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주사, 어머니만 맞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1990년대 스코틀랜드 노인 요양병원에서 직원이 독감 주사를 맞자 어르신이 덜 돌아가셨습니다. 어르신 본인이 맞았는지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추석 지나고 날이 서늘해지면 상담실에서 꼭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독감 주사는 어떻게 해요? 저희가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하나요?"

이 질문은 답이 금방 나옵니다. 시설에서 맞으십니다, 보호자가 따로 모시고 나가실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따님이 한마디를 더 물으셨습니다.

"여기 선생님들도 맞으세요?"

그 자리에서 답은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이 왜 중요한지를 제대로 말씀드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어르신 독감 주사가 얼마나 듣는지, 요양원 어르신은 언제 어디서 맞으시는지, 그리고 직원이 맞는 것이 어르신께 무슨 상관인지를요.

찾아보니 세 가지가 나왔습니다. 첫째, 예순다섯이 넘으면 같은 주사를 맞아도 몸이 만드는 항체가 적습니다. 둘째, 그래서 199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요양병원 직원에게 주사를 맞혀 봤더니 어르신 사망이 줄었습니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어르신 접종은 무료이고 시설에서 받으시지만, 직원 접종은 법이 시설에 시키는 일이 아닙니다.

1918년 워싱턴 월터리드 병원의 독감 병동입니다. 백신이 없던 해라 간호사는 거즈 마스크를 쓰고 환자 사이에 천을 쳤습니다 (사진: Harris & Ewing,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18년 워싱턴 월터리드 병원의 독감 병동입니다. 백신이 없던 해라 간호사는 거즈 마스크를 쓰고 환자 사이에 천을 쳤습니다 (사진: Harris & Ewing,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백신이 없던 1918년 겨울에 사람들은 무엇을 했나요

독감은 노인이 걸리는 병이라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백신이 없던 시절 가장 큰 독감은 노인을 비켜 갔습니다.

1918년 봄부터 1920년까지 전 세계를 돈 독감으로 5천만 명쯤이 죽었다고 추정합니다. 역사학자 존슨과 뮐러가 2002년에 나라별 기록을 다시 모아 낸 숫자이고, 실제로는 그보다 많을 수 있다고 그들도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 독감은 이상했습니다. 미국의 나이별 사망률을 그려 보면 보통 독감은 아기와 노인 쪽이 높고 가운데가 낮은 U자 모양인데, 1918년에는 가운데에 봉우리가 하나 더 솟아 W자가 됐습니다. 스무 살에서 마흔 살 사이 젊은 어른들이 그 봉우리였습니다. 독감으로 죽은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그 나이였고, 일흔다섯이 넘은 노인은 걸렸을 때 죽는 비율이 오히려 그 전 몇 해보다 낮았습니다. 이유는 지금도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인들이 젊어서 비슷한 독감을 한 번 겪어 몸이 기억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학자들은 꼽습니다.

미국의 나이별 독감·폐렴 사망률입니다. 점선이 1911~1917년 평균이고 실선이 1918년입니다. 가운데 20~40세에 봉우리가 하나 더 생겨 W자가 됐고, 오른쪽 끝 75세 이상은 오히려 실선이 점선 아래에 있습니다 (도표: Taubenberger·Morens,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2006(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발행),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미국의 나이별 독감·폐렴 사망률입니다. 점선이 1911~1917년 평균이고 실선이 1918년입니다. 가운데 20~40세에 봉우리가 하나 더 생겨 W자가 됐고, 오른쪽 끝 75세 이상은 오히려 실선이 점선 아래에 있습니다 (도표: Taubenberger·Morens,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2006(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발행),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그때 사람들은 원인도 몰랐습니다. 1892년에 독일 의사 파이퍼가 독감 환자 가래에서 세균 하나를 찾아 이름을 붙였고, 1918년에 급히 만든 백신들은 그 세균을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벌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시애틀 경찰은 적십자가 만든 거즈 마스크를 쓰고 근무했고, 세인트루이스 적십자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들것을 들고 환자를 날랐습니다. 미시간 의대 학장이던 빅터 본은 군 의무감의 명령으로 매사추세츠 캠프 데븐스에 갔다가 본 것을 회고록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아침이면 시체가 영안실 주변에 장작처럼 쌓여 있었다고요.

