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 드시는 여든넷 어머니가 통풍이라고 합니다

17세기 영국 의사 토머스 시드넘은 34년 동안 통풍을 앓으면서, 통풍은 편하게 잘 먹고 지낸 노인에게 온다고 썼습니다. 이 생각은 시드넘보다 훨씬 오래됐고, 지금까지 이어져 통풍은 술과 고기의 병으로 통합니다. 그런데 요양원에서 만나는 통풍 어르신은 술을 거의 안 드시는 할머니가 많습니다. 왜 그런지 찾아봤습니다.

입소 상담을 하다 보면 약 봉투 이야기가 꼭 나옵니다. 얼마 전 오신 따님도 어머니가 드시는 약 목록을 펼쳐 놓고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여든넷이세요. 지난달에 엄지발가락 옆이 빨갛게 붓더니 밤새 아프다고 하셔서 병원에 갔는데, 통풍이래요. 어머니는 술을 입에도 안 대시고 고기도 잘 안 드세요. 통풍은 술 많이 마시는 남자들이 걸리는 병 아닌가요? 그리고 요산 내리는 약을 받아 왔는데, 이걸 평생 드셔야 한대요."

따님 말씀에는 질문이 두 개 들어 있었습니다. 술도 안 드시는 할머니가 왜 통풍이 생기셨는지, 그리고 통풍약을 정말 평생 드셔야 하는지입니다. 통풍이 왜 술과 고기의 병으로 알려지게 됐는지부터 찾아봤습니다.

엄지발가락 뿌리 관절에 요산 덩어리가 쌓여 불룩하게 튀어나온 태국의 할머니 발입니다. 엄지발가락은 안쪽으로 휘어 있습니다 (사진: Chainwit.,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엄지발가락 뿌리 관절에 요산 덩어리가 쌓여 불룩하게 튀어나온 태국의 할머니 발입니다. 엄지발가락은 안쪽으로 휘어 있습니다 (사진: Chainwit.,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34년 동안 통풍을 앓은 의사는 무엇을 적어 두었을까요?

통풍 발작을 가장 생생하게 적어 둔 사람은 17세기 영국 의사 토머스 시드넘입니다. 시드넘 자신이 통풍 환자였습니다. 1683년에 쓴 통풍 이야기의 첫머리에서 그는 자기가 이 병을 34년 동안 앓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그가 적은 발작 장면은 환자를 보고 쓴 것이기도 하고, 자기가 겪은 것이기도 합니다.

토머스 시드넘의 초상 판화입니다. 그는 34년 동안 통풍을 앓으면서 그 발작을 직접 적어 남겼습니다 (Rijksmuseum, CC0, 위키미디어 공용)
토머스 시드넘의 초상 판화입니다. 그는 34년 동안 통풍을 앓으면서 그 발작을 직접 적어 남겼습니다 (Rijksmuseum, CC0, 위키미디어 공용)

시드넘이 쓴 발작은 이렇습니다. 멀쩡하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2시쯤 엄지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잠이 깹니다. 발꿈치나 발목, 발등이 아플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드뭅니다. 처음에는 오한이 들고 열이 조금 나다가 통증이 점점 심해집니다. 아픈 자리가 너무 예민해서 덮은 이불 무게도 못 견디고, 누가 방 안을 걸어 다니기만 해도 울려서 아프다고 썼습니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운다고 했습니다. 따님 어머니가 밤새 아프다고 하신 것과 거의 같습니다.

