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여덟 어머니, 백내장 수술을 해도 될까요

모네는 백내장 진단을 받고도 10년 넘게 수술을 미뤘습니다. 여든둘에 수술을 받았고, 그 뒤 수련 그림을 마저 그렸습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망설이는 보호자분께 연구와 지침을 보고 정리했습니다.

입소 상담을 마칠 무렵 아드님이 가방에서 안과 소견서를 꺼내셨습니다.

"어머니가 여든여덟이신데, 안과에서 백내장이 많이 진행됐으니 수술하자고 해요. 그런데 이 연세에 눈 수술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치매 초기라는 말도 들어서, 수술하는 동안 가만히 누워 계실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요. 어머니는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눈까지 뭘 고치냐고 하세요. 요양원 들어가시기 전에 하는 게 나은지, 들어가서 해도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수술을 할지 말지는 안과 의사와 어머니, 가족이 함께 정할 일입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의논하실 때 알아 두시면 좋은 것들이 있어 정리했습니다. 먼저 연세가 많으면 수술을 피하는 게 맞는지, 백내장은 정말 다 익어야 수술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치매가 있으면 무엇이 다른지, 눈이 잘 보이시면 실제로 뭐가 달라지는지, 수술 뒤 안약은 누가 넣는지도 차례로 적었습니다. 외국 연구는 논문 초록과 진료지침 원문에서 확인한 숫자만 옮겼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 생활실 안쪽의 창가 자리입니다. 눈이 어두워지신 어르신은 이렇게 볕이 드는 자리에서 더 편하게 지내십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 생활실 안쪽의 창가 자리입니다. 눈이 어두워지신 어르신은 이렇게 볕이 드는 자리에서 더 편하게 지내십니다

화가 모네는 왜 10년 넘게 백내장 수술을 미뤘을까요

수술을 겁내신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클로드 모네가 생각납니다. 모네는 1840년에 태어났고, 예순을 넘기면서 두 눈에 백내장이 생겼습니다. 1912년 무렵 파리의 안과 의사들에게 백내장 진단을 받았고, 1913년에는 독일 출신 안과 의사 리하르트 리브라이히가 오른쪽 눈 수술을 권했습니다. 모네는 거절했습니다.

1899년의 클로드 모네입니다. 두 눈에 백내장이 생기기 전입니다 (사진: 나다르,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899년의 클로드 모네입니다. 두 눈에 백내장이 생기기 전입니다 (사진: 나다르,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수술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동료 화가 오노레 도미에와 메리 카사트가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모네는 "나빠진 눈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편이 낫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사이 눈은 계속 나빠졌습니다. 1914~1915년 무렵부터는 색이 예전처럼 진하게 보이지 않고 빨간색이 흙탕물처럼 탁해 보였다고 나중에 회상했습니다. 물감을 색으로 구별하기 어려워지자 튜브에 이름표를 붙이고 팔레트에 늘 같은 순서로 짜서 썼습니다.

모네가 1899년에 그린 「일본 다리」입니다. 지베르니 집 정원의 연못과 다리를 맑은 초록으로 그렸습니다 (미국 내셔널갤러리, CC0, 위키미디어 공용)
모네가 1899년에 그린 「일본 다리」입니다. 지베르니 집 정원의 연못과 다리를 맑은 초록으로 그렸습니다 (미국 내셔널갤러리, CC0, 위키미디어 공용)

같은 다리를 20년쯤 뒤에 그린 그림을 보면 차이가 바로 보입니다. 초록이 거의 사라지고 붉은색과 갈색으로 뒤덮였습니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수정체가 누렇게 변해서 파란색과 초록색이 덜 보이게 됩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안과 의사 마이클 마모는 백내장이 있는 눈에는 색이 어떻게 보이는지 컴퓨터로 만들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모네 그림의 색이 바뀐 것이 백내장 때문이라고 보면 들어맞는다고 발표했습니다.