1918년 캔자스 캠프 펀스턴의 임시 병원입니다. 이 독감은 군인처럼 젊고 건강한 사람을 많이 쓰러뜨렸습니다 (사진: 미국 국립보건의학박물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18년 캔자스 캠프 펀스턴의 임시 병원입니다. 이 독감은 군인처럼 젊고 건강한 사람을 많이 쓰러뜨렸습니다 (사진: 미국 국립보건의학박물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18년 12월 시애틀 경찰입니다. 적십자 시애틀 지부가 만든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사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18년 12월 시애틀 경찰입니다. 적십자 시애틀 지부가 만든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사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독감 백신은 언제 어떻게 나왔나요

독감이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것은 1933년에야 알았습니다. 런던의 연구자 세 사람이 환자의 목을 씻어 낸 물을 족제비 코에 넣었더니 족제비가 독감에 걸렸습니다. 그 연구실의 젊은 의사 스튜어트해리스는 1936년에 병든 족제비가 얼굴에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독감에 걸렸고, 실험실에서 키운 독감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된 첫 기록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것입니다. 1933년에야 독감의 원인이 세균이 아니라 이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것입니다. 1933년에야 독감의 원인이 세균이 아니라 이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첫 독감 백신은 그로부터 10년 뒤에 나왔습니다. 미시간 대학교의 토머스 프랜시스와 그의 제자 조너스 소크가 만든 죽은 바이러스 백신을 1943년 가을 미군에게 시험했고, 1945년에 허가가 났습니다. 소크는 그 뒤 소아마비 백신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첫 일은 독감이었습니다.

토머스 프랜시스입니다. 미시간 대학교에서 조너스 소크와 함께 첫 독감 백신을 만들어 1943년 미군에게 시험했습니다 (사진: Fabian Bachrach, 웰컴 컬렉션,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토머스 프랜시스입니다. 미시간 대학교에서 조너스 소크와 함께 첫 독감 백신을 만들어 1943년 미군에게 시험했습니다 (사진: Fabian Bachrach, 웰컴 컬렉션,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옛날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독감은 원래 노인만 골라 죽이는 병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백신은 나온 지 80년밖에 안 됐다는 것입니다. 그 백신이 노인에게는 좀 덜 듣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제 하겠습니다.

예순다섯이 넘으면 독감 주사가 잘 안 듣는다는 말, 맞나요

반은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더 맞으셔야 합니다.

같은 백신을 맞아도 나이 든 몸은 항체를 덜 만듭니다. 굿윈 연구팀이 2006년에 1986년부터 2002년 사이 연구 31편을 모아 봤더니, 노인이 항체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젊은 성인의 반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교차비 0.24~0.59). 1991~92년 겨울 네덜란드에서 60세 이상 1,838명에게 진짜 백신과 가짜 주사를 나눠 놓고 지켜본 연구(1994년 발표)에서는 피검사로 확인한 독감이 백신 쪽 4%, 가짜 주사 쪽 9%였습니다. 절반으로 줄이기는 하지만 다 막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자료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6년 4월에 처음 낸 국가 인플루엔자 연례보고서를 보면, 2024~2025절기에 65세 이상 어르신의 접종률은 81.6%였고, 고령층에서 백신이 독감에 걸리는 것 자체를 막은 효과는 20%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중증으로 가는 것과 사망을 막은 효과는 50~80%였습니다. 걸리는 것은 잘 못 막아도 중하게 앓는 것은 막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르신은 맞으셔야 합니다.