1799년 영국 화가 제임스 길레이가 그린 「통풍」입니다. 검은 괴물이 부어오른 엄지발가락을 물어뜯는 모습으로 통풍의 통증을 그렸습니다 (Cleveland Museum of Art, CC0, 위키미디어 공용)
1799년 영국 화가 제임스 길레이가 그린 「통풍」입니다. 검은 괴물이 부어오른 엄지발가락을 물어뜯는 모습으로 통풍의 통증을 그렸습니다 (Cleveland Museum of Art, CC0, 위키미디어 공용)

통풍을 「부자병」으로 보는 생각은 시드넘보다 훨씬 오래됐지만, 시드넘의 글도 그 생각을 굳히는 데 한몫했습니다. 그는 통풍이 주로 한창때를 편하게 지내며 잘 먹고 술을 즐기다가, 나이가 들어 몸을 덜 움직이게 된 노인에게 온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바로 다음 문단에서는 마른 사람이나 아직 젊은 사람에게도 올 때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드넘은 통풍이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를, 단순한 사람보다 똑똑한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는 문장도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나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하나 있다」는 말 뒤에 붙어 있습니다. 숫자를 세어 보고 한 말이라기보다는, 아픈 사람이 스스로를 달래려고 한 말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말 바로 뒤에, 통풍이 여자에게는 드물고 오더라도 주로 나이 든 여자에게 온다고 적었습니다. 따님 어머니 이야기와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통풍이 피 속 요산 때문이라는 건 언제 알았을까요?

통풍이 피 속 요산과 이어진다는 것은 그 뒤 160년이 넘어서야 밝혀졌습니다. 1848년 런던의 의사 앨프리드 개러드가 통풍 환자의 피에 요산이 많다는 것을 화학 분석으로 처음 보여 줬습니다. 몇 년 뒤 그는 진료실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환자의 피에서 맑은 물(혈청)을 받아 식초 성분인 아세트산을 섞어 접시에 담고, 가는 실 한 가닥을 넣어 따뜻한 곳에서 말렸습니다. 요산이 많으면 실에 작은 결정이 붙었습니다. 개러드는 이것을 실에 사탕 결정이 맺히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요산을 처음 피에서 확인한 영국 의사 앨프리드 개러드입니다. 1870년대에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Elliott & Fry,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요산을 처음 피에서 확인한 영국 의사 앨프리드 개러드입니다. 1870년대에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Elliott & Fry,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요산은 우리 몸이 세포를 바꾸고 음식을 소화하면서 생기는 찌꺼기입니다. 대부분 콩팥으로 소변에 섞여 나갑니다. 그런데 피 속 요산이 너무 많아지면 바늘처럼 뾰족한 결정이 되어 관절에 쌓이고, 그 결정에 몸이 반응하면서 붓고 아픈 발작이 옵니다. 지금도 통풍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부은 관절에서 액을 조금 뽑아 현미경으로 이 결정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시드넘과 개러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요산이 콩팥으로 빠져나간다는 점이 따님 어머니 일과 바로 관계가 있어서입니다.

관절액을 편광 현미경으로 본 요산 결정입니다. 바늘처럼 가늘고 뾰족한 결정들이 보입니다 (사진: Atlas of Medical Foreign Bodies,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관절액을 편광 현미경으로 본 요산 결정입니다. 바늘처럼 가늘고 뾰족한 결정들이 보입니다 (사진: Atlas of Medical Foreign Bodies,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술도 안 드시는 여든 넘은 어머니가 왜 통풍일까요?

우리나라에서도 통풍 환자는 대부분 남자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8월에 발표한 분석을 보면, 2022년에 통풍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50만 8,397명이었고 그 가운데 남자가 47만 1,569명으로 92.8%였습니다. 남자는 40대가 23.7%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자 3만 6,828명만 따로 보면 모습이 다릅니다. 60대가 22.1%로 가장 많고, 50대가 18.5%, 80세 이상이 17.3%로 그다음이었습니다. 여자 통풍 환자 여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 여든이 넘은 분이라는 뜻입니다.

남자 환자는 40대가 가장 많고, 여자 환자는 80세 이상이 세 번째로 많습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18~2022년 통풍 건강보험 진료 분석, 2023년 8월 발표)
남자 환자는 40대가 가장 많고, 여자 환자는 80세 이상이 세 번째로 많습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2018~2022년 통풍 건강보험 진료 분석, 2023년 8월 발표)

여자에게 통풍이 늦게 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성호르몬이 요산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일을 돕기 때문에, 폐경 전에는 요산이 잘 안 쌓입니다. 미국 간호사 9만여 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도 여자의 통풍 발생은 45세 아래에서 1,000명당 한 해 0.6명이었는데, 75세 이상에서는 2.5명으로 늘었습니다. 폐경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콩팥이 요산을 내보내는 힘도 약해지니, 여든 넘은 할머니에게 통풍이 생기는 것은 젊은 여성보다 훨씬 흔한 일입니다.