1920~1922년 무렵 모네가 그린 「일본 다리」입니다. 같은 다리인데 초록이 거의 없고 붉은색과 갈색이 화면을 덮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20~1922년 무렵 모네가 그린 「일본 다리」입니다. 같은 다리인데 초록이 거의 없고 붉은색과 갈색이 화면을 덮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여든둘에 받은 수술은 어땠고,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요

모네가 끝내 수술을 받게 만든 사람은 오랜 친구이자 프랑스 총리를 지낸 조르주 클레망소였습니다. 1919년에 처음 수술을 권했을 때는 모네가 거절했고, 1922년에 다시 설득해서 안과 의사 샤를 쿠텔라를 만나게 했습니다. 그해 쿠텔라가 모네의 시력을 재 보니, 오른쪽 눈은 빛만 겨우 느끼는 정도였고 왼쪽 눈은 0.1이었습니다.

1921년, 지베르니 정원의 조르주 클레망소(왼쪽)와 클로드 모네입니다. 클레망소는 몇 해에 걸쳐 모네에게 수술을 권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21년, 지베르니 정원의 조르주 클레망소(왼쪽)와 클로드 모네입니다. 클레망소는 몇 해에 걸쳐 모네에게 수술을 권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수술은 1923년 1월에 오른쪽 눈 한쪽만 했습니다. 모네는 여든둘이었습니다. 그때는 수정체를 빼내기만 하고 그 자리에 아무것도 넣지 못했습니다. 수술 뒤 열흘 동안 머리 양옆에 모래주머니를 대고 꼼짝 않고 누워 있어야 했고, 빼낸 수정체 대신 아주 두꺼운 안경을 써야 했습니다. 처음 몇 달은 결과가 나빴습니다. 그해 5월 쿠텔라에게 보낸 편지에 모네는 이 수술을 받은 것이 몹시 후회스럽다고 썼습니다. 한동안은 모든 것이 노랗게 보이다가 나중에는 파랗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모네가 1922~1924년 무렵 그린 「장미 정원에서 본 집」입니다. 수술 전후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그렸고, 색이 그때그때 크게 달랐습니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모네가 1922~1924년 무렵 그린 「장미 정원에서 본 집」입니다. 수술 전후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그렸고, 색이 그때그때 크게 달랐습니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24년에 안과 의사 자크 마와가 색을 거른 렌즈를 넣은 안경을 맞춰 주었고, 모네는 그 안경이 완벽하다고 했습니다. 1925년에는 안경을 쓰면 오른쪽 눈 시력이 0.6을 넘게 나왔습니다. 모네는 다시 붓을 들었고, 지금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 걸려 있는 커다란 수련 연작을 마저 그렸습니다. 1926년 12월, 여든여섯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네가 그렇게 고생한 건 상당 부분 그 시절 수술 방법 때문이었습니다. 빼낸 수정체 자리에 인공 렌즈를 넣는 수술은 모네가 세상을 떠나고 20여 년 뒤에 시작됐습니다. 영국 안과 의사 해럴드 리들리는 2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석 덮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눈에 박힌 조종사를 진료하다가, 그 플라스틱이 눈 속에서 별다른 탈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같은 재료로 렌즈를 만들어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에서 넣었습니다. 흔히 1949년 11월 29일을 첫 수술로 꼽지만, 병원 수술 기록에는 1950년 2월 8일 수술만 남아 있어 병원 명판에는 이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 벽에 붙은 명판입니다. 「백내장 치료를 위한 첫 인공수정체를 해럴드 리들리가 1950년 2월 8일 이곳에서 넣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 Davidruben,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 벽에 붙은 명판입니다. 「백내장 치료를 위한 첫 인공수정체를 해럴드 리들리가 1950년 2월 8일 이곳에서 넣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 Davidruben,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옛날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상담실에서 "이 나이에 수술했다가 더 나빠지면 어쩌냐"는 말을 들으면, 모네가 겁낸 수술과 지금의 수술은 많이 다르다고 말씀드립니다. 지금은 대개 눈에 마취 안약을 넣거나 눈 주위에 마취 주사를 놓고, 흐려진 수정체를 잘게 부숴 빼낸 뒤 인공수정체를 넣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안내를 보면 수술 다음 날부터 TV를 보고 책을 읽어도 됩니다.