어르신 백신은 감염은 잘 못 막아도 중증과 사망은 막습니다 (자료: 질병관리청·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 인플루엔자 연례보고서 첫 발간」 보도참고자료, 2026년 4월 17일)
어르신 백신은 감염은 잘 못 막아도 중증과 사망은 막습니다 (자료: 질병관리청·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 인플루엔자 연례보고서 첫 발간」 보도참고자료, 2026년 4월 17일)

그래서 노인용 백신이 따로 나왔습니다. 항원을 표준 용량의 4배 넣은 고용량 백신을 65세 이상 31,989명에게 표준 백신과 나눠 놓고 두 절기를 지켜본 2014년 연구에서, 고용량 쪽이 독감 환자를 24.2% 덜 냈습니다. 영국은 65세 이상에게 면역증강제를 넣은 백신 같은 노인용 백신을 따로 씁니다. 우리나라 국가예방접종은 아직 표준 백신입니다. 질병관리청 담당 국장은 2026년 9월 국회 토론회에서 75세 이상부터 고면역원성 백신을 도입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내년 예산안에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2024~2025절기에 65세 이상에게만 쓰는 면역증강 백신입니다. 상자에 「65세 이상」이라고 따로 찍혀 있습니다 (사진: Whispyhistory, CC0, 위키미디어 공용)
영국에서 2024~2025절기에 65세 이상에게만 쓰는 면역증강 백신입니다. 상자에 「65세 이상」이라고 따로 찍혀 있습니다 (사진: Whispyhistory, CC0, 위키미디어 공용)
예순다섯이 넘으면 표준 용량으로는 모자라서 4배 용량 백신이 따로 있습니다 (자료: DiazGranados 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4)
예순다섯이 넘으면 표준 용량으로는 모자라서 4배 용량 백신이 따로 있습니다 (자료: DiazGranados 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4)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어르신 본인 주사가 걸리는 것을 20%밖에 못 막으면, 나머지는 어디서 막느냐는 것입니다.

요양원 어르신을 지킨 것은 어르신의 주사가 아니었습니다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실험이 1994년 겨울 글래스고에서 있었습니다.

포터 연구팀이 노인 장기요양병원 12곳을 골라 반은 직원에게 접종을 권해 열에 여섯이 맞았고 반은 권하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1,059명이었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세어 보니 직원이 주사를 맞은 병원에서는 환자 열 명 중 한 명이 돌아가셨고, 안 맞은 병원에서는 열 명 중 거의 두 명이 돌아가셨습니다. 10%와 17%였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이 있었습니다. 환자 본인이 주사를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는 사망률과 별 관계가 없었습니다. 논문 결론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몸이 많이 약한 장기요양 노인 환자한테는 본인이 백신을 맞아도 눈에 띄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요.

직원이 독감 주사를 맞은 병원에서 어르신이 덜 돌아가셨습니다 (자료: Potter 외,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1997 / Carman 외, Lancet 2000)
직원이 독감 주사를 맞은 병원에서 어르신이 덜 돌아가셨습니다 (자료: Potter 외,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1997 / Carman 외, Lancet 2000)

두 해 뒤 같은 팀이 규모를 키워 다시 했습니다. 카먼 연구팀이 1996년 겨울 스코틀랜드의 노인 장기요양병원 20곳을 나눠 직원 접종률을 한쪽은 51%, 다른 쪽은 5%로 만들고 여섯 달을 지켜봤습니다. 직원이 맞은 병원에서는 환자 749명 중 102명이 돌아가셨고(13.6%), 안 맞은 병원에서는 688명 중 154명이 돌아가셨습니다(22.4%). 2000년 1월 『랜싯』에 실린 결과입니다. 영국에서 2003~05년 두 겨울 요양홈 44곳으로 한 번 더 했을 때도, 독감이 돌던 첫 겨울에는 직원이 맞은 곳의 사망이 100명당 5명 적었습니다(독감이 거의 없던 이듬해 겨울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2006년 『BMJ』에 실렸습니다. 프랑스 요양원 40곳에서 한 연구는 다른 조건을 감안하고 계산해도 사망이 20% 줄었다고 2009년에 보고했습니다.