1895년, 만성 통풍을 앓던 63세 여성의 왼손을 그린 수채화입니다. 손가락 관절마다 요산 덩어리가 크게 솟아 있습니다 (그림: Leonard Portal Mark,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1895년, 만성 통풍을 앓던 63세 여성의 왼손을 그린 수채화입니다. 손가락 관절마다 요산 덩어리가 크게 솟아 있습니다 (그림: Leonard Portal Mark,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이뇨제입니다. 이뇨제는 소변을 많이 보게 해서 몸에 찬 물을 빼 주는 약인데, 혈압약이나 심부전약으로 어르신들이 많이 드십니다. 이 약은 요산이 소변으로 나가는 것도 줄입니다. 고혈압 환자를 살핀 2012년 영국 연구에서는 이뇨제를 드시는 분의 통풍 위험이 안 드시는 분보다 2.36배 높았습니다. 1985년 영국 류머티스 진료실 연구에서 통풍 여성 환자 9명은 평균 82세였고, 한 분도 빠짐없이 이뇨제를 오래 드시고 계셨습니다. 연구자들은 나이 든 여성이 이뇨제 때문에 통풍이 생기기 쉽다고 적었습니다.

류머티스 진료실에 온 통풍 여성 환자는 평균 여든두 살이었고, 모두 이뇨제를 오래 드시고 계셨습니다 (자료: Macfarlane DG, Dieppe PA, Br J Rheumatol 1985;24:155)
류머티스 진료실에 온 통풍 여성 환자는 평균 여든두 살이었고, 모두 이뇨제를 오래 드시고 계셨습니다 (자료: Macfarlane DG, Dieppe PA, Br J Rheumatol 1985;24:155)

따님이 펼쳐 놓으신 약 목록에도 소변 보게 하는 약이 한 줄 있었습니다. 다리가 붓는다고 몇 년 전부터 드시던 약이었습니다. 이뇨제를 드신다고 다 통풍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이뇨제가 꼭 필요한 분도 많습니다. 다만 통풍이 생겼다면 의사에게 「이 이뇨제를 다른 약으로 바꿀 수 있는지」 한 번은 여쭤보실 만합니다. 미국 류머티스학회 2020년 지침도 하이드로클로로티아자이드라는 이뇨제를 드시는 통풍 환자는 가능하면 다른 혈압약으로 바꾸라고 권합니다. 다만 심부전이나 부종 때문에 드시는 이뇨제는 바꾸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다리가 붓는 이유와 이뇨제 이야기는 어르신 다리 부종과 심부전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어르신 통풍은 젊은 사람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나요?

시드넘이 쓴 것처럼 엄지발가락 하나가 갑자기 붓는 게 통풍의 전형입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이렇게 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2021년에 나온 노인 통풍 리뷰는 65세가 넘은 환자는 많게는 절반까지 여러 관절이 한꺼번에 아프고, 통증도 며칠에 걸쳐 덜 심하게 온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면 관절염이나 류머티즘으로 여기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통풍이 잘 생기는 관절입니다. 검게 칠한 엄지발가락 뿌리 관절이 가장 흔한 자리이고, 회색으로 칠한 발목, 무릎, 손가락, 팔꿈치에도 생깁니다 (그림: Edward Roddy, CC BY 2.0, 위키미디어 공용)
통풍이 잘 생기는 관절입니다. 검게 칠한 엄지발가락 뿌리 관절이 가장 흔한 자리이고, 회색으로 칠한 발목, 무릎, 손가락, 팔꿈치에도 생깁니다 (그림: Edward Roddy, CC BY 2.0, 위키미디어 공용)

