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여기 계실 수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을 쓰는 요양원이라면 입소 계약서에 임종에 관한 조항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 대목을 읽지 않은 채 도장을 찍습니다.

"마지막까지 여기 계실 수 있습니까."

상담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나오는 질문입니다. 비용을 다 물으시고, 방을 둘러보시고, 서류 이야기까지 마친 다음에, 돌아서다 말고 물으십니다.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물어도 되는 질문인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으신 겁니다.

이 질문에 짧게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답이 시설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요양원이라는 곳이 법에서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대부분의 보호자가 생각하시는 것과 다릅니다.

그래서 순서를 뒤집어 보려고 합니다. 지금 우리 법이 무엇을 정해 두었는지로 바로 들어가는 대신, 오백 년 전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그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나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옮겨 놓았는지가 훨씬 또렷하게 보입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본에 있는 오텔디외의 대병실. 침대가 벽을 따라 두 줄로 놓이고 방 끝에 예배당이 있습니다 (사진: Zairon,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프랑스 부르고뉴 본에 있는 오텔디외의 대병실. 침대가 벽을 따라 두 줄로 놓이고 방 끝에 예배당이 있습니다 (사진: Zairon,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침대에 누운 채로 제단이 보이도록 지은 집

프랑스 부르고뉴의 작은 도시 본(Beaune)에 오텔디외(Hôtel-Dieu)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1443년에 부르고뉴 공작의 재상이던 니콜라 롤랭과 그의 아내 기곤 드 살랭이 세웠습니다. 백년전쟁이 끝나갈 무렵이었고, 도시 사람 상당수가 기근에 시달리던 때였습니다. 지금은 흔히 「빈자를 위한 궁전」이라고 불립니다. 창설 헌장 자체는 가난한 병자를 받아 섬기고 재우기 위한 집이라고만 적었습니다. 재산 없는 사람과 떠돌던 사람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19세기 판화에 남은 오텔디외의 정문. 아치 위에 "Hostel-Dieu 1443"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레옹 고슈렐이 에마르 베르디에의 그림을 새긴 것입니다 (자료: 웰컴 컬렉션 소장,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19세기 판화에 남은 오텔디외의 정문. 아치 위에 "Hostel-Dieu 1443"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레옹 고슈렐이 에마르 베르디에의 그림을 새긴 것입니다 (자료: 웰컴 컬렉션 소장,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가장 큰 방은 「빈자의 대병실」이라고 불립니다. 길이 50미터, 폭 14미터, 높이 16미터. 침대는 벽을 따라 두 줄로 놓였고 커튼이 달려 있었습니다. 가장 많을 때 서른 개였고, 한 침대에 두 사람이 누웠습니다. 방 한가운데에는 식사용 탁자와 긴 의자가 있었습니다.

벽을 따라 놓인 침대와 커튼. 방 끝에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예배당 자리입니다 (사진: Zairon,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벽을 따라 놓인 침대와 커튼. 방 끝에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예배당 자리입니다 (사진: Zairon,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그리고 방 끝에 예배당이 붙어 있습니다. 그 자리는 우연이 아닙니다. 걸을 수 없는 사람이 침대에 누운 채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정해진 위치였습니다. 제단 위에는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이 그린 「최후의 심판」 제단화가 걸려 있었습니다. 침대에 누운 사람이 칸막이 너머로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다만 이 그림은 여러 폭으로 접히는 형태여서 평소에는 닫아 두었고 일요일과 큰 축일에만 열었습니다.

오텔디외 제단에 걸려 있던 판 데르 베이던의 「최후의 심판」. 1446년 무렵부터 1450년대 초에 걸쳐 그려졌습니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오텔디외 제단에 걸려 있던 판 데르 베이던의 「최후의 심판」. 1446년 무렵부터 1450년대 초에 걸쳐 그려졌습니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요즘 글에서 "중세의 호스피스는 죽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이었다"는 말을 종종 봅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같은 시기 여러 중세 병원의 정관에는 회복하면 지체 없이 내보낸다는 조항이 있었고, 실제로 회복해서 나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케임브리지의 성 요한 병원 자리를 발굴했을 때 부속 묘지에서 온전한 유해만 400구 남짓, 흩어진 뼈까지 세면 천 명이 넘는 사람의 흔적이 나왔습니다. 나가는 문과 묻히는 자리가 한 건물에 함께 있었던 겁니다.