이 결과를 다 믿어도 되느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코크란 연합이 2016년에 이 연구들을 다시 검토하고 2025년에 한 번 더 갱신하면서, 연구의 질이 낮아서 직원 접종이 확진 독감이나 사망을 줄인다는 결정적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2017년에는 이 네 연구의 사망 감소폭이 계산상 나올 수 있는 것보다 너무 커서 그 결과를 믿기 어렵다고 따진 논문도 나왔습니다. 반대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이 2014년에 무작위 시험 네 편을 합쳐 보니 직원 접종이 있는 곳의 환자 사망이 29% 적었고, 관찰연구 네 편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정직할 것 같습니다. 직원이 주사를 맞으면 어르신이 얼마나 덜 돌아가시는지 정확한 숫자는 아직 다툼이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주사를 안 맞아서 어르신이 더 안전해진 연구는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도 2012년 입장문에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접종을 고려할 대상에 넣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걸리면 약한 환자한테 옮길 수 있어서라고요.

1918년 월터리드 병원에서 마스크를 쓴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백 년 전에도 어르신 곁에 가장 오래 있는 사람은 돌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진: Harris & Ewing,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18년 월터리드 병원에서 마스크를 쓴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백 년 전에도 어르신 곁에 가장 오래 있는 사람은 돌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진: Harris & Ewing,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는 언제 어디서 맞으시나요

시설 안에서, 무료로 맞으십니다. 보호자가 모시고 나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독감은 감염병예방법 제24조가 정한 필수예방접종이고, 질병관리청 고시가 65세 이상을 국가예방접종 대상으로 정해 나라가 값을 냅니다. 2026~2027절기 국가예방접종은 임신부와 2회 접종 어린이가 9월 21일, 1회 접종 어린이가 9월 28일부터, 어르신은 나이에 따라 10월 12일부터 시작해 2027년 4월 30일까지입니다.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시작일종료일
75세 이상2026년 10월 12일(월)2027년 4월 30일
70~74세2026년 10월 15일(목)2027년 4월 30일
65~69세2026년 10월 19일(월)2027년 4월 30일
임신부·2회 접종 어린이2026년 9월 21일(월)2027년 4월 30일
1회 접종 어린이(생후 6개월~14세)2026년 9월 28일(월)2027년 4월 30일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은 이 날짜에 병원에 가서 줄 서실 필요가 없습니다. 질병관리청의 국가예방접종 지침은 사회복지시설에 계셔서 병원에 다니기 어려운 분을 위해 방문 예방접종 절차를 따로 두었습니다. 시설이 미리 어르신 본인이나 보호자 동의를 받습니다. 촉탁의가 있는 시설은 어르신 상태를 잘 아는 촉탁의가 놓고, 촉탁의가 없으면 보건소가 맡습니다. 어느 쪽이든 의사가 예진을 하고, 접종 뒤 20~30분 동안 이상반응을 지켜봅니다. 예진표는 어르신 본인이나 법정대리인, 보호자가 쓰게 되어 있어서 시설에서 보호자께 미리 서명을 받습니다. 요양원이 어떤 곳이고 요양병원과 무엇이 다른지는 요양원·요양병원·주야간보호 차이에 적어 두었습니다.

독감 백신을 주사기에 옮기는 장면입니다. 요양원에서는 이 주사를 병원이 아니라 시설 안에서 놓습니다 (사진: Jim Gathany,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독감 백신을 주사기에 옮기는 장면입니다. 요양원에서는 이 주사를 병원이 아니라 시설 안에서 놓습니다 (사진: Jim Gathany,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올해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9월 11일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내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고령층이 생활하는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의 경우, 연령별 접종 일정과 관계 없이, 지역사회 유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백신이 공급되는 시점부터 접종을 허용할 예정이다.

