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돌보는 사람이 먼저 무너지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국가가 만든 교재에도 그 순환이 적혀 있습니다.
같은 걸 여섯 번째 물으셨을 때까지는 참으셨을 겁니다. 일곱 번째에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어머니는 놀라서 조용해지셨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차라리 화를 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날 밤 잠이 잘 안 오셨을 거고, 잠이 안 오는 이유가 미안함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화가 나고, 화를 낸 내가 미워지는 순환
이 이야기는 국가가 만든 교재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2026년 개정판은 12장에서 치매 가족이 느끼는 부담을 다섯 갈래로 나눕니다. 정서적 부담, 신체적 부담, 가족관계의 부정적 변화, 시간적 제약과 사회활동의 제한, 경제적 부담입니다. 그중 정서적 부담을 다시 여섯 가지로 나누는데, 맨 앞에 오는 것이 슬픔이나 죄책감이 아니라 분노입니다.
교재의 문장은 이렇습니다.
분노:가족이 처음 치매진단을 받을 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주어진 현실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대상자를 돌보는 일로 인해 피곤할 때 또는 다른 가족들이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 화를 내는 경우가 많고 화를 내고 나서는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2026년 개정판, 12장 치매 요양보호
요양보호사를 가르치는 교재에 이 문장이 실려 있는 이유는, 곁에서 돌보는 사람이 이런 상태가 되는 일이 흔해서 미리 알려둘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를 덜 사랑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같은 대목은 우울에 대해 이렇게 적습니다. 슬픔과 낙담, 무기력, 의욕저하가 겹쳐 나타나고 심한 경우 불면과 식욕저하를 거쳐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요. 중앙치매센터의 돌봄사전도 죄책감을 가족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으로 꼽으면서, 그 감정이 커지는 순간 중 하나로 요양시설 입소를 결정할 때를 듭니다.
미움과 사랑이 같이 있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만 있는 쪽이 오히려 드뭅니다.
같이 사는 가족일수록 바깥 도움을 덜 씁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3월에 공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이런 수치가 있습니다.
집에서 지내는 치매 어르신을 따로 살면서 돌보는 가족은 주당 평균 18시간을 돌봄에 쓰고, 장기요양서비스나 치매안심센터, 유급 간병인 같은 바깥 도움을 주당 10시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사는 가족은 돌봄을 아예 24시간으로 전제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바깥 도움을 이용한 시간은 주당 4.3시간에 그쳤습니다.
가장 많이 감당하는 사람이 가장 적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도를 몰라서인 경우도 있고, 남에게 맡기는 게 미안해서인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의 40% 정도가 돌봄 이후 삶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고, 어느 영역이 가장 나빠졌느냐는 물음에 집에서 모시는 가족의 절반이 정신적 건강을 꼽았습니다. 몸도 돈도 아니고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돈 이야기도 하나만 적겠습니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서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하는 어르신을 실제로 돌보는 가족 2,978명에게 물었더니, 19.0%가 어르신 돌봄 때문에 일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2019년 같은 조사에서는 17.9%였습니다.
이 숫자들을 겁주려고 적은 게 아닙니다. 지금 힘드신 게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걸 보여드리려는 것입니다.
지쳤다는 걸 알아채는 방법
소진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표준교재가 적어 둔 신호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돌보는 가족은 심장질환, 요통, 고혈압, 관절염, 소화기질환 가운데 하나 이상을 앓는 경우가 많고, 진통제나 항우울제, 수면제에 기대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로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피로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심한 피로는 가족으로 하여금 본의 아니게 치매 대상자를 방치하여 또 다른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 같은 교재, 12장 치매 요양보호
여기가 중요합니다. 돌보는 사람이 지치면 결국 어르신 쪽에서 사고가 납니다. 쉬는 것이 어머니를 뒷전으로 미루는 일이 아니라, 어머니 안전에 직접 걸리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마음 쪽은 눈으로 재기 어려우니 도구를 쓰시면 됩니다. 치매안심센터는 보호자를 상대로 돌봄부담 분석을 합니다. 우울 정도를 보는 PHQ-9과 부양부담을 보는 척도를 쓰고, 점수가 기준을 넘으면 6개월 단위로 다시 확인해 줍니다. 센터에 가시기 어려우면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의 온라인 자가검사로 먼저 해보실 수도 있습니다.
