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 아니냐고 물으셨습니다

노인을 버리는 옛이야기는 하나같이 노인을 도로 모셔오는 이야기로 끝납니다. 그리고 고려장이 실제로 있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일어서시면서 따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현대판 고려장 아니에요?"

웃으셨지만 웃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은 누가 그분께 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친척 중 누군가가, 아니면 본인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건 옛날에 늙은 부모를 산에 버리던 것과 같다고요.

그 자리에서는 아니라고만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니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고려장이 정말 있었는지, 그 이야기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모 부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요.

찾아보니 세 가지가 나왔습니다. 첫째, 노인을 버리는 옛이야기는 하나같이 노인을 도로 모셔오는 이야기로 끝납니다. 둘째, 고려장이 실제 풍습이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셋째, 요양원을 알아보는 마음이 특별히 못된 마음이라는 근거는 어느 조사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쓰키오카 요시토시가 1891년에 그린 「달 백 가지 모습」 중 「오바스테의 달」입니다. 조카가 늙은 숙모를 업고 산으로 오르는 장면인데, 이 이야기의 끝은 뒤에 적겠습니다 (그림: 쓰키오카 요시토시,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소장, CC0, 위키미디어 공용)
쓰키오카 요시토시가 1891년에 그린 「달 백 가지 모습」 중 「오바스테의 달」입니다. 조카가 늙은 숙모를 업고 산으로 오르는 장면인데, 이 이야기의 끝은 뒤에 적겠습니다 (그림: 쓰키오카 요시토시,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소장, CC0, 위키미디어 공용)

그 고려장 이야기, 끝이 어떻게 되는지 기억하시나요

대개 이렇게 기억하십니다. 옛날에는 늙은 부모를 지게에 지고 산에 가서 버리고 왔다고요. 그런데 그 이야기에는 뒷부분이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실린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아버지가 늙은 할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산에 가서 내려놓고 지게를 버리고 오려 합니다. 따라온 아들이 그 지게를 도로 가져가려 하자 아버지가 말립니다. 아이가 답합니다. 나중에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로 져다 버려야 하니까요. 아버지는 그 말에 할아버지를 다시 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뒤로 고려장이 없어졌다는 것이 이야기의 끝입니다.

박물관에 있는 지게입니다. 고려장 이야기에서 할아버지를 산에 지고 갔다가 도로 지고 내려온 것도 이 도구입니다 (사진: 한국문화정보원 Korea.net,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박물관에 있는 지게입니다. 고려장 이야기에서 할아버지를 산에 지고 갔다가 도로 지고 내려온 것도 이 도구입니다 (사진: 한국문화정보원 Korea.net,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이 이야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지만 끝은 같습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린 고려장 이야기 38편을 세어 본 연구(최기숙, 2013년)에 따르면 그중 33편이 이 지게 이야기이거나, 늙은 어머니를 벽장에 숨겨 두었다가 그 지혜로 중국이 낸 어려운 문제를 풀어 임금이 고려장을 없앴다는 수수께끼 이야기입니다. 어느 쪽이든 노인을 도로 모셔오는 데서 끝납니다.

1904년에 찍은 조선의 지게꾼 사진입니다. 지게는 짐을 지는 도구였지 사람을 버리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사진: 코넬대학교 도서관 소장, 저작권 제한 없음, 위키미디어 공용)
1904년에 찍은 조선의 지게꾼 사진입니다. 지게는 짐을 지는 도구였지 사람을 버리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사진: 코넬대학교 도서관 소장, 저작권 제한 없음, 위키미디어 공용)

수수께끼 이야기 쪽은 뿌리가 불경에 있습니다. 472년에 한문으로 옮겨진 불경 『잡보장경』에 「노인을 버리는 나라」라는 이야기가 있고, 우리 이야기는 이것이 바뀐 것입니다. 그 나라에는 노인이 생기면 멀리 내다 버리라는 법이 있었습니다. 한 대신이 차마 그러지 못해 땅을 파고 밀실을 만들어 아버지를 숨겨 두고 모셨습니다. 어느 날 하늘의 신이 그 나라에 어려운 문제를 아홉 가지나 냅니다. 뱀 두 마리 중 어느 것이 암컷이냐, 흰 코끼리의 무게가 얼마냐, 통나무의 어느 쪽이 뿌리 쪽이냐 같은 것들입니다. 아무도 못 풀자 대신이 숨겨 둔 아버지께 여쭙고, 아버지의 답으로 나라가 구해집니다. 대신이 왕 앞에 나가 사실은 아버지를 숨겨 두었다고 고백하자, 왕은 노인을 버리는 법을 없애고 온 나라가 부모를 봉양하도록 명합니다. 이 불경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에도 들어 있습니다.