19세기 말에 찍힌 오텔디외 안뜰. 사진 아래에 "1443년 니콜라 롤랭이 세운 본의 병원"이라고 손으로 적혀 있습니다 (사진: 레이크스뮈세윔, CC0, 위키미디어 공용)
19세기 말에 찍힌 오텔디외 안뜰. 사진 아래에 "1443년 니콜라 롤랭이 세운 본의 병원"이라고 손으로 적혀 있습니다 (사진: 레이크스뮈세윔, CC0, 위키미디어 공용)

그러니까 오텔디외의 설계가 말해 주는 것은 이렇습니다. 그 집은 죽음을 건물 밖으로 밀어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벽에 걸어 두었습니다.

이 건물은 1971년부터 시내 외곽의 새 병원으로 기능이 단계적으로 옮겨질 때까지 병원이었습니다. 1450년대 초에 첫 환자를 받았으니 오백 년이 넘습니다.

건물 앞에 붙은 문화재 안내판. 1443년 설립과 1971년 신병원 이전이 세 나라 말로 적혀 있습니다 (사진: FrDr,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건물 앞에 붙은 문화재 안내판. 1443년 설립과 1971년 신병원 이전이 세 나라 말로 적혀 있습니다 (사진: FrDr,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호스피스」라는 말은 원래 알프스 고갯길의 숙소를 가리켰습니다

호스피스(hospice)라는 말의 뿌리는 라틴어 호스페스(hospes)입니다. 손님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주인이라는 뜻이고, 또 이방인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호스피티움(hospitium)이 나왔고 그것이 프랑스어를 거쳐 호스피스가 되었습니다. 병원(hospital)과 호텔(hotel)은 옆 가지인 호스피탈레(hospitale)에서 나왔습니다. 이 둘은 사실 같은 단어이고 호텔이 그 줄임꼴입니다. 호스피스만 다른 가지에서 갈라져 나왔고, 셋이 함께 딛고 선 뿌리가 호스페스입니다.

한 가지 더. 호스페스는 호스티스(hostis)와도 이어집니다. 이 말은 이방인을 뜻하다가 나중에 적이라는 뜻이 되었고, 영어에서 적대적이라는 낱말(hostile)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손님과 이방인과 적이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셈입니다. 문을 열어 줄 것인가 닫을 것인가가 아주 오래된 물음이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어에서 호스피스라는 낱말이 처음 쓰인 것은 1818년입니다. 그때의 뜻은 죽어가는 사람의 집이 아니라 「여행자를 위한 쉼터」였습니다. 특히 알프스 고갯길에서 수도사들이 운영하던 집을 가리켰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뜻, 그러니까 고령자와 말기 환자를 위한 집이라는 뜻이 붙은 것은 1879년쯤입니다.

겨울의 그레이트 세인트버나드 구호소. 오래된 사진첩에 "겨울의 대 성 베르나르 구호소"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 작자 미상, CC BY 3.0 IT, 위키미디어 공용)
겨울의 그레이트 세인트버나드 구호소. 오래된 사진첩에 "겨울의 대 성 베르나르 구호소"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 작자 미상, CC BY 3.0 IT, 위키미디어 공용)

1818년의 그 집 가운데 하나가 지금도 있습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의 고갯마루, 해발 2,469미터에 있는 그레이트 세인트버나드 구호소입니다. 11세기 중반에 아오스타의 부주교 베르나르가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창설 연도는 사료마다 흔들립니다. 교회에 관한 가장 이른 문헌 언급은 1125년 문서입니다. 이 집은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 성 아우구스티노 참사수도회가 끊김 없이 이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을 넘는 사람에게 잠자리를 내주는 일도 여전히 합니다.

고갯길에서 여행자를 찾던 개들. 사진 아래에 "여행자의 길 위의 개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 Gustav Nünnicke,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고갯길에서 여행자를 찾던 개들. 사진 아래에 "여행자의 길 위의 개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 Gustav Nünnicke,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세인트버나드라는 개 이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1660년에서 1670년 무렵 이 구호소의 수도사들이 개를 들이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처음에는 집을 지키는 개였고 나중에 눈 속에서 사람을 찾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품종으로 정리된 것은 19세기입니다. 기록에 남은 마지막 구조는 1955년이고, 2005년 1월에 개들을 기르는 일은 바리 재단으로 넘어갔습니다.

여기까지가 호스피스라는 말의 원래 모습입니다. 넘어가려다 넘지 못한 사람이 머무는 집. 다시 길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집.

