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세 분이 따로따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리어왕은 재산을 먼저 딸들에게 다 넘겨주고, 자기 노후는 딸들이 돌아가며 맡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얼마나 맡을지는 정하지 않고 "누가 나를 더 사랑하느냐"만 물었습니다. 상담실에서 형제분들이 다투시는 걸 보면 꼭 그 장면 같습니다.

같은 어르신 일로 한 주에 세 분이 전화를 주신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 전화는 큰아드님이었습니다. 한 달에 얼마가 드는지, 그것만 물으셨습니다. 이틀 뒤에 따님이 전화를 주셨는데 비용은 한 마디도 묻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원하지 않으시는데 모셔도 되는 거냐고 물으셨습니다. 주말에는 막내아드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요양원까지 갈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형이 자꾸 밀어붙인다고 하셨습니다.

세 분은 서로 통화한 적이 없었습니다. 세 분 다 어머니를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세 분 다 다른 형제는 자기만큼 어머니 생각을 안 한다고 여기고 계셨습니다.

추석이 두 주 남았습니다. 명절 밥상에서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면 대개 이렇게 흘러갑니다. 누가 더 자주 갔느냐, 누가 병원비를 냈느냐, 누가 어머니 성격을 제일 잘 아느냐. 그러다 한 사람이 "너는 명절에만 오면서"라고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끝납니다. 정작 어머니를 어디서 어떻게 모실지는 정해지지 않은 채로요.

이 글은 그 밥상에 앉으시기 전에 한번 읽어 보시라고 씁니다. 오래된 연극 한 장면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통계청 조사와 민법 조문 몇 개로 지금 우리 상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에드윈 오스틴 애비 「리어왕 1막 1장」(1898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아버지 마음에 드는 말을 하지 않은 막내 코딜리아가 빈손으로 궁정을 떠나는 장면입니다. 흰옷을 입고 등을 돌린 사람이 리어입니다
에드윈 오스틴 애비 「리어왕 1막 1장」(1898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아버지 마음에 드는 말을 하지 않은 막내 코딜리아가 빈손으로 궁정을 떠나는 장면입니다. 흰옷을 입고 등을 돌린 사람이 리어입니다

왜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형제끼리 싸움이 될까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늙은 왕이 나라를 세 딸에게 나눠 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나눠 주기 전에 왕이 딸들에게 묻습니다. 너희 중에 누가 나를 제일 사랑하느냐, 제일 사랑하는 딸에게 제일 큰 땅을 주겠다. 큰딸과 둘째는 듣기 좋은 말을 잔뜩 하고, 막내 코딜리아는 그런 말은 못 하겠다고 합니다. 왕은 화가 나서 막내 몫을 두 언니에게 주고 막내를 내쫓아 버립니다. 여기까지는 많이들 아시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눈여겨보지 않는 대목이 그다음에 있습니다. 왕은 나라를 다 넘겨주면서 자기 노후를 어떻게 할지도 정합니다. 자기를 따르는 기사 백 명을 두 딸 부부가 먹여 살리고, 자기는 그 백 명을 데리고 한 달씩 번갈아 가며 두 딸 집에서 지내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재산은 먼저 다 주고, 노후는 자식들이 돌아가며 맡는 약속입니다. 그 약속이 지켜질지 아닐지는 따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확인이라고는 누가 나를 더 사랑하느냐고 물어본 것뿐이었습니다.

이 약속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얼마 안 가 큰딸이 기사를 쉰 명으로 줄이라고 합니다. 둘째 집에 갔더니 둘째는 스물다섯 명까지만 받겠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이런 말이 나옵니다. 기사가 한 명이라도 왜 필요하냐고요. 왕이 나는 너희에게 전부를 주지 않았느냐고 하자 둘째가 대답합니다. 그러게요, 때맞춰 잘 주셨지요. 그날 밤 왕은 딸의 집에서 나와 폭풍 속을 헤맵니다.