손가락에서 시작하는 것도 할머니 통풍의 특징입니다. 1987년에 60세 넘어 통풍이 생긴 환자를 살핀 연구에서는 손가락 관절에서 처음 시작한 사람이 여자 5명, 남자 0명이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여자 환자의 95%, 남자 환자의 56%가 이뇨제를 드시고 있었습니다. 앞의 1985년 연구에서도 여성 환자의 44%는 관절 둘레에 요산 덩어리(결절)가 이미 생겨 있었습니다. 큰 발작 없이 손가락 마디가 울퉁불퉁해지다가 뒤늦게 통풍인 걸 아시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요양시설 입소자 13만 8,724명의 기록을 살펴본 2013년 연구에서는 통풍이 있는 분이 1.8%였습니다. 그 가운데 57.2%가 80세 이상이었고, 75.8%가 이뇨제를 드시고 있었습니다. 통풍이 있는 분의 수는 남녀가 거의 비슷했습니다. 전체 통계로는 남자가 열에 아홉인데, 요양시설에서는 통풍이 있는 할머니를 할아버지만큼 자주 만난다는 뜻입니다.

통풍이 오래된 발의 엑스레이입니다. 오른발 엄지발가락 뿌리 관절 둘레가 붓고 뼈가 상한 모습이 보입니다 (사진: Nassira Aradoini, CC BY 1.0, 위키미디어 공용)
통풍이 오래된 발의 엑스레이입니다. 오른발 엄지발가락 뿌리 관절 둘레가 붓고 뼈가 상한 모습이 보입니다 (사진: Nassira Aradoini, CC BY 1.0, 위키미디어 공용)

무릎이 갑자기 부었다면 가성통풍일 수도 있나요?

어르신 관절이 갑자기 붓고 뜨거워졌는데 요산 결정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가성통풍입니다. 요산 대신 칼슘 성분의 결정(칼슘피로인산)이 관절 연골에 끼어서 생깁니다. 가장 흔한 자리는 무릎입니다. 미국 의학 학술지 NEJM의 2016년 리뷰는 60세가 넘으면 엑스레이에 이 결정이 보이는 사람이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고 적었습니다.

관절 연골에 칼슘 결정이 낀 어르신은 연세가 많을수록 늘어납니다 (자료: Wilkins E 외, Ann Rheum Dis 1983;42:280)
관절 연골에 칼슘 결정이 낀 어르신은 연세가 많을수록 늘어납니다 (자료: Wilkins E 외, Ann Rheum Dis 1983;42:280)

1983년 영국 노인병동에 입원한 어르신 100명의 엑스레이를 살핀 연구에서는, 무릎이나 손목 같은 관절 연골에 이런 석회화가 보인 분이 65~74세에서 15%, 84세가 넘은 분에서는 44%였습니다. 가장 많이 보인 자리는 무릎이었습니다. 같은 NEJM 리뷰는 가성통풍 발작이 다른 병으로 크게 앓거나 수술을 받은 뒤, 특히 고관절 골절 수술 뒤에 잘 온다고 적었습니다. 2017년 이스라엘에서 관절이 아프다고 한 70세 이상 입원 환자의 관절액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결정이 확인된 경우 가운데 칼슘 결정이 68%, 요산 결정이 20%였습니다. 고관절 수술 뒤 회복 과정은 고관절 골절 수술 뒤 이야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통풍과 가성통풍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치료가 다릅니다. 요산 내리는 약은 가성통풍에는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르신 관절이 갑자기 부었을 때는 「통풍이겠지」 하고 넘기기보다, 관절액 검사로 어떤 결정인지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통풍약은 평생 드셔야 하나요?

따님이 받아 오신 약은 알로푸리놀이었습니다. 몸에서 요산이 만들어지는 것을 줄이는 약입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2023년에 낸 우리나라 통풍 진료지침은 이런 요산 내리는 약을 쓸 때 피 속 요산을 6mg/dL 아래로 유지하라고 권합니다. 요산이 그 아래로 내려가야 관절에 쌓인 결정이 조금씩 녹기 때문입니다. 약을 끊으면 요산이 다시 올라가니, 발작이 몇 번 이상 왔거나 결절이 생긴 분은 오래 드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가 「평생」이라고 한 건 이 뜻입니다.