해인사 장경판전입니다. 「노인을 버리는 나라」 이야기가 실린 『잡보장경』도 이 안의 경판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진: Bernard Gagnon, CC0, 위키미디어 공용)
해인사 장경판전입니다. 「노인을 버리는 나라」 이야기가 실린 『잡보장경』도 이 안의 경판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진: Bernard Gagnon, CC0, 위키미디어 공용)

일본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앞에 올린 그림이 그 이야기입니다. 10세기 일본의 이야기책 『야마토 모노가타리』 156단에 실려 있습니다. 시나노 지방의 한 남자가 자기를 길러 준 늙은 숙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아내가 못마땅해하며 산에 버리고 오라고 채근합니다. 남자는 달 밝은 밤에 절에서 좋은 법회가 있다고 속여 숙모를 업고 높은 산에 올라가 두고 내려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산 위에 뜬 달을 보다가 남자는 노래 한 수를 짓습니다. 내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저 산에 비치는 달을 보고 있으니.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다시 가서 숙모를 모셔왔다. 그 뒤로 그 산을 오바스테야마, 숙모를 버린 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가타 겟코가 1896년에 그린 『야마토 모노가타리』 그림입니다. 남자가 숙모를 업고 산길을 오르고 있고 하늘에는 달이 떠 있습니다 (그림: 오가타 겟코,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오가타 겟코가 1896년에 그린 『야마토 모노가타리』 그림입니다. 남자가 숙모를 업고 산길을 오르고 있고 하늘에는 달이 떠 있습니다 (그림: 오가타 겟코,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이 산은 실제로 있습니다. 나가노현 사라시나 지방의 산이고, 905년에 엮인 노래집 『고킨와카슈』에 이미 이 산의 달을 읊은 노래가 실려 있을 만큼 오래된 달구경 명소입니다. 뒷날에는 논마다 달이 비친다고 해서 더 이름이 났고, 우타가와 히로시게도 그 달을 그렸습니다. 사람들은 천 년 넘게 그 달을 보러 갔는데, 그 산의 이름이 된 이야기는 노인을 버린 이야기가 아니라 버렸다가 도로 모셔온 이야기였습니다.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1853년에 그린 「시나노 사라시나의 논마다 비친 달」입니다. 숙모를 버렸다가 도로 모셔온 이야기의 산이 바로 이 지방에 있습니다 (그림: 우타가와 히로시게,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1853년에 그린 「시나노 사라시나의 논마다 비친 달」입니다. 숙모를 버렸다가 도로 모셔온 이야기의 산이 바로 이 지방에 있습니다 (그림: 우타가와 히로시게,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고려장은 정말 있었던 풍습인가요

여기서부터가 오늘 글의 핵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없었습니다.

고려 시대에 늙은 부모를 산에 버리는 풍습이 있었다는 문헌 기록도, 고고학 자료도 없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고려장 없어진 유래」 항목에서 이렇게 적습니다. 고려장은 고려 시대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고,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요. 민속학자 손진태 선생이 1947년에 고려 시대에 그런 풍습은 없었을 것이라고 보았고, 이수자 교수가 1987년에 같은 결론을 냈고, 역사학자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2026년 7월 17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고려사』입니다. 이 책의 형법 부분에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한 자식을 어떻게 벌하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사진: Jocelyndurrey,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고려사』입니다. 이 책의 형법 부분에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한 자식을 어떻게 벌하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사진: Jocelyndurrey,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오히려 기록에 남은 것은 반대 방향의 법입니다. 『고려사』 형법지는 조부모나 부모가 살아 계신데 자손이 호적과 재산을 따로 나누고 봉양을 제대로 안 하면 도형 2년에 처한다고 적었습니다. 부모를 때리면 참형, 부모를 고발하거나 욕하면 교형이었습니다. 불효한 사람은 그 자손까지 과거를 볼 수 없었습니다. 부모를 산에 버리기는커녕 밥을 제때 안 드려도 벌을 받던 나라였습니다.

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이 형법으로 쓴 『대명률』은 열 가지 큰 죄 가운데 일곱 번째로 불효를 두었고, 그 안에 「봉양에 결함이 있는 것」을 넣었습니다. 부모의 가르침을 어기거나 봉양이 모자라면 장 100대였습니다.