— 질병관리청 보도참고자료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예년보다 이른 유행, 학생 및 고위험군 대응 강화」(2026년 9월 11일)

그러니 올해 요양원 어르신은 10월 12일을 기다리지 않고 시설에 백신이 들어오는 대로 맞으실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올해는 왜 서둘러야 하나요

독감이 한 달 넘게 일찍 왔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은 해마다 의원급 표본기관에 오는 외래환자 1,000명 중 독감 의심 증상인 사람이 몇 명인지를 셉니다. 2026년 36주차(8월 30일~9월 5일)에 그 수가 25.3명이었습니다.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은 12.9명이고, 작년 같은 주는 6.6명이었습니다. 그래서 9월 11일에 유행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작년에는 10월 17일, 재작년에는 12월 20일이었습니다. 같은 주에 병원급 표본기관에 입원한 독감 환자는 300명이었고 그중 65세 이상이 60.0%였습니다.

올해 독감은 9월 첫째 주에 이미 유행 기준을 두 배 가까이 넘었습니다 (자료: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2026년 9월 11일)
올해 독감은 9월 첫째 주에 이미 유행 기준을 두 배 가까이 넘었습니다 (자료: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2026년 9월 11일)

지난 절기가 어땠는지도 적어 두겠습니다. 2024~2025절기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2025년 1월 첫째 주에 1,000명당 99.8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금 같은 감시 체계를 만든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그 절기 표본기관 입원환자 중 65세 이상이 52.4%(4,528명)였습니다. 건강보험 자료로 계산한 인플루엔자 기여 사망자는 5,257명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습니다.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에서는 폐렴이 2024년 사망원인 3위(30,103명)이고 80세 이상에서는 2위입니다. 어르신께 독감이 무서운 건 이렇게 폐렴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레와 폐렴에 대해서는 물 한 모금에 기침을 하실 때에 따로 적었습니다.

직원 접종은 누가 챙기나요

법이 시키지는 않습니다. 시설이 알아서 챙깁니다. 이건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염병예방법 제24조는 인플루엔자를 필수예방접종 목록에 넣어 두었지만, 그 조문은 시장·군수·구청장이 보건소를 통해 접종을 실시하라는 것이지 요양원 직원에게 맞으라고 하는 조문이 아닙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5가 시설에 요구하는 것은 입소자와 직원의 연 1회 건강진단(결핵검진 포함)과 신규 채용 때 건강진단서 확인이지 독감 접종이 아닙니다.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고시 제43조 제8항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위생관리와 소독관리를 하라고 할 뿐 접종을 말하지 않습니다.

돈도 그렇습니다. 국가예방접종 무료 대상은 65세 이상, 생후 6개월에서 14세, 임신부입니다. 요양보호사와 간호인력은 65세 미만이면 무료 대상이 아닙니다.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요양시설 종사자 접종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경기도는 2025년에 19곳이던 참여 시·군을 2026년에는 30곳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2025년에는 김포시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김포시가 하는지는 보건소에 물어봐야 합니다. 그런 지원이 없는 곳은 시설이나 직원 본인이 냅니다. 그래서 직원 접종률은 시설마다 다릅니다.

독감 주사를 놓는 장면입니다. 요양원 직원 접종은 법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시설이 정하는 일입니다 (사진: 미국 볼티모어 카운티 정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독감 주사를 놓는 장면입니다. 요양원 직원 접종은 법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시설이 정하는 일입니다 (사진: 미국 볼티모어 카운티 정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평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5년 시설급여 평가 매뉴얼에 「백신 접종률」 지표(평가지표 41)가 새로 생겼습니다. 입소 어르신 가운데 그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한 비율을 각각 세어 둘 다 100%면 만점을 주는 지표입니다. 2025년 평가에서는 충족한 것으로 치고, 실제 비율은 그다음 평가부터 셉니다. 어르신 접종을 시설이 챙겼는지를 나라가 점수로 세기 시작한 것입니다. 같은 매뉴얼의 감염관리 지표(평가지표 22)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 시설이 할 조치의 예로 「수급자 및 직원 독감 예방접종」을 적어 두었고, 직원 권익향상 지표(평가지표 6)에는 직원 복지제도의 예로 「예방접종 지원」이 들어 있습니다. 직원 접종은 아직 의무가 아닙니다. 그래도 평가 매뉴얼이 좋은 예로 들 만큼은 됐다는 뜻입니다. 시설을 고를 때 무엇을 보면 되는지는 요양원 고르는 법에 적어 두었습니다.