오늘 걸 수 있는 전화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은 「치매관리법」 제17조의2에 근거를 둔 곳입니다. 이 법이 정한 이 센터의 업무에는 정보 제공만 있는 게 아니라 치매환자의 가족에 대한 심리적 상담이 따로 적혀 있습니다. 어머니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 이야기를 하셔도 되는 번호라는 뜻입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시간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입니다. 인터넷에 24시간이라고 적힌 안내가 아직 남아 있는데 지금 기준은 아닙니다.
밤에 도저히 안 될 때는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가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제도가 궁금할 때는 보건복지상담센터 129입니다. 셋 다 무료입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되는 것들
치매안심센터는 시·군·구 보건소에 두게 되어 있는 기관입니다(「치매관리법」 제17조). 법에 적힌 업무 목록에 치매환자의 가족지원사업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부탁해서 받는 도움이 아니라 원래 하게 되어 있는 일입니다.
보건복지부 「2026년 치매정책 사업안내」 기준으로, 가족·보호자가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이렇습니다.
- 가족교실 — 총 8회기가 원칙이고 한 회기에 120분 이상 운영을 권고합니다. 치매를 이해하는 내용과 실제로 돌보는 방법이 반씩 들어 있습니다.
- 자조모임 — 같은 처지의 보호자들이 만나는 모임입니다. 네 명이면 만들 수 있고, 온라인 모임도 있습니다.
- 힐링프로그램 — 미술, 운동, 원예, 나들이 같은 것들입니다.
- 동반치매환자보호서비스 — 보호자가 교육을 받는 동안 모시고 온 어르신을 센터가 맡아 줍니다. 다만 이건 모든 센터가 반드시 하는 건 아니고 센터 사정에 따릅니다.
세 가지를 덧붙입니다.
첫째, 비용은 없습니다. 치매안심센터 이용은 원칙적으로 무료이고, 본인이 부담하는 건 어르신 쉼터 종일반의 식비 일부 정도입니다.
둘째, 주소지에 매이지 않습니다. 2020년 7월부터 등본상 주소와 상관없이 원하는 지역의 센터에 등록하실 수 있습니다. 직장 근처 센터가 편하시면 그쪽으로 하셔도 됩니다. 다만 등록은 한 곳만 됩니다.
셋째, 여기서 말하는 보호자는 자녀만이 아닙니다. 지침은 가족과 후견인은 물론 친구, 이웃, 간병인까지 보호자로 봅니다.
한 가지 더. 장기요양등급을 아직 안 받으셨다면, 치매안심센터장이 장기요양인정 신청을 대신 해줄 수 있습니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2조 제2항). 어르신이 치매인 경우에 한하고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서류 준비가 막막해서 미루고 계셨다면 이 경로가 빠릅니다.
하루를 통째로 비우는 방법
8월입니다. 남들은 휴가를 갑니다. 돌보는 사람은 못 갑니다. 그런데 제도 안에 그 자리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장기요양 가족휴가제입니다. 이름 그대로 가족이 쉬라고 만든 제도입니다. 근거 조문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가정에서 1ㆍ2등급 수급자 또는 치매가 있는 수급자를 돌보는 가족의 휴식을 위하여 … 연간 12일 이내에서 월 한도액과 관계없이 단기보호급여를 이용하거나 방문요양급여를 1회당 12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으며
—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36조의2 제1항
두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하나, 대상이 1·2등급 또는 치매가 있는 수급자입니다. 등급이 낮아도 치매가 있으면 됩니다. 둘, 월 한도액과 관계없이 쓴다는 대목입니다. 평소 재가급여 한도를 다 쓰고 계셔도 이건 따로 나갑니다. 12시간짜리 종일 방문요양으로 쓰실 경우 두 번이 하루로 계산됩니다.
여기에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단기보호는 어르신이 며칠 기관에 머무시는 급여입니다. 원칙은 월 9일까지인데, 가족의 외출이나 병원 치료, 집안 경조사처럼 갑자기 돌볼 사람이 없어진 경우에는 한 번에 9일까지 연장해서 연간 네 번 더 쓸 수 있습니다(고시 제36조 제3항). 2017년 말 이전에 지정받은 기관이면 월 15일까지입니다.
주·야간보호는 낮 동안 기관에 모셨다가 저녁에 다시 모셔오는 급여입니다. 표준 제공시간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숙박은 안 됩니다. 24시간 이상 보호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밤을 넘겨야 하면 단기보호로 가셔야 합니다.
세 가지 다 국민건강보험공단 1577-1000이나 가까운 공단 지사에 물어보시면 지금 쓸 수 있는지 바로 알려줍니다.