백내장은 다 익어야 수술한다는 말은 맞나요?

"백내장은 다 익어야 수술한다"는 말을 아직 많이 하십니다. 옛날에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쓰던 옛 수술은 흐려진 수정체를 바늘로 눈 안쪽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방식이었는데, 수정체가 덜 굳어 있으면 밀다가 부서졌습니다. 그래서 수정체가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18세기에 수정체를 눈 밖으로 꺼내는 수술이 나온 뒤에도 한동안은 다 익은 백내장에만 그 수술을 했습니다.

1905년 미국에서 나온 안과 수술 도감의 그림입니다. 노인성 백내장을 꺼내기 위해 각막을 칼로 넓게 가르는 장면입니다 (Haab·de Schweinitz, 「Atlas and epitome of operative ophthalmology」, 저작권 제한 없음, 위키미디어 공용)
1905년 미국에서 나온 안과 수술 도감의 그림입니다. 노인성 백내장을 꺼내기 위해 각막을 칼로 넓게 가르는 장면입니다 (Haab·de Schweinitz, 「Atlas and epitome of operative ophthalmology」, 저작권 제한 없음, 위키미디어 공용)

지금은 그렇게 기다리지 않습니다. 미국안과학회 누리집의 질의응답에서 한 안과 의사는, 요즘 백내장이 "익었다"는 말을 쓰는 안과 의사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백내장 때문에 보는 데 지장이 생기면 그때가 수술할 때라고 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도 백내장은 서둘러 치료해야 하는 병은 아니고,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되면 수술을 생각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의 백내장 진료지침은 시력 숫자만 보고 수술을 막지 말라고 적었습니다. 시력이 얼마인지보다 그 눈으로 사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본인이 수술을 원하는지를 놓고 의논하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너무 오래 기다리면 생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백내장이 지나치게 진행되면 수정체 속 단백질이 밖으로 새어 나와 눈 속 물이 빠져나가는 길을 막는 일이 있습니다. 이걸 수정체용해녹내장이라고 부르는데, 눈의 압력이 갑자기 크게 오르고 눈이 아픕니다. 또 너무 굳은 백내장은 수술이 더 어렵다고 안과 병원들은 설명합니다. 그러니 아흔이 되실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꼭 더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 눈이 나빠지신 걸 어떻게 알아챌 수 있나요?

연세 드신 분들은 눈이 어두워져도 잘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원래 나이가 들면 그런 거라고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은 백내장 증상으로 이런 것들을 꼽습니다. 시력이 떨어지고, 낮에 밖에 나가면 유난히 눈이 부시고, 한쪽 눈으로 볼 때 물건이 두 개로 겹쳐 보입니다. 돋보기 없이 신문 글씨가 갑자기 잘 보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수정체가 굳으면서 생기는 변화라 눈이 좋아진 게 아닙니다.