Q.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 독감 예방접종, 보호자가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하나요

아닙니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국가예방접종 대상이라 무료이고, 요양원에 계시면 시설 안에서 받으십니다. 2026~2027절기 어르신 접종은 75세 이상이 10월 12일, 70~74세가 10월 15일, 65~69세가 10월 19일부터 시작해 2027년 4월 30일까지입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9월 11일 유행주의보를 내면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이 연령별 일정과 관계없이 백신이 공급되는 시점부터 접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올해는 시설에 언제 백신이 들어오는지, 어머니는 언제 맞으시는지, 예진표는 누가 쓰는지 세 가지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Q. 요양원 직원 독감 접종은 의무인가요

의무는 아닙니다. 감염병예방법 제24조는 인플루엔자를 필수예방접종에 넣어 두었지만 그것은 시장·군수·구청장이 보건소를 통해 접종을 실시하라는 뜻이고, 시설 직원에게 맞으라고 강제하는 조문은 아닙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5가 시설에 요구하는 것은 입소자와 직원의 연 1회 건강진단이지 독감 접종이 아닙니다. 직원은 65세 미만이면 국가예방접종 무료 대상도 아니라서, 지자체가 자체 사업으로 지원하지 않는 한 시설이나 본인이 비용을 냅니다. 그래서 직원 접종률은 시설마다 다르고, 물어보셔야 압니다.

Q.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셔도 그대로 물어보실 것

  1. "어르신 독감 접종은 시설에서 하나요, 언제 하나요." 시설에서 한다, 백신이 오는 대로 한다, 동의는 보호자께 미리 받는다는 답이 나와야 합니다. 보호자가 모시고 나가야 한다는 곳은 드뭅니다.
  2. "직원분들도 맞으세요? 몇 퍼센트나 맞으시나요." 숫자로 답하는 곳도 있고 못 하는 곳도 있습니다. 숫자가 나온다면 그 시설은 접종률을 실제로 세고 있다는 뜻입니다.
  3. "직원 접종 비용은 누가 내나요." 시설이 낸다는 답이면 시설이 그 일을 자기 일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4. "독감이 돌면 면회는 어떻게 되나요." 면회를 아예 막는지, 마스크를 쓰고 되는지, 증상이 있는 가족만 미루는지를 미리 들어 두시면 겨울에 놀라지 않으십니다.
  5. "어르신이 열이 나면 어디로 연락이 오고, 항바이러스제는 어떻게 쓰나요." 65세 이상은 의사가 증상만 보고 처방해도 항바이러스제에 건강보험이 됩니다. 계약의사나 협약 병원이 어디인지까지 들어 두십시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에서도 어르신 접종은 위에 적은 지침대로 시설 안에서 합니다. 접종 전에 보호자께 동의를 받고, 의사가 예진을 한 뒤에 놓습니다. 올해는 질병관리청 방침에 따라 연령별 날짜를 기다리지 않고 백신이 공급되는 대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직원 접종은 위에 적은 대로 법이 시키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저희는 직원이 맞아야 어르신 접종이 마무리된다고 봅니다. 글래스고 연구가 그렇게 나왔고, 어르신 곁에 하루 종일 있는 사람이 요양보호사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직원 접종률이 얼마인지, 비용은 누가 냈는지는 전화 주시면 그해 숫자로 답해 드리려고 합니다. 요양보호사를 법정 배치기준보다 여유 있게 두는 이유도 같습니다.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 열이 나는 직원이 무리해서 출근하지 않고 쉴 수 있습니다. 그 숫자를 읽는 법은 인력 배치기준 읽는 법에 적어 두었고, 자주 받는 다른 질문은 자주 묻는 질문에 모아 두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간호 공간입니다. 어르신 접종은 병원이 아니라 이런 시설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간호 공간입니다. 어르신 접종은 병원이 아니라 이런 시설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돈 들이지 않고 하실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어머니가 계신 시설에 전화해 올해 백신이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올해는 유행이 한 달 넘게 일찍 왔고, 질병관리청이 요양시설은 날짜와 관계없이 맞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으니 10월 12일을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동의서에 서명이 필요하면 그날 바로 해 드리십시오.