지금의 그레이트 세인트버나드 구호소. 고갯마루의 호수 옆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 (사진: Soumei Baba, CC BY 2.0, 위키미디어 공용)
지금의 그레이트 세인트버나드 구호소. 고갯마루의 호수 옆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 (사진: Soumei Baba, CC BY 2.0, 위키미디어 공용)

죽는 법을 그림책으로 배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5세기 유럽에는 「아르스 모리엔디(Ars moriendi)」라는 책이 돌아다녔습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죽는 기술」쯤 됩니다. 글을 못 읽는 사람이 대부분이던 때라 목판화 그림이 함께 실렸습니다. 침대에 누운 사람이 있고, 그 둘레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위쪽에는 성인들이, 아래쪽에는 마귀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1460년경의 아르스 모리엔디 목판화. 침대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1460년경의 아르스 모리엔디 목판화. 침대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이 그림에서 눈여겨볼 것은 마귀가 아닙니다. 침대 둘레에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임종은 혼자 겪는 일이 아니라 여럿이 둘러서서 지켜보는 일이었고,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배워 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배워야 할 만큼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책의 다른 장면. 채색본입니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같은 책의 다른 장면. 채색본입니다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인쇄술이 퍼지면서 이 책은 여러 나라 말로 옮겨져 유럽 곳곳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곁에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순서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1476년에 인쇄된 아르스 모리엔디의 한 쪽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1476년에 인쇄된 아르스 모리엔디의 한 쪽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그러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마지막을 맞습니까

숫자로 보겠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해마다 내는 「출생·사망통계」에는 사망 장소를 집계한 표가 있습니다. 2024년 확정치 기준으로 요양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이 75.1퍼센트, 주택이 15.2퍼센트, 나머지가 9.7퍼센트입니다. 2025년 잠정치로는 의료기관이 75.7퍼센트로 조금 더 올라갑니다.

열에 일곱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마지막을 맞습니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 「표 15」의 2024년 확정치)
열에 일곱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마지막을 맞습니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 「표 15」의 2024년 확정치)

여기서 한 가지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저 9.7퍼센트는 「기타」이고, 공표되는 분류에서 사회복지시설은 산업장·도로 등과 함께 이 칸에 묶여 있습니다.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분이 몇 퍼센트인지는 공표되는 통계표에 나오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그런 수치를 적어 놓은 글이 있어도 근거를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다만 연령을 갈라 보면 방향은 보입니다. 2025년 잠정치로 65세에서 84세 사이는 「기타」가 5.9퍼센트인데, 85세 이상은 13.6퍼센트로 두 배가 넘습니다.

여든다섯을 넘으면 병원 밖에서 맞는 마지막이 늘어납니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 「표 16」)
여든다섯을 넘으면 병원 밖에서 맞는 마지막이 늘어납니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 「표 16」)

한 가지 더 눈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사망신고서 서식(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양식 제19호])에는 사망 장소를 고르는 칸이 있는데, 거기 적힌 항목은 「사회복지시설(양로원, 고아원 등)」입니다. 요양원이라는 말이 서식에 없습니다. 양로원은 지금 법에서 양로시설이라고 부르고 고아원은 아동양육시설이라고 부릅니다. 서식에 남은 이름은 그보다 앞선 시절의 것입니다. 통계가 요양원을 따로 세지 않는 이유의 절반은 여기 있습니다.

오백 년 전 본의 그 방과 견주면 차이가 또렷합니다. 그때는 죽음이 방 한가운데 있었고, 지금은 대부분 병원 안에 있습니다. 좋아진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습니다. 이 글이 하려는 이야기는 어느 쪽이 낫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맞을지를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저 75.1퍼센트 쪽으로 저절로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요양원에 의사가 없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요양원 이야기를 하려면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요양원은 의료기관이 아닙니다. 근거 법률이 다릅니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이고,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입니다. 두 곳의 차이는 요양원과 요양병원, 주야간보호의 차이를 정리한 페이지에 표로 두었습니다.

의사 배치를 정한 조문을 그대로 보겠습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의 직원 배치기준은 노인요양시설에 "의사 또는 계약의사 1명 이상"을 두라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별표의 비고 제4호가 이렇게 이어집니다.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하여 의료연계체계를 구축한 경우에는 의사 또는 계약의사를 두지 않을 수 있다.