김홍도의 「자리짜기」입니다. 사방관을 쓴 가장이 자리를 짜고 아내는 물레를 돌리고 아이는 글을 읽습니다. 조선의 한 집안이 한 방에서 살림을 꾸리던 모습이고, 법은 이 집 자식이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하면 벌했습니다 (그림: 김홍도,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김홍도의 「자리짜기」입니다. 사방관을 쓴 가장이 자리를 짜고 아내는 물레를 돌리고 아이는 글을 읽습니다. 조선의 한 집안이 한 방에서 살림을 꾸리던 모습이고, 법은 이 집 자식이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하면 벌했습니다 (그림: 김홍도,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그러면 이 말은 어디서 퍼졌을까요. 지금까지 확인된 것 가운데 가장 이른 것은 1882년에 미국 사람 윌리엄 그리피스가 한국에는 와 보지 않은 채 쓴 『은자의 나라 한국』입니다. 거기에 고려장이 노인을 산 채로 묻는 풍습이라고 나오는데, 그리피스 본인도 자세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 뒤 1919년에 일본인 교사가 낸 조선 전설 책과 1924년 조선총독부가 낸 조선 동화집에 같은 줄거리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이 그때부터라는 것까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려장이라는 말 자체를 일본이 지어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1882년 책이 먼저 있고, 그 무렵 우리 신문에서는 고려장이 고려 때 무덤이라는 뜻으로도 쓰였습니다.

1904년에 나온 프랑스 사람 에밀 부르다레의 책 『한국에서』 10쪽에 실린 조선 남자의 사진입니다. 이 무렵 바깥사람들이 조선에 대해 쓴 책들 속에서 고려장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에밀 부르다레,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04년에 나온 프랑스 사람 에밀 부르다레의 책 『한국에서』 10쪽에 실린 조선 남자의 사진입니다. 이 무렵 바깥사람들이 조선에 대해 쓴 책들 속에서 고려장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에밀 부르다레,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옛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부모를 버린 나라는 없었고, 버리는 이야기는 전부 도로 모셔오는 이야기였고, 법은 봉양을 소홀히 한 자식을 벌했습니다. 그러니 요양원을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있지도 않았던 풍습에 빗대는 말입니다.

부모 부양은 가족이 해야 한다는 생각, 지금은 얼마나 남아 있나요

그런데 죄책감은 옛이야기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서도 옵니다. 그래서 통계청 사회조사를 봤습니다. 해마다 하는 조사인데 부모 부양을 묻는 가족 부문은 2년마다 들어가고, 2024년에는 13세 이상 국민 약 3만 6천 명이 답했습니다.

부모 부양은 누가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가족」이라고 답한 사람은 2008년에 40.7%였습니다. 2014년에는 31.7%, 2020년에는 22.0%, 2024년에는 18.2%였습니다. 열여섯 해 사이에 절반 아래로 줄었습니다. 2024년에 가장 많은 답은 「가족과 정부와 사회가 함께」였고 60.3%였습니다.

부모 부양은 가족이 해야 한다는 답이 열여섯 해 사이 절반 아래로 줄었습니다 (자료: 통계청 「사회조사」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 국가지표체계 시계열 및 「2024년 사회조사 결과」)
부모 부양은 가족이 해야 한다는 답이 열여섯 해 사이 절반 아래로 줄었습니다 (자료: 통계청 「사회조사」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 국가지표체계 시계열 및 「2024년 사회조사 결과」)

같은 조사에서 65세 이상 응답자만 따로 보면 「가족」이 21.9%였습니다. 어르신 세대도 열 분 중 여덟 분은 가족만의 일이 아니라고 답하신 것입니다.

이 숫자로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요양원을 알아보는 자기만 남들 눈총 받는 소수라는 느낌은 사실과 다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부모 부양은 가족만의 책임이라고 답하는 쪽이 오히려 다섯 명 중 한 명입니다.

어르신 본인은 어디서 지내고 싶다고 하시나요

보호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면서도 직접 여쭙기 어려운 것이 이것입니다. 그래서 국가 조사가 대신 물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년마다 하는 노인실태조사인데, 가장 최근 것이 2023년에 65세 이상 어르신 9,955명에게 직접 물은 것입니다.

