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안약을 넣으셨는지 어머니가 기억을 못 하세요
1876년 스트라스부르의 한 안과 의사는 서아프리카의 독이 든 콩에서 뽑은 성분으로 녹내장 안압을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자신도 녹내장 환자였습니다. 150년이 지난 지금도 녹내장은 날마다 안약 몇 방울을 넣어서 치료하는데, 그걸 하루도 빠뜨리지 않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상담실에 오신 따님이 가방에서 작은 비닐봉지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으셨습니다. 안약 병이 세 개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여든둘이세요. 녹내장 진단받으신 지 10년이 넘었어요. 안과에서는 안약을 하루도 빠뜨리지 말라고 하는데, 요즘 어머니가 넣으셨는지를 기억을 못 하세요. 아침에 전화로 여쭤보면 넣었다고 하시는데, 가 보면 병이 그대로예요. 어떤 날은 같은 약을 세 번 넣으시고요. 작년부터는 집 안에서도 문턱에 자꾸 걸려 넘어지세요. 요양원에 가시면 안약은 누가 넣어 드리는지,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녹내장 치료를 어떻게 할지는 안과 의사가 정할 일입니다. 다만 보호자가 미리 알아 두시면 좋은 것들이 있어 정리했습니다. 안약을 왜 날마다 넣어야 하는지, 안압이 정상이라는데 왜 녹내장인지부터 적었습니다. 어르신이 혼자 넣으시면 실제로 얼마나 들어가는지, 눈약이 왜 심장까지 영향을 주는지도 차례로 적었습니다. 숫자는 건강보험공단 발표와 논문 초록, 약 허가사항 원문에서 확인한 것만 옮겼습니다.

녹내장 안약은 언제 처음 나왔을까요?
서아프리카 칼라바르 지역에는 독이 든 콩이 있었습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죄가 있는지 가릴 때 이 콩을 먹이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유럽 학자들이 19세기 중반 이 콩을 들여와 연구했고, 그 성분이 눈동자를 작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 성분을 피조스티그민이라고 부릅니다.

1876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당시 독일 영토)의 안과 의사 루트비히 라쾨르(Ludwig Laqueur)가 이 성분을 녹내장 환자의 눈에 넣으면 안압이 내려간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때까지 녹내장은 수술 말고는 손쓸 방법이 거의 없는 병이었습니다. 라쾨르 자신도 녹내장 환자였습니다. 그가 남긴 「나의 녹내장 투병기」라는 글은 그가 세상을 떠난 1909년에 안과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비슷한 무렵 독일 의사 아돌프 베버가 남미 식물 자보란디에서 뽑은 필로카르핀을 녹내장에 썼습니다. 필로카르핀 안약은 지금도 쓰입니다. 그 뒤로 약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978년 티몰롤 안약이, 1996년 라타노프로스트 안약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대부분의 녹내장 안약은 넣는 동안에만 안압을 낮춰 주기 때문에 날마다 넣어야 합니다. 따님이 걱정하신 것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안압이 정상이라는데 왜 녹내장인가요?
녹내장은 눈 뒤쪽에서 뇌로 이어지는 시신경이 조금씩 상하는 병입니다. 시신경이 상한 만큼 보이는 범위가 좁아집니다. 흔히 녹내장을 안압이 높아서 생기는 병으로 알고 계시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1850년대 베를린의 안과 의사 알브레히트 폰 그레페는 시신경이 녹내장처럼 파여 있는데 안압은 높지 않은 환자들을 처음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보다 몇 해 전에 헬름홀츠가 검안경을 만들어서, 살아 있는 사람의 눈 속 시신경을 처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레페는 녹내장에 홍채절제술을 처음 쓴 사람이기도 한데, 1870년 결핵으로 마흔둘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실이 특히 중요합니다. 충남 금산군 남일면에서 40세 이상 1,532명을 검진한 연구에서 검진받은 사람의 3.5%가 개방각녹내장이었고, 그 가운데 안압이 21mmHg 이하로 정상 범위인 사람이 전체의 2.7%였습니다. 녹내장 환자 넷 가운데 셋은 안압이 정상이었다는 뜻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로 본 연구에서도 녹내장이 있는 눈의 평균 안압은 15.0mmHg로 정상 범위였습니다. 다만 녹내장이 없는 눈(14.0mmHg)보다는 조금 높았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안압은 괜찮다더라"라고 하셔도 안과 진료를 그만두시면 안 됩니다. 정상안압녹내장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안약으로 안압을 지금보다 더 낮춥니다.

우리나라에는 녹내장 환자가 얼마나 되고, 왜 모르고 지내시나요?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로 녹내장 진료인원은 2016년 80만 8,012명에서 2020년 96만 4,812명으로 늘었습니다. 2020년 진료인원 가운데 60대가 25.1%, 70대가 21.1%였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실이 공개한 공단 자료로는 2024년 122만 3천 명이었습니다.