기사 백 명을 두겠다던 약속이 얼마 안 가 한 명도 필요 없다는 말로 바뀝니다 (자료: 셰익스피어 『리어왕』 폴저 셰익스피어 도서관 편집본)
기사 백 명을 두겠다던 약속이 얼마 안 가 한 명도 필요 없다는 말로 바뀝니다 (자료: 셰익스피어 『리어왕』 폴저 셰익스피어 도서관 편집본)

재산을 먼저 주고 노후를 맡기는 약속은 연극 속 이야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역사학자 일레인 클라크가 1982년에 옛 잉글랜드 마을 법정 기록을 조사한 논문이 있습니다. 1258년부터 1457년 사이에 부모가 땅을 넘겨주는 대신 노후를 돌봐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계약서가 백 건 넘게 남아 있다고 합니다. 1407년의 한 계약서에는 먹을 것과 마실 것, 해마다 맥아 열여섯 부셸, 부활절마다 신발 한 켤레와 옷값 3실링, 그리고 집에 드나들 자유와 난롯가 자리와 침대까지 적혀 있습니다. 어떤 아들은 법정에 나와서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먹을 것과 옷과 잘 곳을 드리겠다고 약속하고, 약속을 안 지키면 관리가 자기 재산을 가져가도 좋다고까지 했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부양 약속을 이렇게 종이에 적고, 안 지키면 벌을 받게 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리어왕이 잘못한 건 딸들을 사랑한 게 아니라, 누가 나를 더 사랑하느냐를 기준으로 재산을 나눈 것입니다. 그리고 노후를 어떻게 할지는 한 줄로만 정해 놓고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두 딸도 처음부터 아버지를 미워한 것은 아닙니다. 기사 백 명을 먹여 살리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무거우니까 줄이기 시작한 겁니다. 상담실에서 형제분들이 다투시는 걸 보면 이 장면이 떠오릅니다. 돈은 누가 내고 시간은 누가 낼지를 정해야 하는 자리에서, 누가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지를 두고 다투고 계십니다. 리어왕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벤저민 웨스트 「리어왕 3막 4장」(1788년). 폭풍 속의 리어입니다. 딸들은 아버지를 내쫓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문을 닫았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벤저민 웨스트 「리어왕 3막 4장」(1788년). 폭풍 속의 리어입니다. 딸들은 아버지를 내쫓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문을 닫았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모 부양이 누구 책임입니까

통계청이 2002년부터 사회조사에서 같은 질문을 묻고 있습니다. 부모의 노후 생계를 주로 누가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입니다. 2002년에는 열 명 중 일곱 명(70.7%)이 「가족」이라고 답했습니다. 2024년에는 18.2%입니다. 그 자리를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라는 답이 채웠습니다(2024년 60.3%). 2002년과 2006년은 15세 이상, 그 뒤로는 13세 이상을 조사했고 보기 구성도 조금씩 바뀌었으니 추세로만 읽으셔야 합니다.

부모 노후는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스물두 해 만에 70%에서 18%로 줄었습니다 (자료: 통계청 사회조사, KOSIS)
부모 노후는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스물두 해 만에 70%에서 18%로 줄었습니다 (자료: 통계청 사회조사, KOSIS)

가족이 돌봐야 한다(가족 단독이든 정부·사회와 함께든)고 답한 사람들 안에서도 답이 바뀌었습니다. 2008년에는 그중 17.3%가 「장남 또는 맏며느리」라고 했는데 2018년에는 5.0%입니다. 「모든 자녀」라는 답은 58.6%에서 72.0%로 늘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이 세부 문항을 아예 묻지 않습니다.

가족이 돌봐야 한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도 장남을 꼽은 사람은 여섯 명에 한 명에서 스무 명에 한 명으로 줄었습니다 (자료: 통계청 사회조사, KOSIS)
가족이 돌봐야 한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도 장남을 꼽은 사람은 여섯 명에 한 명에서 스무 명에 한 명으로 줄었습니다 (자료: 통계청 사회조사, KOSIS)

부모 쪽 생각도 같은 방향입니다.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어르신께 재산을 어떻게 남기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장남에게 전부 또는 더 많이」는 2008년 21.3%에서 2023년 6.5%로 줄었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9.2%에서 24.2%로 늘었습니다.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전부 또는 더 많이」도 3.8%에서 8.8%로 늘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가구는 2020년 20.1%에서 2023년 10.3%로 줄었고, 노후 생활비를 마련할 사람으로 자녀만 꼽은 어르신은 2.6%뿐이었습니다.

장남에게 더 주겠다는 답은 줄고, 돌본 자녀에게 더 주겠다는 답과 내가 쓰겠다는 답은 늘었습니다 (자료: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장남에게 더 주겠다는 답은 줄고, 돌본 자녀에게 더 주겠다는 답과 내가 쓰겠다는 답은 늘었습니다 (자료: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이 숫자들을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부모님 노후를 누가 맡을지가 예전처럼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장남이 맡았고 그게 맞는지 아닌지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은 자식 모두가 함께 맡는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모두가 맡는다는 말은 자칫하면 아무도 안 맡는다는 말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형제끼리 앉아서 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정해 주는 사람이 이제는 없기 때문입니다.