다른 하나는 보호자 본인이 맞으시는 것입니다. 면회 오는 가족도 어르신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65세 미만이면 무료는 아니지만, 그 주사가 어머니를 지키는 주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글 앞부분의 1918년 이야기를 한 번만 더 떠올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때는 백신이 없어서 마스크 쓴 간호사하고 들것 든 자원봉사자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백신이 있고, 요양원에 계시면 시설에서 놓아 드리고, 값은 나라가 냅니다. 그러니 챙기기만 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여기 선생님들도 맞으세요?" 하고 물으신 따님이 맞았습니다. 그렇게 물어보신다고 시설을 의심하는 게 되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위해서 당연히 물어보실 수 있는 겁니다. 어느 요양원에든 편하게 물어보십시오.

1918년 10월 세인트루이스 적십자 자동차 봉사단이 들것을 들고 서 있습니다. 백신이 나오기 25년 전이라 이 사람들이 곧 방역이었습니다 (사진: 미국 의회도서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18년 10월 세인트루이스 적십자 자동차 봉사단이 들것을 들고 서 있습니다. 백신이 나오기 25년 전이라 이 사람들이 곧 방역이었습니다 (사진: 미국 의회도서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질병관리청 보도참고자료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예년보다 이른 유행, 학생 및 고위험군 대응 강화」(2026년 9월 11일) / 질병관리청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계획」(정책 제2026-452호, 대한병원협회 공유 공문) / 질병관리청 「2026년 국가예방접종 지침」 방문 예방접종 항목 / 질병관리청 「2024-2025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관리지침」 거동 불편 어르신 사업대상자의 예방접종 관리 / 질병관리청 고시 「예방접종의 실시기준 및 방법」 제4조(예진표)·별표 1 / 질병관리청·국민건강보험공단 보도참고자료 「국가 인플루엔자 연례보고서 첫 발간」(2026년 4월 17일) 및 「2024-2025절기 국가 인플루엔자 연례보고서」 /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2024년 사망원인통계」(2025년 9월) / 국민건강보험공단 「2025년 장기요양기관 시설급여(노인요양시설) 평가 매뉴얼」 평가지표 6·22·41 / 행정안전부 「2026년 새해 달라지는 정책」 경기도 항목(감염취약시설 종사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지원 19개→30개 시·군) 및 중부일보 2025년 7월 8일 보도(2025년 참여 19개 시·군) / 국회 정책토론회 질병관리청 국장 발언 보도(파이낸셜뉴스 2026년 9월 10일)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 /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5 / 보건복지부 고시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43조 / Potter J 외,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1997;175:1-6 / Carman WF 외, Lancet 2000;355:93-97 / Hayward AC 외, BMJ 2006;333:1241 / Lemaitre M 외,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2009;57:1580-1586 / Thomas RE 외,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6 및 2025 갱신판, CD005187 / De Serres G 외, PLoS ONE 2017;12(1):e0163586 / Ahmed F 외,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2014;58:50-57 / Goodwin K 외, Vaccine 2006;24:1159-1169 / Govaert TM 외, JAMA 1994;272:1661-1665 / DiazGranados CA 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4;371:635-645 / WHO, Vaccines against influenza: WHO position paper, Weekly Epidemiological Record 2012;87:461-476 / Johnson NP·Mueller J, Bulletin of the History of Medicine 2002;76:105-115 / Taubenberger JK·Morens DM,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2006;12:15-22 / Smith W·Andrewes CH·Laidlaw PP, Lancet 1933;222:66-68 / Smith W·Stuart-Harris CH, Lancet 1936;228:121-123 / Victor C. Vaughan, A Doctor's Memories (1926) / 세계보건기구 「History of influenza vaccination」

사진과 그림은 모두 위키미디어 공용에서 가져왔고, 저작자와 라이선스는 각 사진 설명에 적었습니다. 도표는 위에 적은 자료의 수치로 직접 그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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