왼쪽은 백내장으로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진 눈, 오른쪽은 수술로 인공수정체를 넣은 뒤의 눈입니다 (사진: wpotthoff,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왼쪽은 백내장으로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진 눈, 오른쪽은 수술로 인공수정체를 넣은 뒤의 눈입니다 (사진: wpotthoff,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집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보입니다. 좋아하시던 TV 연속극을 안 보시고, 밥상에서 반찬을 자꾸 흘리시고, 계단이나 문턱 앞에서 멈칫하십니다. 아는 사람을 가까이 와서야 알아보시기도 합니다. 치매가 있으시면 이런 변화가 치매 탓으로만 보이기 쉽습니다. 지난번에 귀가 어두워서 엉뚱한 대답을 하시는 경우를 난청과 치매 글에서 다뤘는데,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백내장 수술은 얼마나 많이 하나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5개 주요 수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5년 백내장 수술은 69만 2,12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024년보다 4.2% 늘었고, 50대 이후로는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받은 수술이었습니다. 진료비는 모두 9,074억 원이었고, 한 건에 평균 131만 원쯤이었습니다. 이 금액은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진료비이고, 다초점 렌즈 같은 비급여 비용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수술통계로 본 연도별 백내장 수술 건수입니다. 세 해 모두 주요 수술(2023년 34개, 2024·2025년 35개) 가운데 건수 1위였습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3·2024년 주요수술통계연보, 2025년 분석 발표)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수술통계로 본 연도별 백내장 수술 건수입니다. 세 해 모두 주요 수술(2023년 34개, 2024·2025년 35개) 가운데 건수 1위였습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3·2024년 주요수술통계연보, 2025년 분석 발표)

비용에서 보호자분이 꼭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흐려진 수정체 자리에 넣는 인공수정체는 종류가 여럿입니다. 한 거리에 초점이 맞는 단초점 렌즈는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가까운 곳과 먼 곳을 함께 보게 해 주는 다초점 렌즈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입니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이 백내장 수술 피해구제 신청 사례를 분석해 보니, 다초점 렌즈 수술 총비용은 154만 원에서 983만 원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수술받은 410명 가운데 49.8%는 자기가 넣은 렌즈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를 몰랐습니다.

인공수정체입니다. 가운데 둥근 렌즈 양옆의 가는 다리가 눈 안에서 렌즈를 붙잡아 줍니다 (사진: Philos2000,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인공수정체입니다. 가운데 둥근 렌즈 양옆의 가는 다리가 눈 안에서 렌즈를 붙잡아 줍니다 (사진: Philos2000,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어떤 렌즈가 맞는지는 안과 의사와 정하실 일입니다. 다만 요양원에서 지내실 어르신이라면 하루 대부분을 생활실과 거실 안에서 보내십니다. 어떤 거리를 가장 많이 보시는지, 안경을 잘 쓰고 계시는지를 의사에게 말씀드리면 렌즈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급여 렌즈를 권유받으시면 건강보험이 되는 렌즈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다르고 비용은 얼마인지 따로 적어 달라고 하셔도 됩니다.

눈이 잘 보이게 되면 넘어지는 일이 줄어드나요?

이 질문에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두 쪽으로 나눠 비교한 시험이 하나 있어서 답을 볼 수 있습니다. 영국 노팅엄에서 백내장이 있는 70세 넘은 여성 306명을 두 쪽으로 나눠, 한쪽은 4주 안에 첫눈 수술을 하고 다른 쪽은 보통대로 1년 가까이 기다리게 했습니다. 1년 동안 지켜보니 빨리 수술한 쪽이 넘어진 횟수가 34% 적었습니다.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분은 빨리 수술한 쪽이 3%, 기다린 쪽이 8%였습니다.

백내장 첫눈 수술을 4주 안에 받은 쪽과 1년 가까이 기다린 쪽을 1년 동안 비교한 결과입니다 (자료: Harwood 외, 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 2005)
백내장 첫눈 수술을 4주 안에 받은 쪽과 1년 가까이 기다린 쪽을 1년 동안 비교한 결과입니다 (자료: Harwood 외, 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 2005)

다만 한 번이라도 넘어진 분의 비율은 두 쪽이 비슷했습니다. 같은 연구진이 두 번째 눈 수술로 같은 시험을 했을 때는 넘어지는 횟수가 줄어드는 경향은 보였지만 통계로 확실하다고 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백내장 수술을 하면 넘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넘어지시는 데는 다리 힘, 드시는 약, 밤 조명처럼 여러 이유가 겹칩니다. 그래도 첫눈 수술 연구에서는 골절이 줄었고, 불안은 줄고 자신감은 늘었습니다.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진 뒤의 사정은 고관절 골절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치매가 있으셔도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나요?