—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 비고 제4호

그래서 요양원에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것은 시설이 인색해서가 아니라 제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계약의사를 두거나 병원과 협약을 맺습니다. 실무에서는 흔히 촉탁의라고 부르는데, 지금 법령과 고시에 적힌 이름은 계약의사입니다.

계약의사가 얼마나 자주 오는지는 두 군데에 나뉘어 있습니다. 방문 자체의 의무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5] 제1호 다목에 있습니다. 계약의사나 협약 의료기관의 의사가 "매월 시설을 방문하여"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라고 되어 있고, 시설 규모에 따른 방문 횟수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넘겨 두었습니다. 그 세부를 채우는 것이 보건복지부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입니다. 제43조 제6항 제2호는 "계약의사는 수급자를 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진찰하도록 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고시 제44조의2 제2항은 계약의사가 시설을 방문해 진찰한 경우 방문비용 53,000원을 산정하도록 하고, 이 비용은 어르신이 부담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오텔디외의 침대 곁에서 어린 환자를 돌보는 간호 수녀. 장 조프루아가 그린 「회복기 환자」입니다 (사진: Pierre André Leclercq,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오텔디외의 침대 곁에서 어린 환자를 돌보는 간호 수녀. 장 조프루아가 그린 「회복기 환자」입니다 (사진: Pierre André Leclercq,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어르신 한 분당 한 달에 두 번. 이 숫자를 보시면 왜 요양원이 임종 자체를 다루는 곳으로 설계되지 않았는지가 보입니다. 상태가 급히 나빠지면 병원으로 모시는 것이 제도가 상정한 경로입니다. 시행규칙 [별표 5]도 입원치료가 필요한 입소자를 위해 진료기관을 정해 두고 인근 의료기관과 협조체계를 갖추라고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임종실이 생겼다는 소식은 요양원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4년에 임종실 관련 뉴스가 많이 나왔습니다. 요양원을 알아보시던 분들이 이 소식을 요양원 이야기로 읽으시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아닙니다.

근거는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3]입니다. 2024년 7월 24일 개정으로 시설 목록에 「1의2. 임종실」이 새로 들어갔는데, 그 칸에 붙은 단서가 이렇습니다.

1 (병상이 300개 이상인 종합병원과 병상이 300개 이상인 요양병원만 해당한다)

—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3] 제1의2호

임종실을 두라는 의무는 「의료기관」에만 붙습니다 (자료: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3」·「별표 4」 /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
임종실을 두라는 의무는 「의료기관」에만 붙습니다 (자료: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3」·「별표 4」 /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

규격은 같은 시행규칙 [별표 4]에 있습니다. 벽과 기둥과 화장실을 뺀 면적이 10제곱미터 이상, 한 사람만 쓰는 방, 그리고 "가족 등과 함께 임종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알렸고, 같은 날부터 임종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때 이미 운영 중이던 기관에는 1년의 유예를 두었습니다.

여기서 갈라 읽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의무는 의료기관에 붙습니다.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고 요양원은 아닙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자주 섞이는데 다른 기관입니다. 그리고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가 정한 요양원 시설 목록에는 임종실이라는 항목이 아예 없습니다. 침실, 사무실, 요양보호사실, 자원봉사자실, 의료 및 간호사실, 물리치료실, 프로그램실, 식당과 조리실, 비상재해대비시설, 화장실, 세면장과 목욕실, 세탁장. 여기까지입니다.

굳이 가장 가까운 것을 찾자면 같은 별표의 설비기준에 있는 특별침실입니다. "노인질환의 종류 및 정도에 따른 특별침실을 입소정원의 5퍼센트 이내의 범위에서 두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조문에 임종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임종을 위해 만들어진 방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치매이시면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는 많은 분들이 예상하지 못한 답이 나옵니다.

한국에서 호스피스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정합니다. 이 법 제2조 제6호는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질환으로 한정합니다. 가목 암, 나목 후천성면역결핍증, 다목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라목 만성 간경화, 그리고 마목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입니다.

마목을 채우는 것은 같은 법 시행규칙 [별표 1] 하나뿐입니다. 2022년 4월 14일에 신설되었고, 거기 올라 있는 질환은 만성호흡부전 하나입니다.