법은 형제 중 누구에게 부양 의무를 두나요

민법을 보면 이렇습니다. 제974조는 부모와 자식처럼 직계혈족 사이에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정해 놓았습니다. 장남만이 아니라 자녀 전부에게 있는 의무입니다. 다만 제975조에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부모님이 자기 힘으로는 생활을 꾸릴 수 없을 때만 이 의무가 생깁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다 큰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의무를 「제2차 부양의무」라고 부릅니다. 자녀가 자기 생활을 하고도 여유가 있을 때 지는 의무라는 뜻입니다(대법원 2013. 8. 30.자 2013스96 결정). 그러니까 법이 자식에게 형편을 넘어서는 부담까지 지우지는 않습니다.

그다음 조문이 오늘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합니다.

부양의 의무있는 자가 수인인 경우에 부양을 할 자의 순위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협정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이를 정한다.

— 민법 제976조 제1항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부양할지에 대해서도 제977조가 같은 식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당사자끼리 정한 것이 없으면 법원이 정합니다. 제978조는 나중에 사정이 바뀌면 그 약속이든 법원 판결이든 다시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은 가정법원에서 다룹니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8호).

조문을 잘 보시면 순서가 있습니다. 법은 먼저 당사자끼리 정하라고 합니다. 형제끼리 정한 것이 있으면 법원은 끼어들지 않습니다. 정한 것이 없을 때만 법원이 대신 정해 줍니다. 그러니까 명절에 형제끼리 앉아서 누가 뭘 맡을지 이야기하는 것이, 법이 정해 놓은 첫 번째 순서인 셈입니다.

제임스 배리 「코델리아의 시신 앞에서 우는 리어왕」(1786~1788년). 법이 이런 결말까지 막아 주지는 못합니다. 대신 누가 얼마나 맡을지 정하는 순서는 정해 두었습니다
제임스 배리 「코델리아의 시신 앞에서 우는 리어왕」(1786~1788년). 법이 이런 결말까지 막아 주지는 못합니다. 대신 누가 얼마나 맡을지 정하는 순서는 정해 두었습니다

혼자 돈을 내 온 사람이 나중에 일부를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양할 사람이 여럿인데 그중 한 사람만 부양을 해 왔다면, 미리 나눠 내자고 말해 두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적당하다고 보는 범위에서 지난 부양료를 나눠 내라고 다른 사람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결정이 있습니다(대법원 1994. 6. 2.자 93스11 결정). 다만 이 결정은 이혼한 부모가 다 큰 자녀의 치료비를 두고 다툰 사건이라 형제 사이 사건은 아닙니다. 얼마씩 나눌지도 각자 재산과 수입을 보고 법원이 정합니다. 그러니 돌려받을 길이 있다는 것이지, 낸 만큼 다 돌려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속에도 관련된 조문이 있습니다. 민법 제1008조의2는 상속받을 사람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몫을 더 쳐 주는 기여분이라는 것을 두고 있습니다. 2005년에 법을 고치면서 같이 살고 간호한 것을 조문에 넣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2019년에 배우자가 오랫동안 같이 살면서 간호했더라도 보통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야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9. 11. 21.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그러니까 부모님을 돌봤다고 해서 상속 몫이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이것도 형제끼리 미리 이야기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요양원 계약과 장기요양 신청은 형제 중 누가 하나요

법으로는 누가 해도 됩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2조 제1항은 어르신이 몸이나 정신 상태 때문에 직접 신청하기 어려울 때 "본인의 가족이나 친족, 그 밖의 이해관계인"이 대신 장기요양인정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해 놓았습니다. 장남이어야 한다거나 형제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문은 없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는 절차는 형제 중 시간이 있는 한 사람이 시작하면 됩니다.

요양원 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제16조 제1항은 계약서에 계약 당사자, 계약기간, 급여의 종류와 비용, 비급여 항목별 비용을 적도록 합니다. 계약 당사자는 수급자와 장기요양기관입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시설이 "수급자 또는 그 가족에게" 급여 제공계획과 비용을 설명한 뒤 동의서를 받으라고 합니다. 가족 중 누구인지는 정하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설급여 표준약관(제10068호)을 보면 계약 당사자 칸이 셋입니다. 이용자(갑), 시설(을), 그리고 대리인 또는 보호자(병). 보호자 칸은 하나입니다. 보호자가 여러 명일 때 어떻게 하라는 조항은 이 약관에 없습니다. 위급할 때 시설이 즉시 알려야 하는 사람도, 임종이 임박했을 때 치료와 입원을 협의하는 사람도 그 한 사람(병)입니다.