받으실 수 있습니다. 2024년에 발표된 미국 연구는 백내장 수술을 받은 7,853명 가운데 치매가 있는 296명을 나머지 환자들과 비교했습니다. 치매가 있는 분들은 더 늦은 나이에, 백내장이 더 진행된 뒤에 수술을 받았고 전신마취를 받은 경우도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합병증이 생긴 비율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두 쪽 모두 시력이 좋아졌고 좋아진 폭도 비슷했습니다. 다만 수술 전후 시력 모두 치매가 있는 분들이 조금 낮았습니다.

마취는 안과 의사가 정합니다. NICE 지침은 대개 눈 주위 마취나 마취 안약을 권합니다. 치매가 있어서 수술하는 동안 가만히 계시기 어려우면 전신마취를 하기도 합니다. NICE 지침은 전신마취가 꼭 필요한데 그 위험이나 부담이 큰 분이라면 두 눈을 한 번에 수술하는 것도 고려하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전신마취를 하면 수술 뒤에 갑자기 헷갈려하시는 섬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치매가 있으시면 마취 방법을 의논할 때 이 점도 함께 여쭤보시면 좋습니다. 섬망이 무엇이고 치매와 어떻게 다른지는 섬망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백내장 수술과 치매의 관계를 본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시애틀 지역에서 백내장이나 녹내장 진단을 받은 65세 이상 3,038명을 오래 따라가 보니, 백내장 수술을 받은 분들은 받지 않은 분들보다 치매가 생길 위험이 29% 낮았습니다(위험비 0.71). 비교하려고 녹내장 수술을 받은 분들도 같이 봤습니다. 녹내장 수술은 시력을 되돌려 주는 수술이 아닌데, 이분들은 치매 진단 비율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분과 녹내장 수술을 받은 분의 치매 진단 위험비입니다. 1보다 작을수록 수술 안 받은 분보다 치매 진단이 적었다는 뜻입니다 (자료: Lee 외, JAMA Internal Medicine 2022)
백내장 수술을 받은 분과 녹내장 수술을 받은 분의 치매 진단 위험비입니다. 1보다 작을수록 수술 안 받은 분보다 치매 진단이 적었다는 뜻입니다 (자료: Lee 외, JAMA Internal Medicine 2022)

이 연구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나눈 시험이 아니라 지켜본 연구입니다. 수술을 받은 분들이 원래 더 건강했을 수도 있어서, 백내장 수술이 치매를 막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치매가 꽤 진행된 분이라면 기대는 더 조심스럽게 하셔야 합니다. 2026년 일본의 작은 연구에서는 75세 이상 중등도 이상 치매 어르신 28명이 수술 뒤 시력은 분명히 좋아졌지만, 3개월 뒤 인지 점수와 일상생활 능력, 보호자 부담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수술한다고 치매가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눈이 잘 보이시면 하루하루 지내시기가 조금 편해지는 정도를 기대하시면 됩니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의 생활은 치매전담실 안내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얼마나 잘 보실까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잘 못 보십니다. 미국 요양원 28곳에서 시력을 잴 수 있었던 어르신 1,305명을 조사해 보니 38%가 0.5가 안 됐습니다. 안경을 맞춰 써도 29%는 여전히 0.5가 안 됐습니다. 안경으로 고쳐지지 않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백내장입니다. 조사 대상 어르신 전체로 보면 18%는 시력을 아예 잴 수 없었고, 40%는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진 분들이었습니다.

