요양보호사가 각각 몇 분 계십니까.
- 어르신이 밖으로 나가실 수 있는 공간이 건물 안에 있습니까.
- 무단 이탈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까. 그때 어떻게 하셨습니까.
다섯 번째 질문에 "저희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곳보다,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하고 그다음에 무엇을 바꿨는지 설명하는 곳이 낫습니다. 배회는 성실하기만 하면 없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Q. 치매 어머니가 자꾸 집에 가겠다고 하시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요?
바로잡지 마십시오. "여기가 집이에요"는 어머니께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세 단계를 권해 드립니다.
- 동의합니다. "집에 가고 싶으세요?"
- 이유를 묻습니다. "집에 뭐가 있어요?" — 여기서 진짜 이유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고 온 물건, 기다리는 사람, 해야 할 일.
- 시간을 벌어 줍니다. "그럼 저녁 먹고 같이 가요." 거짓말 같아 마음이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머니께 필요한 건 정확한 정보보다 안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잠금장치는 어머니가 못 나가시게 할 뿐이고, 지키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한 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집에서 그 한 명이 계속 지치셨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오늘 하실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사흘만 시간을 적어보시는 것, 그리고 지문 사전등록을 해두시는 것. 둘 다 돈이 들지 않고 둘 다 오늘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 감당하시는 게 한계에 왔다는 생각이 드시면, 그건 어머니를 덜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밤에 문소리에 깨는 날이 이어지면 누구라도 무너집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편하게 전화 주십시오. 지금은 입소 대기 없이 상담과 방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