진료받는 사람이 이만큼인데, 녹내장이 있는 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은 훨씬 많습니다.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40세 이상 13,831명을 살펴보니 개방각녹내장 유병률은 4.7%였고,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습니다. 그런데 녹내장이 발견된 710명 가운데 자기 병을 알고 있던 사람은 8.0%뿐이었습니다.

모르고 지내는 이유는 아프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방각녹내장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시야가 바깥쪽부터 천천히 좁아집니다. 두 눈이 서로 빈자리를 메워 주기도 해서, 본인이 알아챌 때쯤에는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건강검진에는 시신경을 보는 안저검사가 들어 있지 않아서, 2025년 국정감사 때 국회에서도 안저검사를 넣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녹내장이 있으시면 왜 자주 넘어지시나요?
녹내장으로 시야가 좁아지면 정면은 보이는데 옆과 아래가 잘 안 보입니다. 걸을 때 발밑의 문턱이나 옆에 놓인 의자를 놓치기 쉽습니다. 캐나다에서 녹내장 환자 48명과 같은 나이대 47명을 비교한 연구에서, 녹내장 환자 쪽이 비교한 사람들보다 지난 1년 사이에 넘어진 일이 더 많았습니다. 참가자 수가 적은 연구라서, 녹내장이 있으면 더 잘 넘어지실 수 있다는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따님 어머니가 문턱에 자꾸 걸리신다고 하셨지요. 다리 힘이 빠지셨을 수도 있지만, 발밑이 안 보이셔서일 수도 있습니다. 넘어지시는 일이 잦아지면 안과 진료 때 시야검사를 다시 받아 보시고, 그 결과를 집이나 요양원에 알려 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시야 어느 쪽이 좁은지 알면 가구를 어디에 둘지, 어느 쪽에서 말을 걸지가 달라집니다.

어르신 혼자 안약을 넣으셔도 괜찮을까요?
안약 넣기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 보면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녹내장이나 고안압증으로 안약을 6개월 넘게 써 온 139명에게 평소처럼 안약을 넣게 하고 촬영했습니다. 92.8%는 안약 넣는 데 문제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병 끝이 눈에 닿지 않게 한 방울을 제대로 넣은 사람은 15mL 병으로는 21.9%, 2.5mL 병으로는 30.8%였습니다.

일본에서 녹내장 환자 56명을 같은 방법으로 촬영한 연구도 있습니다. 스스로 잘 넣었다고 답한 48명 가운데 27명, 56%가 실제로는 실패했습니다. 전체로는 54%가 실패했고, 나이가 많을수록, 인지기능 검사 점수가 낮을수록 실패가 많았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신 어르신은 넣었는지를 잊으실 뿐 아니라, 넣으셔도 눈에 안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영국에서 개방각녹내장 환자 10만 968명의 진료 기록을 본 연구는,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뇌 질환이 있는 환자가 5.2%라고 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분들은 안약 말고 다른 치료가 나을 수 있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이 연구에는 안약이 아닌 녹내장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회사 직원도 저자로 참여했다는 점은 함께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녹내장에는 안약 말고도 레이저 치료나 수술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안약을 계속 잊으신다면, 다음 안과 진료 때 그 사실을 그대로 말씀하시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여쭤보세요. 치매가 있다는 것도 함께 알려 주셔야 의사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눈에 넣는 약이 심장과 숨에도 영향을 주나요?
줍니다. 눈에 넣은 안약은 눈물길을 따라 코로 내려가고, 거기서 몸속으로 흡수됩니다. 녹내장 안약 가운데 티몰롤 같은 베타차단제는 혈압약이나 심장약과 같은 계열이라, 몸으로 들어가면 맥박을 느리게 하거나 기관지를 좁힐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허가된 티몰롤과 도르졸라미드 복합 안약의 허가사항에는 쓰면 안 되는 분이 적혀 있습니다. 천식이 있거나 예전에 앓으신 분, 맥박이 많이 느리거나 심장차단이 심한 분, 심부전이 뚜렷한 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심한 분입니다. COPD가 가볍거나 중간 정도라도 주의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다니시는 내과에는 안약 이름까지 알려 주셔야 합니다. 먹는 약 목록에 안약은 빠지기 쉽습니다.
몸으로 덜 흡수되게 하는 방법도 같은 허가사항에 있습니다. 안약을 넣은 뒤 약 2분 동안 눈을 감고 있거나, 눈 안쪽 구석(코 옆)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 눈물길을 막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1984년 미국에서 건강한 자원자에게 해 본 연구에서는 이렇게 하면 티몰롤이 핏속으로 들어가는 양이 60% 넘게 줄었습니다. 안약을 두 가지 넘게 넣으신다면 약 사이에 간격을 두어야 하는데, 몇 분을 둘지는 약마다 허가사항이 다르니 처방받은 안과나 약국에서 정확히 물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Q. 녹내장 안약은 평생 넣어야 하나요?
녹내장 안약은 이미 상한 시신경과 잃은 시야를 되돌리지 못합니다. 안압을 낮춰서 더 나빠지는 것을 늦추는 약이고, 효과는 넣는 동안에만 갑니다. 그래서 안과 의사가 그만두라고 하기 전까지는 날마다 정해진 횟수대로 넣는 것이 원칙입니다. 레이저 치료나 수술을 받으면 안약 수를 줄일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안약을 계속 넣기 어려우신 사정이 있으면 진료 때 그대로 말씀하세요. 안압이 정상이라고 들으셨어도 안약을 줄이거나 끊는 것은 혼자 정하지 마시고 안과 의사와 상의해서 정하셔야 합니다.
Q. 어르신이 녹내장이 있으시면, 요양원에 전화할 때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요?
- 안약은 누가, 하루 몇 시에 넣어 드리나요? 넣은 시각을 어디에 기록하나요?
- 안약이 두 가지 넘으면 약 사이 간격은 어떻게 지키나요?
- 넣은 뒤 눈을 감고 계시게 하거나 눈 안쪽을 눌러 드리나요?
- 안과 정기 진료는 누가 모시고 가나요? 가족이 모시고 가야 하나요?
- 시야가 좁으신 걸 알면 생활실 가구 배치나 걷는 길을 맞춰 주실 수 있나요?
요양원을 고를 때 무엇을 보면 좋은지는 요양원 고르는 법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치매가 있으신 분이라면 치매전담실 안내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위의 다섯 가지 질문은 저희에게 하셔도 됩니다. 입소 상담 때 쓰시는 안약을 병째 가져와 주시고, 안과에서 받은 처방전과 마지막 시야검사 결과가 있으면 함께 주세요. 안약마다 하루 몇 번인지, 어느 눈에 넣는지를 처음부터 맞춰 두어야 빠뜨리지 않습니다.