「켄트 백작이 코딜리아를 변호하다」(1770년대, 작자 미상). 1막 1장에서 켄트는 왕의 결정에 맞서 코딜리아를 대신해 말하다가 추방당합니다. 어르신을 대신해서 말할 사람을 법이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가족이 정해야 합니다
「켄트 백작이 코딜리아를 변호하다」(1770년대, 작자 미상). 1막 1장에서 켄트는 왕의 결정에 맞서 코딜리아를 대신해 말하다가 추방당합니다. 어르신을 대신해서 말할 사람을 법이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가족이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실제 문제가 생깁니다. 법은 누가 해도 된다고 하고, 계약서에는 보호자를 한 사람만 적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형제분들은 그 한 사람을 정하지 않은 채로 각자 전화를 주십니다. 시설에서는 어느 분께 무엇을 알려 드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 분께 말씀드리면 다른 분이 왜 자기는 못 들었느냐고 하십니다. 요양원 한 달 비용이 급여와 비급여로 어떻게 나뉘는지를 한 분께 설명드리면, 다른 분은 다른 숫자를 들고 오십니다. 같은 설명도 사람을 한 번 거치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형제끼리 실제로 정해야 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형제분들 사이에서 정해야 하는 것은 누가 더 효자냐가 아닙니다. 상담을 하면서 보면 형제분들이 실제로 부딪히는 자리는 세 군데입니다.

나눌 것무엇을 정하나한 사람이 다 맡을 필요가 없는 이유
돈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식사·상급침실료 등)를 누가 얼마씩 내나. 통장은 누구 것으로 하나형편이 다릅니다. 민법 제977조도 부양할 사람의 형편을 봐서 정하라고 합니다
시간면회는 누가 어느 요일에 가나. 병원 진료에는 누가 동행하나. 명절 외출은 누가 모시고 나가나사는 곳과 직장이 다릅니다. 가족돌봄휴가를 연 10일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2)
결정계약서에 보호자로 누가 서명하나. 시설이 응급 상황을 누구에게 먼저 알리나. 그 사람은 다른 형제에게 어떻게 전하나시설이 연락하는 사람은 한 명이어야 하지만, 결정은 그 사람 혼자 하지 않고 형제가 같이 해도 됩니다

돈을 내는 사람, 자주 찾아가는 사람, 계약서에 서명하는 사람이 다 달라도 됩니다. 오히려 그렇게 나누는 편이 오래갑니다. 한 사람이 셋을 다 맡으면 그 사람이 리어왕의 딸처럼 됩니다. 처음에는 다 하겠다고 했다가, 어느 날 이걸 내가 왜 다 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그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 사람한테 너무 많은 일이 몰렸기 때문입니다.

조지 롬니 「코델리아가 깨우는 리어」 습작(1774~1775년경). 4막에서 코델리아는 아버지가 자기를 알아보기까지 기다립니다
조지 롬니 「코델리아가 깨우는 리어」 습작(1774~1775년경). 4막에서 코델리아는 아버지가 자기를 알아보기까지 기다립니다

Q. 형제가 요양원 비용을 안 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먼저 알아 두실 것은 법이 자녀 전부에게 부양의무를 둔다는 점입니다(민법 제974조). 다만 그 의무는 자녀가 자기 생활에 여유가 있을 때 지는 제2차 의무이고(대법원 2013스96 결정), 형편이 정말 안 되는 형제에게 억지로 물릴 수는 없습니다. 형제끼리 분담을 정하지 못하면 가정법원에 부양의 순위와 정도, 방법을 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976조·제977조, 가사소송법 제2조 마류 8호). 부양할 사람이 여럿인데 혼자 내 온 사람은 나머지에게 지난 부양료를 나눠 내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결정도 있습니다(93스11). 다만 법원까지 가기 전에 종이 한 장 써 두는 것이 훨씬 쉽고 쌉니다. 누가 매달 얼마를 어느 통장으로 내는지 적고 형제가 서명해 두면, 그게 바로 민법 제976조가 말하는 당사자끼리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사정이 바뀌면 다시 바꿀 수 있습니다(제978조). 한 번 정했다고 끝까지 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Q. 형제 의견이 다를 때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든 물어볼 것이 있을까요