직장에 다니고 계시다면
이건 아는 분이 의외로 적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는 부모의 질병이나 노령 때문에 돌봄이 필요한 근로자가 신청하면 회사가 허용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 가족돌봄휴가 — 연간 최장 10일. 하루 단위로 씁니다. 긴급하게 쓰는 제도라 미리 며칠 전에 내야 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회사는 사업 운영에 큰 지장이 있으면 근로자와 협의해 시기를 바꿀 수 있을 뿐,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 가족돌봄휴직 — 연간 최장 90일. 나눠서 쓸 수 있는데 한 번에 30일 이상이어야 합니다. 시작 30일 전까지 문서로 신청합니다. 휴가로 쓴 날은 이 90일 안에 포함됩니다.
- 근로시간 단축 — 아예 그만두는 대신 근무 시간을 주 15~30시간으로 줄이는 방법입니다(같은 법 제22조의3). 기본 1년이고,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2년을 더해 최장 3년까지 가능합니다.
미리 알아두셔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법에 임금을 준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원칙은 무급이라고 안내합니다. 다니시는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따로 정해져 있으면 받으실 수 있으니 그 문서부터 확인해 보십시오. 소득이 끊긴다고 보고 계획을 세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신 이 제도들은 이렇게 보호받습니다. 신청을 받고도 휴직이나 휴가를 안 준 회사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붙습니다. 그리고 이걸 썼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면 과태료가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법은 근로자를 한 명이라도 쓰는 사업장이면 규모와 상관없이 적용됩니다.
Q. 요양원에 모시면 이 마음이 없어지나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앞에서 인용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를 보면, 돌봄 이후 삶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한 비율이 집에서 모시는 가족은 40%, 시설이나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가족은 37.5%였습니다.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중앙치매센터도 죄책감이 커지는 순간으로 시설 입소 결정을 직접 꼽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시간의 모양입니다. 24시간을 혼자 감당하던 구조가 아니게 되고, 밤에 문소리에 깨는 일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면회를 다녀와서 사흘을 앓더라도 그다음 사흘은 잠을 자게 됩니다.
미움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미움이 자랄 조건이 줄어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Q.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든 물어볼 게 있을까요
있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는 저희와 무관하게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 입소하기 전에 며칠만 지내보는 방법이 있습니까. (단기보호를 함께 하는 기관인지)
- 처음 2주 동안 보호자에게 어떤 주기로 연락을 주십니까.
- 면회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되고, 방 안에서 되는 시간이 얼마입니까.
- 어머니가 밤에 안 주무실 때 그날 안으로 알려주십니까, 아니면 다음 상담 때 말씀하십니까.
- 가족이 물어볼 창구가 정해져 있습니까, 그때그때 받는 사람이 답합니까.
네 번째와 다섯 번째가 실제로는 가장 크게 갈립니다. 보호자를 지치게 하는 건 나쁜 소식보다 소식이 없는 쪽입니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에도 밤에 못 주무시는 어르신이 계시고, 문 앞에 서 계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다른 점은 그 시간에 옆에 설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것 하나입니다. 집에서 그게 안 되는 건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설 사람이 한 명뿐이고, 그 한 명이 밥도 하고 출근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상담과 방문이 바로 가능합니다. 전화 주시면 어머니 이야기보다 지금 어떻게 지내시는지를 먼저 여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치매안심센터에 전화해서 가족교실과 자조모임 일정을 물어보는 것. 다른 하나는 공단 1577-1000에 전화해서 가족휴가제를 지금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 둘 다 돈이 들지 않고 둘 다 오늘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신 그날 일은, 어머니는 아마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기억하는 건 본인뿐입니다. 그 기억을 없애 드릴 방법은 없지만,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조건을 줄이는 방법은 위에 적은 것들입니다.
혼자 감당하는 걸 그만두는 게 포기가 아닙니다. 중앙치매센터도 가족끼리 순번을 정하거나 바깥 서비스를 써서 주된 돌봄자가 잠시라도 돌봄에서 벗어나도록 하라고 권합니다. 그건 도망이 아니라 권고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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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2026년 개정판(2026-07-16 공개) 12장 /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주요 결과」(2025년 3월 공표, 보호자 359명 응답) /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급여 이용자 가족 2,978명) / 보건복지부 「2026년 치매정책 사업안내」(2026-02-13) 8. 치매가족 및 보호자 지원사업 / 중앙치매센터 「돌봄사전」 가족돌봄자를 위한 정보 / 「치매관리법」 제17조·제17조의2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2조 /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30조·제36조·제36조의2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제22조의3·제37조·제39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