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을 잊어버린 첫 번째 환자

이 병에 이름을 남긴 사람은 의사입니다. 그런데 이 병을 처음 보여준 사람은 쉰한 살의 환자였습니다.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머니 이야기를 한참 하시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그냥 나이 드셔서 그런 거겠죠?"

그 말씀을 하실 때 표정은 대개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게 아닐 것 같다는 짐작입니다.

그 자리에서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건 쉽습니다. 그런데 왜 아닌지를 설명하려면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병이 어떻게 병으로 인정받게 됐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시작에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우구스테 데터, 1902년. 이 사진은 알츠하이머가 남긴 진료기록과 함께 전해진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아우구스테 데터, 1902년. 이 사진은 알츠하이머가 남긴 진료기록과 함께 전해진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1901년 11월, 쉰한 살에 입원한 여자

아우구스테 데터는 1850년 5월 16일 독일 카셀에서 태어났습니다. 1873년에 철도 회사에 다니던 카를 데터와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먼저 한 가지만 짚겠습니다. 그를 두고 "첫 번째 환자"라고 부르지만, 이 병에 걸린 첫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처음으로 기록으로 남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상이 시작된 것은 1901년 봄이었습니다. 처음 나타난 것은 기억력 문제가 아니라 의심이었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확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빨랐습니다. 집안일을 못 하게 됐고, 물건을 어디 뒀는지 몰라 온 집을 뒤졌고, 자기 집 안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밤이면 소리를 질렀고, 누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여덟 달을 버티다 1901년 11월 25일, 아내를 프랑크푸르트 시립 정신병·간질 요양원에 데려갑니다. 그때 아우구스테 데터의 나이가 쉰한 살이었습니다.

아우구스테 데터가 입원한 프랑크푸르트 시립 정신병·간질 요양원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아우구스테 데터가 입원한 프랑크푸르트 시립 정신병·간질 요양원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여기서 한 가지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01년 11월 25일은 병이 시작된 날이 아닙니다. 가족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도움을 구한 날입니다. 그 여덟 달 동안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록에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말하자면 저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입원 다음 날, 그 병원의 상급 의사였던 서른일곱 살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그를 문진합니다.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문답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이름을 묻자 "아우구스테"라고 답합니다. 성(姓)은 나오지 않습니다. 남편 이름을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아우구스테인 것 같은데요.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느냐고 묻자, 방금 먹은 것을 말하지 못합니다.

알츠하이머는 종이를 내밀고 "아우구스테 데터 부인"이라고 써 보라고 합니다. 그는 "부인"까지만 쓰고 나머지를 잊습니다. 다시 시켜도 같은 자리에서 멈춥니다. 그렇게 몇 번을 되풀이하다가, 그가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말하자면 저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문장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 진료기록에 남아 있고, 답을 못 할 때마다 여러 번 반복된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다만 독일어 원문의 표기는 전하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바이에른 마르크트브라이트의 알츠하이머 생가. 지금은 기념관으로 쓰인다 (사진: Andreas Praefcke,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바이에른 마르크트브라이트의 알츠하이머 생가. 지금은 기념관으로 쓰인다 (사진: Andreas Praefcke,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이 대목이 왜 중요한가 하면, 본인이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잃어가는지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잃어가는 중이라는 걸 알면서 잃고 있었습니다.

지금 어머니가 자꾸 "내가 왜 이러지"라고 하신다면, 그건 같은 자리에 계신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말씀을 하신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확인해 볼 이유가 될 뿐입니다.

1906년 11월,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아우구스테 데터는 1906년 4월 8일 세상을 떠납니다. 쉰다섯이었습니다. 입원한 지 4년 4개월 만이었고, 그 사이 한 번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몇 달은 누워 지냈고, 진료기록에 적힌 사망 원인은 욕창에서 시작된 패혈증과 폐렴이었습니다.

알츠하이머는 그 사이 뮌헨으로 자리를 옮겨 있었습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 요청해 데터의 진료기록과 뇌를 뮌헨으로 받아 조직 표본을 만듭니다.

그리고 1906년 11월 3일, 튀빙겐에서 열린 제37차 남서독일 정신과의사 총회에서 이 한 건의 증례를 발표합니다.

1900년경 튀빙겐 정신과 병원 엽서. 1906년 학회가 열린 곳이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1900년경 튀빙겐 정신과 병원 엽서. 1906년 학회가 열린 곳이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이듬해 인쇄된 학회록에 그 발표가 남아 있습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쉰한 살의 한 여성이 첫 증상으로 남편에 대한 질투를 보였다."