호스피스 법정 대상 질환근거
법 제2조 제6호 가목
후천성면역결핍증법 제2조 제6호 나목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법 제2조 제6호 다목
만성 간경화법 제2조 제6호 라목
만성호흡부전시행규칙 [별표 1]

치매는 없습니다. 파킨슨병도 뇌졸중도 없습니다.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의 상당수가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공백은 학계에서도 지적되어 왔습니다. 2021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은 2019년 발표된 제1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이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 치매를 넣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정책이 뒤따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2024년에 나온 제2차 종합계획도 대상 질환 범위를 점차 넓혀 나가겠다고만 하고 치매를 콕 집어 적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치매이신 경우, 「호스피스에 모시면 되지 않느냐」는 조언은 지금 제도에서는 답이 되지 못합니다. 그 사실을 미리 아시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급히 알아보시다가 알게 되면 그때는 선택할 시간이 없습니다.

입소 계약서에 임종에 관한 조항이 있습니까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대목입니다.

요양원 입소 계약서의 서식이 법으로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권장하는 표준약관 제10068호 「장기요양급여 이용 표준약관」의 시설급여용을 쓰는 곳이라면, 임종에 관한 조항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제12조(위급시 조치)와 제13조(임종 및 장례)입니다. 원문을 그대로 옮깁니다.

① '을'은 '갑'의 생명이 위급한 상태라고 판단된 때에는 협약병원, '갑'(또는 '병')이 지정한 병원 또는 관련 의료기관으로 즉시 후송하고 '병'에게 즉시 통보하여야 한다.

—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제10068호 제12조 제1항 ('갑'은 어르신, '을'은 시설, '병'은 대리인 또는 보호자)

① 가족이나 연고자가 있을 경우

1. 임종이 임박하였을 시 치료 및 입원은 '병'과 협의하여 결정한다.

— 같은 약관 제13조 제1항 제1호

제12조 제1항에 「'갑' 또는 '병'이 지정한 병원」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것을 눈여겨보십시오. 미리 지정해 둔 병원이 있으면 그리로 가고, 없으면 시설의 협약병원으로 갑니다. 그리고 제13조는 임종이 임박했을 때 치료와 입원을 어떻게 할지를 보호자와 협의해 정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정해 둘 자리가 계약서 안에 이미 있다는 뜻입니다. 연고자가 없는 분에 대해서는 제2항이 따로 있어, 그 결정을 시설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같은 약관 제18조(배상책임) 제2항 제1호는 시설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로 "시설 내에서 자연 사망하였을 때"를 듭니다. 시설 안에서 임종을 맞는 상황을 약관이 아예 상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것은 시설이 임종까지 맡아 준다는 약속이 아니라, 그런 경우의 책임 관계를 정해 둔 조항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맞는 것이 법으로 막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무것도 정해 두지 않으면 병원 이송이 기본값이 됩니다. 갈림길은 시설의 종류가 아니라 미리 이야기를 나누어 두었는가입니다.

연명의료를 그만두어도 물과 영양은 끊지 않습니다

임종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반드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나옵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자주 오해가 생깁니다. "연명의료를 안 받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안 해 준다는 뜻 아니냐"고 물으십니다.

법이 그 자리를 명시로 막아 두었습니다.

②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 시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되어서는 아니 된다.

—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2항

통증을 덜어 주는 처치, 영양, 물, 산소. 이 넷은 중단하면 안 된다고 법이 못 박아 두었습니다. 연명의료를 그만둔다는 것은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처럼 임종 과정의 기간만 늘리는 시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지, 돌봄을 그만둔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이 348만 명을 넘었습니다 (자료: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월별통계」 2026년 7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이 348만 명을 넘었습니다 (자료: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월별통계」 2026년 7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본인이 직접 작성합니다(같은 법 제2조 제9호, 제12조 제1항). 반드시 지정된 등록기관에 가서 설명을 듣고 써야 효력이 있습니다. 등록기관에는 보건소 같은 지역보건의료기관, 의료기관, 관련 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이나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그리고 노인복지관이 들어갑니다(같은 법 제11조 제1항). 한 번 써 두었더라도 언제든지 바꾸거나 철회할 수 있습니다(제12조 제6항).