  1. 계약서에 보호자를 몇 명까지 적을 수 있는지, 응급 연락 순서를 두 사람 이상으로 둘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표준약관은 한 칸이지만 시설마다 운영이 다릅니다.
  2. 비용 안내를 문서로 받아서 형제 전원에게 같은 문서를 보내십시오. 전화로 들은 금액은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합니다. 시행규칙 제16조는 비급여 항목별 비용을 계약서에 적도록 합니다.
  3. 형제가 같이 견학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따로 보고 오면 판단도 따로 하게 됩니다.
  4. 어르신 본인의 의사를 시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 물어보십시오. 형제 다수결을 결정 방식으로 정해 둔 법은 없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어르신 본인이고(시행규칙 제16조), 법은 어르신이 자신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급여를 받도록 하라고 합니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조).
  5. 입소 뒤 형제 중 한 사람이 면회를 오지 않아도 다른 형제가 어르신 상태를 어떻게 전달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은 형제분들이 따로 전화를 주셔도 같은 자료를 드리려고 합니다. 비용은 급여 본인부담과 비급여로 갈라서 문서로 드리고, 그 문서를 다른 형제분께 그대로 보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형제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시는 견학을 더 반깁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공용 공간입니다. 형제분들이 함께 오셔서 같은 설명을 같은 자리에서 들으시는 편이 상담이 빠릅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공용 공간입니다. 형제분들이 함께 오셔서 같은 설명을 같은 자리에서 들으시는 편이 상담이 빠릅니다

요양원을 고를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 페이지를 형제분들과 함께 읽고 오시면 상담이 절반은 끝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명절 전에 하실 수 있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형제 단체 대화방을 하나 만드는 것입니다. 안부 대화방 말고, 어머니 이야기만 하는 방입니다. 거기에 이 글에 있는 표를 하나만 올리십시오. 돈은 누가 내고, 시간은 누가 내고, 결정은 누가 할지 한 줄씩 적어 보자고 하시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께 직접 여쭤보는 것입니다. 형제들이 정하기 전에 어머니가 무엇을 원하시는지요.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어르신 넷 중 한 분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 자기와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고 답하셨습니다. 어르신들도 자기 노후를 자식 일이 아니라 자기 일로 생각하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포드 매독스 브라운 「리어와 코딜리아」(1849~1854년). 잠든 아버지 곁을 지키는 코딜리아입니다. 이 연극에서 아버지와 딸이 화해하는 유일한 장면입니다 (사진: 테이트 소장본, CC0, 위키미디어 공용)
포드 매독스 브라운 「리어와 코딜리아」(1849~1854년). 잠든 아버지 곁을 지키는 코딜리아입니다. 이 연극에서 아버지와 딸이 화해하는 유일한 장면입니다 (사진: 테이트 소장본, CC0, 위키미디어 공용)

리어왕은 딸들을 사랑했고, 딸들도 처음부터 아버지를 내쫓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형제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미워해서 다투는 것이 아닙니다. 다들 어머니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히려 누가 뭘 맡을지 정하는 이야기를 피하게 됩니다. 돈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내가 나쁜 자식이 되는 것 같아서요.

형제끼리 다투고 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내가 너무 돈 이야기를 했나, 내가 너무 나섰나 싶어집니다. 그런데 그건 어머니를 덜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군가는 돈과 시간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하는데, 그 말을 꺼내는 사람이 꼭 나쁜 자식처럼 보이니까 그렇습니다. 그 말을 먼저 꺼내는 분이 어머니 일을 제일 먼저 챙기고 계신 겁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리어왕』 폴저 셰익스피어 도서관 편집본 1막 1장·1막 4장·2막 4장 (folger.edu) / Elaine Clark, "Some Aspects of Social Security in Medieval England", Journal of Family History 7(4), 1982 / 통계청 사회조사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 2002~2024년 (KOSIS DT_1SSFA040R·DT_1W2A03),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 결과」 보도자료 2024.11.12 /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 2024.10.16 및 보고서 제6장 / 민법 제974조·제975조·제976조·제977조·제978조·제1008조의2 /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8호 / 대법원 1994. 6. 2.자 93스11 결정, 대법원 2013. 8. 30.자 2013스96 결정, 대법원 2019. 11. 21.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조·제22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6조 / 공정거래위원회 장기요양급여 이용 표준약관(시설급여) 제10068호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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