건강이 나빠져 거동이 불편해지면 어디서 살고 싶으신지 물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에서 계속 살겠다는 답이 48.9%로 가장 많았습니다.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겠다는 답이 27.7%, 실버타운 같은 노인전용주택으로 가겠다는 답이 16.5%였습니다. 자녀나 형제 집에서 함께 살겠다는 답은 2.5%였습니다.

몸이 불편해지면 자녀 집으로 가겠다는 어르신은 백 분 중 두세 분입니다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 표 10-22)
몸이 불편해지면 자녀 집으로 가겠다는 어르신은 백 분 중 두세 분입니다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 표 10-22)

이 숫자는 양쪽을 다 보셔야 합니다. 절반 가까운 어르신이 내 집에 있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마음은 진짜이고, 요양원을 알아보는 자식이 마음 무거운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은 시설이나 노인주택을 고르셨고, 자녀 집으로 가겠다는 분은 백 분 중 두세 분이었습니다. 자식 집에 가서 자식에게 몸을 맡기겠다는 어르신은 이제 거의 안 계신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노후 생활비를 누가 마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자녀」라고 답한 어르신은 2.6%였습니다. 보고서는 이 대목을 자식 부담을 되도록 줄이려는 마음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부모님이 자식 걱정을 안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는 것을 부모님이 먼저 피하고 계신 것입니다.

법은 요양원을 무엇이라고 적어 두었나요

요양원에 드는 돈의 대부분을 대는 장기요양보험은 법으로 만든 제도입니다. 그 법의 첫 조문이 이 제도가 왜 있는지를 적어 두었습니다.

이 법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등에게 제공하는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조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라는 말이 2007년 제정 때부터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가족이 힘든 것을 나라가 알고 만든 제도라는 뜻입니다. 이 제도를 쓰는 것은 제도가 처음부터 하라고 한 일입니다.

다만 같은 법 제3조 제3항은 재가급여를 우선 제공하라고도 적어 두었습니다. 어르신이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집에서 요양을 받는 쪽을 먼저 보라는 것입니다. 이것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법도 집을 먼저 봅니다. 그래서 순서는 이렇게 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고, 그것으로 안 될 때 시설로 옵니다. 법대로 하면 요양원이 첫 번째 답은 아닙니다. 그런데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보고 마지막에 남은 답이 요양원이라면, 그것도 법이 정해 둔 길입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주야간보호가 어떻게 다른지는 요양원·요양병원·주야간보호 차이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요양원을 알아보는 집은 드문 집이 아닙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5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 표 1-1·2-5·4-1)
요양원을 알아보는 집은 드문 집이 아닙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5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 표 1-1·2-5·4-1)

이 제도를 쓰는 사람의 규모도 적어 두겠습니다. 2025년 12월 말에 장기요양 인정을 받은 어르신은 123만 5,045명입니다. 65세 이상 인구와 견주면 열 분 중 한 분꼴(11.2%)입니다. 전국 노인요양시설은 4,802곳이고 정원을 다 더하면 24만 7,685명입니다. 요양원을 알아보는 집은 드문 집이 아닙니다. 열 집 중 한 집은 거치는 일입니다.

요양원에 모신 뒤에 가족은 어떻게 지내나요

보내고 나면 마음이 더 무거워질까 봐 걱정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것을 물은 조사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에 한 장기요양실태조사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선희 연구원이 다시 분석해 2024년 2월 보건복지포럼에 실었습니다. 장기요양급여를 쓰는 가족 2,978명에게 이 제도가 무엇에 도움이 됐는지 물은 것입니다. 신체적 부양 부담이 줄었다는 답이 89.1%, 정신적 부양 부담이 줄었다는 답이 86.7%였습니다. 사회활동을 더 할 수 있게 됐다는 답이 78.5%,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는 답이 78.0%였습니다.

장기요양급여를 쓰는 가족 열에 아홉이 몸과 마음의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자료: 보건복지부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 재분석, 이선희, 보건복지포럼 328호, 2024년)
장기요양급여를 쓰는 가족 열에 아홉이 몸과 마음의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자료: 보건복지부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 재분석, 이선희, 보건복지포럼 328호, 2024년)