다만 여기에도 갈라 볼 것이 있습니다.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의료기관이고, 그것도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두고 등록한 곳이라야 합니다(같은 법 제14조 제1항). 요양원에서 이 결정이 이행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요양원에 내는 서류가 아니라, 병원으로 모시게 되었을 때 어머니의 뜻이 무엇이었는지를 남겨 두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그 병원도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매달 내는 통계를 보면 2026년 7월 말 기준으로 윤리위원회를 등록한 곳은 상급종합병원 47곳 가운데 47곳(100퍼센트), 종합병원 337곳 가운데 238곳(70.6퍼센트)인데, 요양병원은 1,280곳 가운데 197곳으로 15.4퍼센트에 그칩니다. 어머니를 모시게 될 병원이 어디인지에 따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뜻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가 갈린다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법 제14조 제5항이 다른 기관의 윤리위원회나 공용윤리위원회에 그 업무를 맡기는 길을 열어 두어서, 등록 기관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통증을 네 겹으로 본 사람

지금 우리가 아는 호스피스의 모양을 만든 사람은 영국의 시슬리 손더스(1918~2005)입니다. 그의 이력이 특이합니다. 간호사로 시작했다가 허리를 다쳐 간호를 그만두었고, 1947년에 병원 의료사회복지사 자격을 얻었고, 그다음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의과대학에 들어가 1957년에 의사가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세 자리에서 같은 환자를 본 셈입니다.

시슬리 손더스, 2002년 (사진: History of Modern Biomedicine Research Group,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시슬리 손더스, 2002년 (사진: History of Modern Biomedicine Research Group,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그가 런던 해크니의 성 요셉 호스피스에서 한 일은 통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모르핀을 "아플 때"가 아니라 "정해진 시각에" 적은 양으로 나누어 주면 통증이 조절되는지, 그러면 중독이 생기는지를 환자 천 명이 넘는 기록으로 살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만든 말이 「총체적 고통(total pain)」입니다. 1959년 글에 표현이 처음 나타나고 1964년에 개념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아픔은 몸의 문제만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고 사회적인 문제이고 영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 그래서 네 겹을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67년 7월, 그는 런던 남부 시드넘에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열었습니다. 7월 13일에 첫 환자가 들어왔고 7월 24일에 공식 개원했습니다.

런던 시드넘의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겉으로는 여느 건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 Stephen Craven,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런던 시드넘의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겉으로는 여느 건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 Stephen Craven,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여기서 흔히 도는 이야기 하나를 바로잡겠습니다. 성 크리스토퍼가 세계 최초의 호스피스라는 말을 자주 보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1842년 프랑스 리옹에서 잔 가르니에가 시작한 시설이 있고, 1879년 더블린에, 1905년 런던에 이미 호스피스가 있었습니다. 성 크리스토퍼가 처음이었던 것은 통증과 증상 조절, 돌봄, 교육, 임상연구를 한곳에서 함께 한 것입니다. 병원 밖에서 임종을 돌보는 일을 학문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 그의 몫이었습니다.

한국의 시작은 그보다 빠릅니다. 1965년 강릉에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갈바리 의원을 열고 호스피스 돌봄을 시작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에는 호스피스라는 말도 병동도 없어서 환자 집을 직접 찾아다니는 방식이었고, 병동은 1978년에 「요셉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생겼습니다. 건강보험이 입원형 호스피스에 적용된 것은 2015년 7월 15일부터입니다.

손더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늘 이야기하던 것이 있습니다. 1948년 2월에 세상을 떠난 폴란드 출신 환자 다비드 타스마가 그에게 500파운드를 남기며 "당신이 만들 집의 창이 되게 해 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평생 되풀이해 회고했습니다.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에는 무늬 없는 판유리 한 장이 그를 기려 놓여 있습니다. 지금은 그 방을 손더스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Q. 요양원에서 돌아가시면 사망진단서는 누가 씁니까?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발급할 수 있고, 그것도 직접 진찰했거나 시신을 검안한 사람이어야 합니다(의료법 제17조 제1항). 요양원의 시설장이나 간호사, 요양보호사에게는 이 권한이 없습니다. 다만 같은 조항에 단서가 있습니다. 진료를 받고 있던 분이 마지막 진료 시각으로부터 48시간 안에 돌아가신 경우에는, 그분을 진료하던 의사가 다시 진료하지 않고도 진단서를 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의사가 한 달에 두 번 다녀가는 요양원에서 이 요건이 맞아떨어지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시신을 검안한 의사가 시체검안서를 쓰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요양원에서 이 절차를 실제로 어떻게 밟는지에 관한 국가 지침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시설 인권보호 및 안전관리지침」에는 사망진단서나 검안에 관한 내용이 없고, 사망한 뒤의 장례 절차와 보호자·시·군·구 통보만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대목은 시설마다 다르게 운영됩니다. 미리 물어보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Q.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셔도 이건 물어보십시오

시설을 고르실 때 쓰시라고 다섯 가지를 적습니다. 저희와 아무 상관 없이 쓸 수 있는 것들입니다.