통풍약 알로푸리놀 100mg 약병입니다. 미국 류머티스학회 지침은 하루 100mg 이하로 시작하고, 콩팥이 약한 분은 더 적게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사진: Retired electrician, CC0, 위키미디어 공용)
통풍약 알로푸리놀 100mg 약병입니다. 미국 류머티스학회 지침은 하루 100mg 이하로 시작하고, 콩팥이 약한 분은 더 적게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사진: Retired electrician, CC0, 위키미디어 공용)

다만 어르신은 시작할 때 조심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양입니다. 미국 류머티스학회 2020년 지침은 알로푸리놀을 하루 100mg 이하로 시작하고 콩팥이 약한 분은 그보다 더 적게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지침은 요산 내리는 약을 처음 시작할 때 발작을 막는 약(콜히친)을 함께 쓰도록 권합니다. 약을 시작하고 처음 몇 달은 요산이 내려가면서 오히려 발작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유전자 검사입니다. 알로푸리놀은 드물게 피부가 벗겨지거나 고열과 함께 간이나 콩팥이 상하는 심한 약물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HLA-B*5801이라는 유전형을 가진 사람에게 훨씬 잘 생깁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안내문은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이 유전형을 가진 사람이 약 12.2%로 서양 사람보다 많다고 적었습니다. 2011년 한국인 환자 연구에서는 이 부작용이 생긴 환자의 92.0%가 이 유전형이었고, 알로푸리놀을 문제없이 드신 환자 가운데서는 이 유전형이 10.5%뿐이었습니다. 미국 류머티스학회 지침도 한국인을 콕 집어 알로푸리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검사를 해 보라고 권합니다.

알로푸리놀로 심한 피부 부작용이 생긴 분은 열에 아홉이 이 유전형이었습니다 (자료: Kang HR 외, Pharmacogenet Genomics 2011;21:303)
알로푸리놀로 심한 피부 부작용이 생긴 분은 열에 아홉이 이 유전형이었습니다 (자료: Kang HR 외, Pharmacogenet Genomics 2011;21:303)

2025년 5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발표를 다룬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알로푸리놀을 처음 드시기 전 한 번은 이 검사비에 건강보험이 됩니다. 그런데 새로 통풍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 실제로 검사를 받은 사람은 100명에 5명 정도였고, 여성과 고령자는 그보다 더 적게 받았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처럼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 검사를 덜 받는 쪽에 속하십니다. 이미 드시기 시작하셨다면 다음 진료 때 이 검사를 했는지 여쭤보시면 됩니다. 그 사이에 열이 나면서 붉은 발진이 번지거나, 입안이나 눈이 헐거나, 피부에 물집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알로푸리놀 말고 페북소스타트라는 약도 있는데, 식약처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안전성 서한을 전하면서 이 약이 알로푸리놀보다 심장 관련 사망 위험이 높았다는 미국 자료를 알렸습니다. 심장병이 있는 어르신이라면 이 점도 함께 의논하시는 게 좋습니다.

발작이 오면 콜히친은 얼마나 드시나요?

통풍 발작이 왔을 때 먹는 약으로 오래 써 온 것이 콜히친입니다. 가을에 보라색 꽃이 피는 콜키쿰이라는 풀의 알뿌리에서 나온 성분인데, 19세기 초에 화학자들이 그 성분을 뽑아냈습니다. 이 약은 잘 들지만, 약으로 쓰는 양과 독이 되는 양이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콜히친이 나오는 콜키쿰입니다. 가을에 꽃이 피어 가을 크로커스라고도 부릅니다 (사진: Stemonitis,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콜히친이 나오는 콜키쿰입니다. 가을에 꽃이 피어 가을 크로커스라고도 부릅니다 (사진: Stemonitis,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그래서 요즘은 적게 씁니다. 2010년 미국에서 통풍 발작 환자를 나눠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한쪽은 1시간 동안 모두 1.8mg을, 다른 쪽은 6시간 동안 모두 4.8mg을 먹었습니다. 24시간 안에 통증이 절반 이상 줄어든 사람은 적게 먹은 쪽이 37.8%, 많이 먹은 쪽이 32.7%로 비슷했고, 가짜약을 먹은 쪽은 15.5%였습니다. 그런데 설사는 적게 먹은 쪽이 23.0%, 많이 먹은 쪽이 76.9%였습니다. 미국 류머티스학회 지침이 저용량을 권하는 근거가 이 연구입니다.