1907년에 인쇄된 학회록. "쉰한 살의 한 여성"으로 시작하는 대목이 보인다 (사진: H.-P. Haack,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1907년에 인쇄된 학회록. "쉰한 살의 한 여성"으로 시작하는 대목이 보인다 (사진: H.-P. Haack,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발표가 끝난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같은 학회록에 남아 있습니다. 요약문 끝에 세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Keine Diskussion. (토론 없음)

같은 학회록의 끝. 알츠하이머의 발표 뒤에 "토론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다 (사진: H.-P. Haack,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같은 학회록의 끝. 알츠하이머의 발표 뒤에 "토론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다 (사진: H.-P. Haack,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질문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장이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저 넉 자뿐입니다. 뒷날 이 병에 자기 이름이 붙게 되는 그 발표는, 그날 그 방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었습니다.

논문은 이듬해 독일 국내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분량은 세 쪽이었습니다.

그가 현미경에서 본 것

알츠하이머가 데터의 뇌에서 본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는 그것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첫째, 대뇌피질 전체에 흩어져 있는 좁쌀만 한 작은 병소. 어떤 "기이한 물질"이 쌓여 생긴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습니다. 오늘 우리가 아밀로이드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가 직접 그린 뇌 조직 도판. 그는 자기가 본 것을 그림으로 남겼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알츠하이머가 직접 그린 뇌 조직 도판. 그는 자기가 본 것을 그림으로 남겼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둘째, 겉보기에 멀쩡한 신경세포 안에서 가느다란 섬유 한두 가닥이 비정상적으로 굵어지는 것. 진행되면 핵도 세포질도 사라지고 엉킨 섬유 뭉치만 남아 거기 세포가 있었다는 표시만 남깁니다.

같은 논문의 채색 도판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같은 논문의 채색 도판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좁쌀 같은 병소는 이전에도 다른 연구자들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신경세포 안의 엉킨 섬유는 1902년에 나온 새 염색법이 아니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은을 써서 신경섬유를 물들이는 방법인데, 알츠하이머는 그 신기술을 데터의 뇌에 적용해 본 것입니다. 도구가 달라지면서 보이는 것이 달라진 셈입니다.

은 염색으로 드러난 신경섬유매듭 (사진: KGH,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은 염색으로 드러난 신경섬유매듭 (사진: KGH,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현대의 염색법으로 본 노인반 (사진: Tulemo,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현대의 염색법으로 본 노인반 (사진: Tulemo,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조직. 120년 전 알츠하이머가 그린 것과 같은 것이다 (사진: Mikael Häggström and brainmaps.org,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조직. 120년 전 알츠하이머가 그린 것과 같은 것이다 (사진: Mikael Häggström and brainmaps.org,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이름이 붙기까지 4년

토론 없이 지나간 그 발표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알츠하이머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상사였던 에밀 크레펠린입니다.

뮌헨 대학 연구실의 알츠하이머와 동료들, 1909~1910년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뮌헨 대학 연구실의 알츠하이머와 동료들, 1909~1910년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크레펠린은 1910년에 낸 정신의학 교과서 제8판에서 이 병을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르자고 씁니다. 발표에서 명명까지 네 해, 근거가 된 증례는 사실상 한 건이었습니다.

에밀 크레펠린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에밀 크레펠린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왜 그렇게 빨리 이름을 붙였는지는 지금도 학계에서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크레펠린이 든 이유는 발병 나이가 젊다는 것, 언어장애가 있다는 것, 치매가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당시 뮌헨과 프라하의 연구 학파가 경쟁 관계였고 그 경쟁이 작용했다는 견해도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실제로 같은 시기 프라하에서는 다른 연구자가 열여섯 건을 조사해 그중 열두 건에서 같은 병소를 기술하고 있었습니다.

크레펠린의 정신의학 교과서. 병에 이름을 붙인 것은 1910년 제8판이고, 사진은 1899년판이다 (사진: H.-P. Haack,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크레펠린의 정신의학 교과서. 병에 이름을 붙인 것은 1910년 제8판이고, 사진은 1899년판이다 (사진: H.-P. Haack,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더 뜻밖인 것은 알츠하이머 본인의 태도입니다. 그는 이것이 따로 떼어낼 만한 별개의 병이라는 데 회의적이었습니다. 1911년 논문에서 그는 자기가 본 증례를 노인성 치매의 비정형 사례로 보았고, 자기가 발견한 병소가 이 병에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도 믿지 않았습니다.

자기 이름이 붙은 병을, 정작 본인은 별개의 병으로 보지 않았던 셈입니다.

알츠하이머는 1915년 12월, 쉰한 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우구스테 데터가 입원하던 그 나이였습니다.

예순다섯을 기준으로 갈라져 있던 70년

여기서부터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크레펠린이 이름을 붙인 뒤로 이 병은 "초로기 치매"로 분류됐습니다. 예순다섯 살 이전에 생기는 병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예순다섯이 넘은 사람에게서 똑같은 병소가 발견되면 무엇이라고 불렀을까요.