  1. 계약의사가 얼마나 자주 오고, 어느 병원과 협약을 맺고 있는지. 협약병원이 어디인지는 응급 상황에서 어디로 모시게 되는지와 같은 말입니다.
  2. 상태가 나빠졌을 때 어느 시점에 병원으로 모시는지, 그 판단을 누가 하는지. 답이 명확한 시설과 그렇지 않은 시설이 갈립니다.
  3. 입소 계약서의 임종 관련 조항을 보여 달라고 하십시오. 표준약관을 쓰는 곳이라면 제12조와 제13조입니다. 표준약관을 쓰지 않는 곳이라면 그런 조항이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자리에 무엇을 적을지 상담 때 함께 정하십시오.
  4. 어머니가 마지막 시간을 보내실 방에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는지. 여러 분이 함께 쓰는 방이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방 구조와 함께 물어보십시오.
  5.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이미 쓰셨다면 그 사실을 어디에 기록해 두는지. 병원으로 모실 때 그 정보가 함께 가야 합니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추꽃더클래식은 부부실을 빼면 전 세대가 1인실입니다. 그래서 방 안에서 면회하실 수 있고, 함께 쓰는 방처럼 시간을 따로 제한하지 않습니다(면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낮 12시부터 1시까지는 직원 식사시간이라 출입이 어렵습니다).

임종에 관해서는 저희도 위에 적은 것과 같은 제도 안에 있습니다. 요양원이 병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엇을 미리 정해 둘 수 있는지는 상담 때 말씀드릴 수 있고, 그 이야기를 입소하실 때 한 번 해 두시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급해진 다음에 처음 꺼내면 아무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합니다.

전문요양실에서 어떤 처치까지 감당하는지 정리한 표자주 묻는 질문도 함께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둘 다 돈이 들지 않습니다.

하나는 어머니께 여쭤보는 것입니다. 정신이 맑으신 날에, 지나가는 말처럼. 무엇을 원하시는지 들어 두는 것과 나중에 혼자 추측하는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어머니가 이미 판단하기 어려우신 상태라면, 형제들끼리라도 한 번 이야기를 맞춰 두십시오. 그 대화는 나중에 반드시 하게 되는데, 그때는 병원 복도에서 시간에 쫓기며 하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어머니 것이 아니라 본인 것을 써 보시는 겁니다. 만 19세가 넘으면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는지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에서 가까운 등록기관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한 번 써 보시면 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몸으로 아시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어머니께 여쭙는 일이 조금 쉬워집니다.

오백 년 전 본의 그 방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침대에 누운 사람이 방 끝의 제단을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 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특별히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때는 죽음을 옮겨 놓을 곳이 달리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그것을 병원으로 옮겼고, 옮기면서 얻은 것이 있습니다. 통증을 덜 겪고, 마지막까지 처치를 받습니다. 그러나 옮기면서 잃은 것도 있습니다. 그 자리가 어디여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 두는 습관입니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하신 것 때문에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해 두지 않으면 그렇게 될 뿐입니다. 정해 두는 일은 지금 하실 수 있고, 그 일을 하신다고 해서 어머니를 포기하는 것이 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미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같이 있는 채로도 그 이야기는 할 수 있습니다. 두 마음이 함께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텔디외 안뜰에서 바느질하는 간호 수녀 (자료: 웰컴 컬렉션 소장,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오텔디외 안뜰에서 바느질하는 간호 수녀 (자료: 웰컴 컬렉션 소장,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2026) [표 15]·[표 16] /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양식 제19호] 사망신고서 /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2조·제11조·제12조·제14조·제19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별표 1] / 의료법 제17조,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3]·[별표 4] /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별표 5] / 보건복지부 고시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43조·제44조의2 /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제10068호 「장기요양급여 이용 표준약관」(시설급여용)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월별통계」(2026년 7월) /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시설 인권보호 및 안전관리지침」(2025) / 성수정 외, 「국가치매정책 효과성 제고를 위한 보완점 연구: 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60권 4호(2021) / Hospices de Beaune 공식 자료 · St Christopher’s Hospice 공식 연혁 · 「The History of Hospice and Palliative Care in Korea」,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지』 22권 1호(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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