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밥을 안 드시겠다고 할 때
그때 필요했던 건 인내심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밥을 안 드시겠다고 하십니다.
집에서라면 어떻게 하셨습니까. 처음엔 달래셨을 겁니다. 두 번 권하고, 세 번 권하다가, 결국 언성이 높아졌을 겁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후회하셨을 겁니다.
그때 필요했던 건 인내심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었습니다.
20분 뒤에 다시 가서 여쭤볼 수 있었다면 달랐을 겁니다. 왜 안 드시는지 먼저 물어볼 수 있었다면 달랐을 겁니다. 틀니가 헐거워 잇몸이 아프신 건지, 어제 아들이 안 와서 서운하신 건지. 이유를 찾고 나면 대부분 드십니다.
그런데 혼자 스물네 시간을 감당하는 사람에게는 그 20분이 없습니다. 마음이 모질어서가 아닙니다. 그 자리에 대신 서 줄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요양원에서 그 20분은 어디서 나오나
마음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 수에서 나옵니다.
같은 상황을 두 장면으로 보시면 분명해집니다.
한 장면.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고 다음 일정도 밀려 있습니다. 몇 번 권하다가 식판을 물립니다. 기록지에 '식사 거부'라고 남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 시간 안에 다른 어르신 식사까지 끝내야 합니다.
다른 장면. 옆에 앉습니다. 왜 안 드시는지부터 봅니다. 일단 물리고 20분 뒤에 다시 옵니다. 좋아하시는 반찬 하나를 따로 가져옵니다.
두 장면의 차이는 직원의 성품이 아닙니다. 그 시각 그 층에 사람이 몇 명 있느냐입니다.
2.1대 1이 무슨 뜻인가요
노인복지법은 요양원이 두어야 할 최소 인원을 정해 두었습니다. 요양보호사는 입소자 2.1명당 1명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보면 이렇게 읽힙니다. 요양보호사 한 사람이 어르신 두 분 남짓을 맡는다. 그 정도면 꽤 촘촘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그 순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머니는 1주일에 168시간 그 자리에 계십니다. 요양보호사 한 사람은 1주일에 40시간 일합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닷새입니다. 그런데 법은 이 둘을 똑같이 '1명'으로 셉니다.
한 자리를 일주일 내내 채우려면 몇 사람이 필요할까요.
168 ÷ 40 = 4.2
네 사람이 조금 넘게 필요합니다. 하루만 놓고 보면 3교대라 세 사람, 여기에 주휴일과 연차까지 넣으면 넷을 넘습니다.
그래서 서류에 적힌 비율에 4.2를 곱해야 그 순간의 실제 비율이 나옵니다.
2.1 × 4.2 = 8.8
최소 기준만 지키는 곳이라면, 어느 한 시점에 요양보호사 한 분이 어르신 여덟 분 남짓을 맡고 있습니다. 밤에는 더 적어집니다.
여덟 분을 맡은 사람에게 20분은 없습니다. 있을 수가 없습니다.
법이 보장하는 것, 보장하지 않는 것
법정 기준이 보장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정해진 수만큼 있고, 방이 일정 크기 이상이라는 것.
보장하지 않는 것도 분명합니다.
- 그 사람이 작년에도 여기 있었는지, 내년에도 있을지
- 어머니가 목욕을 거부하실 때 옆에 앉을 잠깐의 여유가 그에게 있는지
- 프로그램표에 없는 산책을 한 번 더 나갈 여유가 있는지
법은 여기까지 정하지 않습니다. 정할 수도 없습니다. 최소 기준은 "이 정도면 문제가 없다"는 선이지 "이 정도면 좋다"는 선이 아닙니다.
사람을 더 두면 나라가 돈을 더 주나요
여기서 많은 분이 놀라십니다.
법정 기준보다 사람을 더 두면 공단이 급여비용을 얹어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조리원은 더 두면 가산이 붙습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는 아닙니다. 노인요양시설의 일반실 요양보호사는 가산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치매전담실만 각 실 두 분까지 예외로 인정합니다.