입소자 30명 이상인 요양원은 입소자 25명당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한 분을 두게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요양보호사를 법정 기준보다 많이 둡니다. 법정 기준은 어르신 2.1명당 요양보호사 한 분이고, 저희는 약 1.6명당 한 분입니다. 입소하신 분 수와 근무표에 따라 조금씩 오르내리는 값이고, 교대 근무를 하니 어느 한 순간 곁에 있는 인원은 이보다 적습니다. 안약을 싫어하시는 어르신 곁에 앉아 잠깐 기다렸다가 다시 권해 드리려면 일손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어머니 안약 병 세 개를 꺼내 놓고 약 이름과 하루 몇 번, 어느 눈에 넣는지를 종이 한 장에 적어 두시는 것입니다. 그 종이를 내과에도 보여 주시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가 안약 넣으시는 모습을 한 번 옆에서 지켜보시는 것입니다. 한 방울이 눈에 들어가는지, 병 끝이 눈에 닿지는 않는지만 보셔도 됩니다.
라쾨르는 안과 의사였고, 자기 병이 녹내장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 사람도 자기 녹내장 이야기를 「투병기」라고 불렀습니다. 안과 의사한테도 녹내장은 오래 안고 지내야 하는 병이었던 겁니다. 여든둘 어머니가 넣으셨는지 잊으시는 것은 어머니 탓이 아니고, 따님이 확인을 못 해 드린 탓도 아닙니다.
전화로 넣었다고 하셨는데 병이 그대로인 걸 보면 화가 나실 수 있습니다. 어머니 눈이 걱정되시니까 화도 나시는 겁니다. 이제 그 일을 누가 맡을지 정하시면 됩니다. 집에서 가족이 맡으셔도 되고, 요양원에 맡기셔도 됩니다. 어느 쪽이든 누군가 옆에서 넣어 드리면 넣었는지 잊으시는 일은 없어집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16~2020년 녹내장(H40, H42) 진료현황(2022.3 발표, 의약일보 보도) / 소병훈 의원실 공개 국민건강보험공단 실명 유발 3대 안질환 자료(연합뉴스 2025.10.13 보도) / Kim CS 외. Prevalence of primary open-angle glaucoma in central South Korea: the Namil study. Ophthalmology 2011;118(6):1024-1030 / Prevalence, Awareness, and Risk Factors of Primary Open-Angle Glaucoma: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2008-2011. Ophthalmology 2016 / Stone JL 외. An objective evaluation of eyedrop instillation in patients with glaucoma. Arch Ophthalmol 2009;127(6):732-736 / Tanito M 외. Factors Associated with Topical Medication Instillation Failure in Glaucoma: VRAMS-QPiG Study. Adv Ther 2023;40(11):4907-4918 / Cordeiro MF 외. Curr Med Res Opin 2024;40(4):647-655 / Haymes SA 외. Risk of falls and motor vehicle collisions in glaucoma. Invest Ophthalmol Vis Sci 2007;48(3):1149-1155 / Zimmerman TJ 외. Improving the therapeutic index of topically applied ocular drugs. Arch Ophthalmol 1984;102(4):551-553 / 약학정보원 티몰롤·도르졸라미드 복합 점안액 허가사항 / 미국 국립안연구소(NEI) Glaucoma / Laqueur L. Geschichte meiner Glaukomerkrankung. Klin Monatsbl Augenheilkd 1909;47:639-646 / Rohrbach JM 외. Albrecht von Graefe. Graefes Arch Clin Exp Ophthalmol 2020 /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