그건 "노년기 치매"라고 따로 불렀고,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로 취급했습니다.

같은 뇌, 같은 병소, 같은 증상인데 예순다섯을 기준으로 한쪽은 병이고 한쪽은 노화였습니다. 이 구분은 70년 가까이 유지됐습니다.

무너뜨린 것은 숫자였습니다. 1968년 영국 뉴캐슬의 연구팀이 세상을 떠난 노인들의 뇌를 조사해, 치매가 심한 사람일수록 병소가 많다는 것을 개수로 보여줍니다. 이어 1970년에는 노년기 치매 사례의 절반 가까이가 초로기 알츠하이머병과 똑같은 병리를 보인다고 보고합니다.

1976년, 미국의 한 신경학자가 학술지 논설에서 이 구분을 아예 없애자고 주장합니다. 나이로 나눌 근거가 없고, 하나로 합쳐 놓고 보면 이 병이 미국의 주요 사망 원인 축에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1977년 미국 국립보건원 회의에서 그 통합이 이뤄졌고, 1984년에 처음으로 공식 진단기준이 만들어집니다. 그 기준은 이후 여러 차례 개정돼 지금은 다른 기준을 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기65세 미만에 생기면65세 이상에 생기면
1910년 ~ 1960년대알츠하이머병 (질병)노년기 치매 (노화의 일부)
1968년 ~ 1970년노년기 치매의 절반 가까이가 같은 뇌 병리를 보인다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됨
1977년 이후둘 다 알츠하이머병 (하나의 질병)

"나이 들면 다 그런 것"이라는 말은 감정이 아니라 한때의 의학 분류였습니다. 그리고 그 분류는 반세기 전에 폐기됐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데터의 진료기록은 오랫동안 행방을 알 수 없다가 1990년대 중반 프랑크푸르트의 서고에서 다시 발견돼 1997년 학술지에 보고됐습니다. 그의 뇌 조직 표본 250여 장도 뮌헨 대학 지하에서 나왔습니다. 폐기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덕분입니다.

뮌헨의 기념 명판. "1903년부터 1912년까지 신경과 의사이자 뇌 연구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가족과 함께 이 집에 살았다"고 적혀 있다 (사진: UDR001, CC0, 위키미디어 공용)
뮌헨의 기념 명판. "1903년부터 1912년까지 신경과 의사이자 뇌 연구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가족과 함께 이 집에 살았다"고 적혀 있다 (사진: UDR001, CC0, 위키미디어 공용)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

한국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3월에 공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를 보면, 65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은 9.25%였습니다. 2016년 조사의 9.50%보다 오히려 조금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그 앞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유병률은 22.25%에서 28.42%로 크게 올랐습니다.

치매는 줄었는데 그 앞 단계는 크게 늘었습니다 (자료: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 2025년 3월 공표)
치매는 줄었는데 그 앞 단계는 크게 늘었습니다 (자료: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 2025년 3월 공표)

숫자만 보면 이상해 보입니다. 조사를 낸 쪽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경도인지장애가 늘어난 데에는 조기 진단이 활발해진 것이 작용했고, 사전 관리 수준이 올라가면서 치매로 넘어가는 속도가 늦춰졌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앞 단계에서 발견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예순다섯 이후를 노화로 뭉뚱그리던 시절에는 셀 수조차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치매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마지막 단계를 떠올리십니다. 그런데 그 앞에 경도인지장애라는 구간이 있고, 지금 그 구간에서 발견되는 분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뭉뚱그리지 않기로 하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노화이고 무엇이 병인가

중앙치매센터는 이 둘의 차이를 "찾지 못하는 것"과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설명합니다.

건망증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는 있는데 꺼내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힌트를 주면 떠오릅니다. 치매에서의 기억장애는 애초에 저장이 안 된 것이라, 힌트를 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표준교재도 치매를 다루는 첫 대목에서 노화에 따른 건망증과 치매를 갈라놓고 시작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나이에 따른 건망증치매에서의 기억장애
잊는 것사건의 일부사건 전체
힌트를 주면대개 떠오른다떠오르지 않는다
본인의 자각잊었다는 걸 안다잊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지장이 없다지장이 생긴다

다만 이 표만으로 판단하지는 마십시오. 중앙치매센터도 몇 가지 차이만으로 늘 구분되는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함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치매의 원인 중에는 원인을 없애면 인지기능이 좋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 비타민 B12·엽산 결핍, 정상압 수두증, 심한 우울증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경우를 가역성 치매라고 부릅니다. 다만 얼마나 좋아지는지는 원인과 발견 시점에 따라 다릅니다.