콜히친은 조금 드신 쪽이 효과는 비슷하고 설사는 훨씬 적었습니다 (자료: Terkeltaub RA 외, Arthritis Rheum 2010;62:1060)
콜히친은 조금 드신 쪽이 효과는 비슷하고 설사는 훨씬 적었습니다 (자료: Terkeltaub RA 외, Arthritis Rheum 2010;62:1060)

어르신은 여기에 조심할 게 더 있습니다. 콜히친은 콩팥과 간으로 빠져나가는데, 함께 드시는 약에 따라 몸에 훨씬 많이 남을 수 있습니다. 식약청은 2009년 안전성 서한에서 콩팥이나 간이 약한 환자가 콜히친을 클래리스로마이신 같은 항생제와 함께 먹지 말라고 알렸습니다. 그래서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 항생제를 받으실 때는 콜히친을 드시고 있다고 꼭 말씀하셔야 합니다. 통증에 흔히 쓰는 소염진통제도 콩팥이 약한 어르신에게는 조심해야 하는 약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르신 신장 수치와 투석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Q. 여든 넘은 어머니가 통풍 진단을 받으셨는데, 통풍약을 평생 드셔야 하나요?

대개는 오래 드십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2023년 지침은 금기가 없다면 통풍 환자에게 요산 내리는 약을 강하게 권하고, 재발을 막으려면 끊지 말고 계속 드시도록 권합니다. 미국 류머티스학회 지침은 발작이 잦거나, 관절 둘레에 요산 덩어리(결절)가 생겼거나, 엑스레이에서 관절이 상한 게 보일 때 특히 강하게 권합니다. 시작하면 피 속 요산을 6mg/dL 아래로 유지하는 게 목표이고, 약을 끊으면 요산이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오래 드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든이 넘은 어르신은 이뇨제처럼 요산을 올리는 약을 바꿀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알로푸리놀을 적은 양으로 시작하며, 시작하기 전에 HLA-B*5801 유전자 검사를 했는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로푸리놀을 처음 드시기 전 한 번은 이 검사에 건강보험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것은 혼자 정하지 마시고, 콩팥 기능과 다른 병을 함께 보고 담당 의사와 정하십시오.

Q. 통풍이 있으신 어르신이라면,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든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요?