어르신과 가장 오래 붙어 있는 직종입니다. 그런데 더 뽑아도 시설에 돌아오는 돈은 없습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를 기준보다 더 두는 곳은, 그 몫을 스스로 부담하기로 한 것입니다. 반대로 최소 기준에 맞추는 것이 운영상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정한 선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은 요양보호사 한 분이 입소자 약 1.6명을 맡습니다. 법정 기준은 2.1명당 한 분입니다. 현원과 근무 편성에 따라 오르내리는 값이라, 오시면 그날 기준으로 정확히 확인해 드립니다.
간호인력,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조리원, 위생원도 법정 기준보다 넉넉히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4.2를 곱해 보면 1.6 × 4.2 = 6.7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아닙니다. 여덟 남짓이던 것이 예닐곱이 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맡은 어르신이 한 분이라도 줄면 시간이 생깁니다. 그 시간은 이렇게 쓰입니다.
- 밥을 안 드시는 날, 물리고 20분 뒤에 다시 갑니다
- 목욕을 완강히 거부하시면 오늘은 접고 오후에 다시 여쭙습니다
- 약을 뱉으시면 간격을 두고 다시 시도합니다. 삼킴이 약한 분께 서두르는 건 위험합니다
- 프로그램표에 없는 날에도 날이 좋으면 정원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사람이 덜 지치면 덜 그만둡니다. 덜 그만두면 같은 사람이 계속 곁에 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그 사람을 압니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 숟가락을 들이밀면, 치매가 있든 없든 누구라도 싫습니다.
저희가 요양보호사를 더 두고 급여를 더 드리는 이유는 일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관계가 끊기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어디를 고르시든 이건 확인하세요
저희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셔도 그대로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Q. 요양원에 전화해서 무엇을 물어봐야 하나요?
- 정원과 현원이 몇 분인가요. 요양보호사는 입소자 몇 명당 한 분인가요.
- 낮번·초번·밤번 각각, 한 층에 요양보호사가 몇 분 계신가요.
- 최근 1년 사이 요양보호사가 얼마나 바뀌었나요.
- 저희 어머니를 주로 맡게 될 선생님은 여기서 얼마나 일하셨나요.
- 어머니가 식사나 목욕을 거부하시면 그날 어떻게 하시나요.
- 야간에 간호인력이 상주하나요, 연락 대기인가요.
답의 내용보다 답의 형태를 보십시오. 숫자로 답하는 곳이 있고 "저희는 최선을 다합니다"로 답하는 곳이 있습니다. 숫자를 바로 대지 못한다고 나쁜 곳은 아닙니다. 다만 막힘없이 답하는 곳은 그 숫자를 평소에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Q. 돈을 들이지 않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있습니다. 세 가지 다 무료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longtermcare.or.kr)의 '장기요양기관 찾기'에서 전국 어느 시설이든 정원·현원·직종별 인력이 공개됩니다. 현원을 요양보호사 수로 나눠 보십시오. 2.1에 가까울수록 최소 기준선에 맞춘 곳이고, 낮을수록 여유가 있는 곳입니다.
방문 시간대를 바꿔 보십시오. 상담 약속을 잡으면 대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안내받습니다. 다른 시간에 한 번 더 가보시면 같은 곳인지 아닌지 보입니다. 다만 참관이 되는 시간은 시설마다 다르니 미리 물어보셔야 합니다. 저희도 낮 12시부터 한 시간은 직원 식사시간이라 입장이 어렵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친 선생님께 이렇게 여쭤보십시오. "여기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 한 문장의 답이 안내 책자 열 장보다 정확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밥을 안 드시는 날은 앞으로도 있습니다. 목욕을 거부하시는 날도, 약을 뱉으시는 날도 있습니다.
달라지는 건 그날 누군가 옆에 앉을 수 있느냐입니다. 그리고 그건 그날의 마음이 아니라 그 시설이 미리 정해 둔 것입니다.
집에서 혼자 감당하실 때 그 20분이 없었던 건 어머니를 덜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사람이 한 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자리를 여럿이 나눠 설 수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편하게 전화 주십시오. 지금은 입소 대기 없이 상담과 방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