"나이 탓"으로 넘기면 이런 경우도 같이 넘어갑니다.

Q. 그럼 지금 무엇부터 하면 됩니까?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 전화하시면 됩니다. 시·군·구 보건소에 두게 되어 있는 기관이고, 김포에도 있습니다.

  1. 선별검사(CIST) — 만 60세 이상이면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2. 여기서 인지 저하가 의심되면 진단검사로 넘어갑니다. 신경심리검사 같은 것들이고, 치매안심센터 안에서 받으시면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3. 원인을 가리는 감별검사가 마지막 단계입니다. 혈액검사와 뇌영상이 여기 들어가고, 센터가 아니라 협약병원에서 받습니다.

센터 밖 병원으로 의뢰되는 경우와 마지막 감별검사는 비용이 듭니다. 다만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이면 진단검사비는 최대 15만 원, 감별검사비는 의원·병원·종합병원에서 받으시면 최대 8만 원, 상급종합병원에서 받으시면 최대 11만 원까지 지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소득 기준과 지원 금액은 지자체마다 다르니 전화로 먼저 확인하십시오.

한 가지 더. 어떤 검사 하나로 치매를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 자가진단표에서 괜찮게 나왔다고 안심하지 마시고, 반대로 몇 문항 걸렸다고 단정하지도 마십시오.

Q.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든 물어볼 게 있을까요

있습니다. 저희와 무관하게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1. 지금 어머니 상태면 어느 실에 계시게 됩니까. 일반 요양실입니까, 치매전담실입니까.
  2. 인지 프로그램은 무엇을 어떤 주기로 하십니까. 어머니가 참여를 거부하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3. 상태가 달라졌을 때 그날 안에 알려주십니까, 아니면 다음 상담 때 말씀하십니까.
  4. 병원에 모시고 나가야 할 때 누가 동행합니까.
  5. 지금 드시는 약이 바뀌면 가족에게 어떻게 알려주십니까.

첫 번째 질문은 치매전담실의 이용 대상과 인력 기준을 먼저 보고 가시면, 그 자리에서 답을 듣고 판단하시기가 수월합니다.

두 번째 질문에서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습니다"라고만 답하는 곳보다, 거부하실 때 어떻게 하는지를 장면으로 말하는 곳이 낫습니다. 인지 프로그램은 참여시키는 일이 절반입니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에도 자기 이름을 잘 못 쓰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120년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있었던 일이 지금 김포에서도 그대로 일어납니다.

달라진 것은 그게 무엇인지 안다는 것 하나입니다. 그 시절에는 이름조차 없었고, 이름이 붙은 뒤에도 예순다섯이 넘으면 병으로 쳐주지 않았습니다.

시설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치매안심센터에 전화해 선별검사 일정을 물어보는 것, 다른 하나는 어머니가 최근에 하신 말씀 중 이상했던 것을 날짜와 함께 적어두는 것. 둘 다 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면 다 그런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고 자책하지는 마십시오. 그 말은 개인의 무지가 아니라 의학이 70년 가까이 공식으로 쓰던 분류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연구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 분류는 폐기됐습니다. 그러니 지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시면, 그건 나이 탓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 확인해 볼 일입니다.

아우구스테 데터가 남긴 그 문장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는 초기에 자기가 무엇을 잃어가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알고 계신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화를 내시고, 더 숨기시고, 더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 자리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잡는 말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120년 전 프랑크푸르트에서도 그랬습니다. 알츠하이머가 한 일 중에 제일 오래 남은 것은 병을 밝힌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Alzheimer A. 「Über eine eigenartige Erkrankung der Hirnrinde」, Allgemeine Zeitschrift für Psychiatrie, 1907;64:146-148 / Tomlinson BE, Blessed G, Roth M, Journal of the Neurological Sciences, 1970;11:205-242 / McKhann G 외, Neurology, 1984;34:939-944 / Fischer O, 1907(프라하 증례) / Maurer K, Volk S, Gerbaldo H. 「Auguste D and Alzheimer's disease」, The Lancet, 1997;349:1546-1549 / Hippius H, Neundörfer G. 「The discovery of Alzheimer's disease」, Dialogues in Clinical Neuroscience, 2003;5(1):101-108 / Hodges JR. 「Alzheimer's centennial legacy」, Brain, 2006;129:2811-2822 / Kraepelin E. 「Psychiatrie」 제8판 제2권, 1910 / Blessed G, Tomlinson BE, Roth M,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1968;114:797-811 / Katzman R, Archives of Neurology, 1976;33(4):217-218 /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2025년 3월 공표) / 중앙치매센터 치매사전·조기발견의 중요성·가역성 치매 /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2026년 개정판 / 보건복지부 「2026년 치매정책 사업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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