  1. 통풍약(알로푸리놀, 콜히친)과 이뇨제를 누가 어떤 기록으로 챙기는지, 발작 때 드시는 약은 언제 얼마나 드리는지 정해 두었는지 물어보십시오.
  2. 어르신이 발가락이나 무릎, 손가락이 붓고 뜨겁다고 하시거나 이불을 못 덮게 하실 때 누구에게 알리고 언제 병원에 가는지 순서를 확인하십시오.
  3. 협약 의사나 촉탁 의사가 새 약(특히 항생제)을 처방할 때 지금 드시는 콜히친과 함께 드셔도 되는지 확인하는지 물어보십시오.
  4. 물을 얼마나 드시는지 챙기는지(심부전 등으로 물을 줄이라는 지시가 있으면 그 지시대로), 식사에서 따로 조절해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십시오.
  5. 요산과 콩팥 수치 피검사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결과를 가족에게 어떻게 알려 주는지 확인하십시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통풍 어르신을 돌볼 때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약을 빠뜨리지 않고 챙기는 것과, 어르신이 아프다고 하시는 자리를 매일 보는 것입니다. 어르신은 「발이 좀 시리다」, 「이불이 무겁다」 정도로만 말씀하실 때가 많아서, 관절이 붉고 뜨거운지 직접 보고 만져 봐야 발작을 일찍 알아챕니다. 이뇨제나 항생제가 새로 추가될 때 통풍약과 함께 드셔도 되는지 다시 확인하는 일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은 간호 인력을 법정 기준보다 넉넉하게 두고 있어서 이런 확인을 서두르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통풍이나 콩팥병, 심부전처럼 여러 약을 함께 드시는 어르신이 어떤 돌봄을 받으시는지는 전문요양실 서비스 범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거실입니다. 식탁과 소파가 한 공간에 놓여 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거실입니다. 식탁과 소파가 한 공간에 놓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어머니 약 봉투를 펼쳐서 이뇨제가 있는지, 언제부터 드셨는지 적어 두시는 것, 그리고 다음 진료 때 알로푸리놀 시작 전에 HLA-B*5801 검사를 했는지 여쭤보시는 것입니다. 여쭤보는 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술도 안 드시는 어머니가 통풍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딘가 잘못 돌봐 드린 건 아닌지 마음이 쓰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통풍은 어머니가 뭘 잘못 드셔서 생긴 게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폐경 뒤로 요산이 잘 안 빠지게 된 데다, 다리 부기를 빼려고 드시던 약이 요산을 조금 더 올려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통풍은 약을 잘 맞추면 발작을 꽤 줄일 수 있는 병입니다. 어머니가 밤에 이불도 못 덮고 아파하시던 일이 다시 없도록, 약을 바꾸고 맞추는 몇 달 동안은 어머니 발과 손을 자주 봐 주십시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Sydenham T, On Gout(1683), The Works of Thomas Sydenham 2권, Latham 영역(1850) / Nuki G, Simkin PA, A concise history of gout and hyperuricemia and their treatment, Arthritis Res Ther 2006;8(Suppl 1):S1 / 국민건강보험공단, 2018~2022년 통풍 건강보험 진료 분석(2023년 8월 발표) / Hak AE 외, Menopause, postmenopausal hormone use and risk of incident gout, Ann Rheum Dis 2010;69:1305 / Choi HK 외, Antihypertensive drugs and risk of incident gout among patients with hypertension, BMJ 2012;344:d8190 / Macfarlane DG, Dieppe PA, Diuretic-induced gout in elderly women, Br J Rheumatol 1985;24:155 / ter Borg EJ, Rasker JJ, Gout in the elderly, a separate entity? Ann Rheum Dis 1987;46:72 / Kumar R 외, Gout flare burden, diagnosis, and management: navigating care in older patients with comorbidity, Drugs Aging 2021;38:545 / Zarowitz BJ, O'Shea T, Demographic and clinical profile of nursing facility residents with gout, Consult Pharm 2013;28:370 / Rosenthal AK, Ryan LM, Calcium pyrophosphate deposition disease, N Engl J Med 2016;374:2575 / Wilkins E 외, Osteoarthritis and articular chondrocalcinosis in the elderly, Ann Rheum Dis 1983;42:280 / Villion A 외, Isr Med Assoc J 2017;19:183 / Lee JJ 외, Korean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gout, J Rheum Dis 2023;30:141 / FitzGerald JD 외, 2020 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Gout, Arthritis Care Res 2020;72:744 /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알로푸리놀 투여 전 HLA-B*5801 유전자 검사 안내 / Kang HR 외, Positive and negative associations of HLA class I alleles with allopurinol-induced SCARs in Koreans, Pharmacogenet Genomics 2011;21:303 / 데일리팜, 「통풍환자, 알로푸리놀 투여 전 유전자 검사 필요」(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발표 보도, 2025.5.15) / Garrod AB, The Nature and Treatment of Gout and Rheumatic Gout(1859) / 식품의약품안전처, 페북소스타트 안전성 속보(미국 FDA 안전성 서한, 2019.2.25) / Terkeltaub RA 외, High versus low dosing of oral colchicine for early acute gout flare, Arthritis Rheum 2010;62:1060 / 식품의약품안전청, 콜히친 안전성 서한(2009.8.5)

전화 상담카카오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