논문은 한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경제적 부담을 뺀 나머지 세 항목에서 시설급여를 쓰는 가족의 긍정 응답이 재가급여를 쓰는 가족보다 모두 높았다는 것입니다. 제도 전반에 만족한다는 답도 시설급여 가족이 89.4%로 재가급여 가족의 85.3%보다 높았습니다. 시설에 모신 가족이 더 후회한다는 결과는 이 조사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언제 그 결정을 하게 되는지도 조사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3월에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중앙치매센터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에서,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모시기 전에 가족이 집에서 돌본 기간은 평균 27.3개월이었습니다. 두 해 넘게 집에서 해 보고 나서 오시는 것입니다. 집에서 돌보던 것을 그만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 때문에 24시간 돌봄이 어려워서였고 27.2%였습니다. 마음이 식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 스물네 시간이 안 나와서 보내는 것입니다. 집에서 돌보다 지쳐 소리를 지르게 되는 그 과정은 간병에 지쳤을 때 쓸 수 있는 제도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집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은 맞나요

요양원에 보내면 학대를 당한다더라는 말도 죄책감을 키우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 숫자도 봤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25년 6월에 낸 「202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입니다.

2024년 학대 판정 사례 7,167건건수비율
가정 안에서 일어난 것6,323건88.2%
생활시설(요양원 등)에서 일어난 것595건8.3%
병원·공공장소·그 밖의 곳249건3.5%

학대 행위자 7,881명(피해 어르신 한 분에 행위자가 여럿일 수 있어 사례 수와 다릅니다) 가운데 배우자가 38.7%, 아들이 26.4%, 딸이 7.3%였습니다.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는 15.8%였습니다.

이 표를 요양원이 집보다 안전하다는 뜻으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집에 계신 어르신이 시설에 계신 어르신보다 훨씬 많고, 신고되지 않은 일은 이 숫자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신고되어 학대로 판정된 일의 열에 아홉은 집 안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 일어났습니다. 집에 두는 것이 곧 안전이고 시설에 보내는 것이 곧 위험이라는 생각은 이 숫자와 맞지 않습니다. 어느 요양원이 안전한지를 보는 방법은 요양원 고르는 법에 적어 두었습니다.

Q.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면 불효인가요

불효라는 말의 근거로 흔히 드는 고려장은 실제로 있었던 풍습이 아닙니다. 고려와 조선의 법은 오히려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한 자식을 벌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부모 부양은 가족만의 책임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18.2%이고, 6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서도 21.9%입니다. 거동이 불편해지면 자녀 집에서 살겠다는 어르신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2.5%였습니다.

그러니 요양원을 고르는 것 자체를 불효라고 하는 쪽은 지금 사회에도, 부모님 세대에도, 법에도 없습니다. 남는 것은 어느 곳을 어떻게 고르고 그 뒤에 얼마나 찾아뵙느냐입니다. 그 두 가지는 자식이 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바스테야마라고 불리는 산의 지금 모습입니다. 숙모를 도로 모셔온 이야기가 이 산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사진: Windshear,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오바스테야마라고 불리는 산의 지금 모습입니다. 숙모를 도로 모셔온 이야기가 이 산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사진: Windshear,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Q. 형제나 친척이 어떻게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느냐고 할 때는 뭐라고 하나요

말로 이기려 하지 마시고 두 가지 숫자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하나는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서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모시기 전에 가족이 집에서 돌본 기간이 평균 27.3개월이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집도 그만큼 해 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리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조가 이 제도의 목적을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이라고 적어 두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해 보십시오. 반대하시는 분이 한 주만 낮과 밤을 맡아 보시라고요. 대개 그 뒤에 말이 달라집니다. 형제끼리 부담과 결정을 어떻게 나눌지는 형제 의견이 갈릴 때 정해야 할 세 가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Q.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셔도 그대로 물어보실 것