미국 요양원 어르신의 시력 조사 결과입니다 (자료: West 외, 미국 요양원 28곳 조사, 2003)
미국 요양원 어르신의 시력 조사 결과입니다 (자료: West 외, 미국 요양원 28곳 조사, 2003)

요양원에 계시면서 수술을 받으신 분들을 본 연구도 있습니다. 2007년 미국에서 요양원 어르신 가운데 백내장 수술을 받은 30명과 받지 않은 15명을 비교했더니, 수술 4개월쯤 뒤 받은 쪽에서 시력과 책 읽기, 마음의 괴로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정도가 나아졌습니다. 우울 점수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참여한 분이 적은 연구이긴 하지만, 요양원에 계셔도 수술로 나아지는 게 있다는 걸 보여 줍니다. 그러니 요양원에 들어가시면 눈 치료는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입소 전에 하실 수도 있고, 입소하신 뒤에 안과 진료를 이어 가실 수도 있습니다.

수술 뒤 안약과 보호안대는 요양원에서 어떻게 하나요?

수술은 한나절이면 끝나지만 그 뒤 관리가 몇 주 이어집니다. 병원마다 안내가 조금씩 다릅니다. 서울아산병원은 항생제와 염증을 줄이는 안약을 1~4주 넣고, 잘 때 보호안대를 4주쯤 하라고 안내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당일수술센터는 안약을 한 달 넣고, 2주 동안은 낮에는 안경을 쓰고 밤에는 보호대를 하고, 세수는 1주 뒤부터 하라고 안내합니다. 안약이 여러 개면 5분 간격을 두고 넣습니다. 이렇게 병원마다 다르니 수술한 병원이 준 안내문이 가장 정확합니다.

인공수정체를 넣고 6년이 지난 눈입니다. 검은 동공 안쪽으로 둥근 렌즈의 테두리가 보입니다 (사진: Isaac K,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인공수정체를 넣고 6년이 지난 눈입니다. 검은 동공 안쪽으로 둥근 렌즈의 테두리가 보입니다 (사진: Isaac K,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요양원에서 지내시는 동안 수술을 받으시면 이 안약은 대개 간호 인력이 시간에 맞춰 넣어 드립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시설마다 다르니 미리 물어보시면 됩니다. 치매가 있으신 분은 눈이 가렵다고 손으로 비비시거나 밤에 보호대를 떼어 내시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수술 날짜가 잡히면 요양원에 안내문을 그대로 전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안약 이름과 넣는 횟수, 몇 주 넣는지, 보호대는 언제까지 하는지, 다음 외래는 언제인지가 적혀 있으면 됩니다.

Q. 여든이 넘으셨는데 백내장 수술을 해도 괜찮을까요?

연세만으로 수술을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백내장은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실 필요가 없고, 보시는 데 불편이 생기면 그때 수술을 의논하시면 됩니다. 영국 NICE 진료지침은 시력 숫자만으로 수술을 막지 말고, 백내장이 생활에 주는 불편과 본인이 원하는지를 놓고 정하라고 합니다. 모네도 여든둘에 수술을 받았고 그 뒤에 수련 그림을 마저 그렸습니다. 수술 여부와 마취 방법은 안과 의사가 전신 상태를 보고 정하니, 드시는 약과 치매 여부를 미리 알려 주시면 됩니다.

모네가 수술을 받은 뒤인 1924~1925년에 그린 「붓꽃」입니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모네가 수술을 받은 뒤인 1924~1925년에 그린 「붓꽃」입니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Q.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셔도 그대로 물어보실 것

부모님이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계시거나 막 받으셨다면 이 다섯 가지를 물어보십시오. 어느 시설이든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1. 수술 뒤 안약은 누가, 하루 몇 번, 어떻게 기록하며 넣어 주시나요.
  2. 밤에 보호안대를 떼어 내시거나 눈을 비비시면 어떻게 하시나요.
  3. 안과 외래 진료가 있을 때 병원까지는 어떻게 모시고, 보호자는 언제 함께 가야 하나요.
  4. 눈이 갑자기 아프다거나 빨개지시면 보호자에게 어떻게 알리고 병원에는 어떻게 모시나요.
  5. 눈이 어두우신 어르신이 넘어지지 않게 방과 복도의 밤 조명은 어떻게 해 두셨나요.