  1. "어르신이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실 때 어떻게 하십니까." 입소 첫 달에 그런 말씀을 안 하시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때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답이 나오는지 보십시오.
  2. "가족 상담은 어떤 주기로 하시고 어르신 상태는 어떻게 알려 주십니까."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서 시설 가족의 43.8%가 기관에서 받은 정보나 교육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있다고 답하는 곳을 고르십시오.
  3. "면회는 언제 얼마나 되고 방 안에서도 되는지요." 보내고 나서 죄책감을 가장 줄이는 것은 자주 보는 것입니다. 그게 실제로 되는 곳인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4. "재가급여를 먼저 써 보라고 권하신 적이 있습니까." 법 제3조는 재가급여를 우선하라고 합니다. 아직 집에서 할 수 있는 단계라고 솔직히 말해 주는 곳이 믿을 만한 곳입니다.
  5. "입소 전에 어르신을 직접 만나 보십니까." 서류만 보고 받는 곳과 어르신을 만나 보고 받는 곳은 그 뒤가 다릅니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에서도 입소 전에 어르신을 먼저 뵙고 가족과 상담합니다. 급여를 시작하기 전에 어르신과 가족께 제공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고, 그 뒤로도 정기적으로 상담하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저희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제16조와 급여제공기준 고시 제6조·제43조가 모든 요양원에 요구하는 일입니다. 다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지는 어느 시설에서든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셔야 합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어르신이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실 때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 드리는 데는 시간이 듭니다. 그 시간이 나오려면 그날 근무하는 사람 수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법정 기준보다 요양보호사를 더 두는 이유가 거기에 있고, 그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인력 배치기준 읽는 법에 적어 두었습니다. 자주 받는 다른 질문들은 자주 묻는 질문에 모아 두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공용 공간입니다. 어르신이 낮 시간을 보내시는 자리가 어떤 곳인지는 보러 오셔서 직접 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공용 공간입니다. 어르신이 낮 시간을 보내시는 자리가 어떤 곳인지는 보러 오셔서 직접 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돈 들이지 않고 하실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부모님께 직접 여쭤 보시는 것입니다. 몸이 더 불편해지시면 어디서 지내고 싶으신지요. 국가 조사가 대신 물었을 때 절반은 집이라 하셨고, 절반 가까이는 시설이나 노인주택이라 하셨고, 자녀 집이라 하신 분은 백 분 중 두세 분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답이 어느 쪽이든, 물어본 것과 안 물어본 것은 그 뒤가 다릅니다.

다른 하나는 사시는 지역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전화해 재가급여로 지금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법이 집을 먼저 보라고 한 만큼, 집에서 되는 것을 먼저 다 써 보시면 그다음 결정이 덜 무겁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앞부분을 한 번만 더 떠올려 주셨으면 합니다. 늙은 부모를 버리는 옛이야기는 나라마다 있었지만 그 끝은 하나같이 도로 모셔오는 것이었습니다. 지게를 다시 지고 산을 내려온 아버지도, 달을 보다가 다시 산에 오른 조카도, 숨겨 둔 아버지를 왕 앞에 데리고 나온 대신도 그랬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결국 부모를 버리려다 못 버린 사람들 이야기였습니다.

요양원을 알아보시면서 마음이 무거우셨다면, 그 마음은 부모님을 버리는 사람에게는 안 생깁니다. 못 버리는 사람에게 생깁니다. 그 마음을 안고 어디가 부모님께 더 나은 자리인지 찾고 계신 것이니, 그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1904년 무렵 설날의 서울 거리입니다. 가운데 여인은 가족의 설 저녁에 쓸 술을 받아 오는 길이라고 사진 설명에 적혀 있습니다 (사진: 코넬대학교 도서관 소장, 저작권 제한 없음, 위키미디어 공용)
1904년 무렵 설날의 서울 거리입니다. 가운데 여인은 가족의 설 저녁에 쓸 술을 받아 오는 길이라고 사진 설명에 적혀 있습니다 (사진: 코넬대학교 도서관 소장, 저작권 제한 없음, 위키미디어 공용)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고려장 없어진 유래」(출처: 고려장 없어진 유래–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려장 설화」 / 『고려사』 형법지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신편 한국사 제15권·제16권) / 『대명률』 명례율 십악·형률 자손위범교령 / 『잡보장경』 권1 「기로국연」 (동국대학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 한글대장경) / 『야마토 모노가타리』 제156단 / 『고킨와카슈』 권17 / 윌리엄 그리피스 『은자의 나라 한국』(1882년) 제11장 /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 결과」(2024년 11월),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18」(2008년 값) 및 국가지표체계 「부모부양책임 인식」 /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2024년) 표 6-22·표 10-22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조·제3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6조, 보건복지부 고시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6조·제43조 / 국민건강보험공단 「2025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2026년 6월) / 이선희, 「장기요양급여 이용자 가족의 서비스 이용 경험 및 서비스 개선 욕구」, 보건복지포럼 제328호(2024년 2월) /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보도자료(2025년 3월) / 보건복지부·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202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2025년 6월) 표 5-9·표 7-23

사진과 그림은 모두 위키미디어 공용에서 가져왔고, 저작자와 라이선스는 각 사진 설명에 적었습니다. 도표는 위에 적은 자료의 수치로 직접 그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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