요양원을 고를 때 볼 것 전체는 요양원 고르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위의 다섯 가지 질문은 저희에게 하셔도 됩니다. 입소 상담 때 안과 소견서나 수술 기록, 넣고 계신 안약 목록을 가져와 주시면 좋습니다. 어느 쪽 눈이 더 안 보이시는지 알면 식탁 자리나 말을 거는 쪽을 정할 때 참고가 됩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공용 공간입니다. 낮에 볕과 조명이 충분히 드는지는 보러 오셨을 때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공용 공간입니다. 낮에 볕과 조명이 충분히 드는지는 보러 오셨을 때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요양보호사를 법정 기준보다 많이 둡니다. 법정 기준은 어르신 2.1명당 한 분이고, 저희는 약 1.6명당 한 분입니다. 눈이 어두우신 어르신이 식사하실 때 옆에서 반찬 자리를 말씀드리고, 걸으실 때 한 걸음 옆에서 같이 걸을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다음에 부모님을 뵐 때 TV를 얼마나 가까이서 보시는지, 계단 앞에서 멈칫하시는지, 반찬을 흘리시는지 눈여겨보시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안과에 가실 때 "시력이 몇이냐" 말고 "이 백내장 때문에 생활에서 무엇이 불편해지는지, 수술하면 무엇이 나아질 것 같은지"를 여쭤보시는 것입니다.

처음 상담하신 아드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연세 때문에 안 된다는 법은 없으니 안과 의사와 마취 방법까지 한 번 더 의논해 보시고, 입소 전에 하시든 입소하신 뒤에 하시든 안약 넣는 일은 요양원에서 함께 챙길 수 있다고요.

1920년대, 커다란 수련 그림 앞에 팔레트를 들고 선 모네입니다. 수술 뒤에도 이 연작을 마저 그렸습니다 (앙리 마뉘엘 촬영으로 추정,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920년대, 커다란 수련 그림 앞에 팔레트를 들고 선 모네입니다. 수술 뒤에도 이 연작을 마저 그렸습니다 (앙리 마뉘엘 촬영으로 추정,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어머니가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고 하셨다는 말을 전하시며 아드님이 조금 웃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 수술을 권하는 게 욕심인가 싶고, 안 권하자니 마음이 걸리셨을 겁니다. 남은 날이 길든 짧든, 그동안 손주 얼굴이라도 잘 보이시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면 욕심이라고 하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네도 수술하고 몇 달은 후회했지만, 그 뒤에 수련 그림을 끝까지 그렸습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4년 주요수술통계연보(2025.11) 및 2025년 35개 주요수술 분석 발표(2026.8) / 한국소비자원 백내장 수술 실태조사(2021,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 보도)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백내장」 / 분당서울대병원 당일수술센터 백내장 수술 안내 / NICE NG77 Cataracts in adults: management(2017) 1.2.1·1.2.2·1.6.3·1.7 /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Can cataract surgery be done early?(2017) / Gruener A. The effect of cataracts and cataract surgery on Claude Monet. Br J Gen Pract 2015;65(634):254-255 / Marmor MF. Ophthalmology and art: simulation of Monet's cataracts and Degas' retinal disease. Arch Ophthalmol 2006 / Apple DJ·Sims J. Harold Ridley and the invention of the intraocular lens. Surv Ophthalmol 1996 / Leffler CT 외. Ann Transl Med 2020 / Harwood RH 외. Br J Ophthalmol 2005;89:53-59 / Foss AJ 외. Age Ageing 2006;35:66-71 / Lee CS 외. JAMA Intern Med 2022;182:134-141 / Grove NC 외. Ophthalmic Epidemiol 2024 / Umeya R 외. Geriatrics 2026 / West SK 외. 미국 요양원 시력 조사 2003(PMID 12815493) / Owsley C 외. Br J Ophthalmol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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