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흡입기를 쓰시는데, 약이 들어가긴 하는 걸까요

아버지 약 봉투에서 흡입기가 세 개 나왔습니다. 매일 쓰신다는데, 약이 폐까지 들어가는지는 아무도 확인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흰독말풀 연기를 마시던 시절 이야기부터, 어르신이 흡입기를 제대로 쓰시는지 확인하는 법까지 정리했습니다.

입소 상담 자리에서 따님 한 분이 비닐봉지를 꺼내 탁자에 쏟으셨습니다. 알약 봉투 사이로 모양이 제각각인 흡입기 세 개가 굴러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폐가 안 좋으셔서 COPD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아침저녁으로 쓰시는 거고, 이건 숨이 차실 때 쓰시는 거래요. 그런데 옆에서 보면 칙 누르시고는 금방 숨을 내쉬세요. 약이 들어가긴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요양원에 가시면 이런 것도 챙겨 주시나요?"

흡입기는 물론 챙겨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따님이 하신 말씀 중에 더 중요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약이 들어가긴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알약은 삼키시면 끝이지만 흡입기는 쓰는 방법이 틀리면 약이 입안과 목에만 남고 폐까지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흡입기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르신들이 이걸 얼마나 제대로 쓰시는지 찾아봤습니다.

흡입기는 모양마다 쓰는 법이 다릅니다. 왼쪽부터 돌려서 약을 채우는 가루약 흡입기, 눌러서 뿌리는 정량흡입기, 레버를 밀어 약을 채우는 가루약 흡입기입니다 (사진: Ramon FVelasquez,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흡입기는 모양마다 쓰는 법이 다릅니다. 왼쪽부터 돌려서 약을 채우는 가루약 흡입기, 눌러서 뿌리는 정량흡입기, 레버를 밀어 약을 채우는 가루약 흡입기입니다 (사진: Ramon FVelasquez,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흰독말풀 연기를 마시던 환자들은 왜 그 연기에 매달렸을까요?

숨이 찰 때 약을 입으로 들이마신다는 생각은 꽤 오래됐습니다. 다만 이백 년 전에는 그 약이 연기였습니다. 1802년, 인도 마드라스의 의무총감이던 스코틀랜드 출신 의사 제임스 앤더슨이 현지에서 쓰던 천식 치료법을 젠트라는 장군에게 알려 줬습니다. 흰독말풀(다투라) 잎을 말려 피우는 방법이었습니다. 젠트 장군이 이걸 영국 의사 심스에게 전했고, 심스가 의학 잡지에 소개하면서 영국에 퍼졌습니다.

흰독말풀(다투라 스트라모늄)을 그린 1897년 약용식물 도판입니다. 이 잎을 말려 담배처럼 피우면 숨이 편해진다고 믿었습니다 (Köhler의 약용식물도감,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흰독말풀(다투라 스트라모늄)을 그린 1897년 약용식물 도판입니다. 이 잎을 말려 담배처럼 피우면 숨이 편해진다고 믿었습니다 (Köhler의 약용식물도감,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환자들은 이 연기에 매달렸습니다. 1812년의 한 환자는 흰독말풀을 피운 뒤 천식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흰독말풀 없이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까지 말했습니다. 19세기 말에는 서양 대부분 나라에서 이런 천식 담배와 가루를 처방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숨이 차서 밤새 앉아 계셔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그렇게까지 말했을까 싶습니다.

1910년경 영국의 「포터 천식약」 광고지입니다. 가루에 불을 붙여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담배로 말아 피우라고 적혀 있고, 천식뿐 아니라 기관지염에도 좋다고 광고했습니다 (사진: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1910년경 영국의 「포터 천식약」 광고지입니다. 가루에 불을 붙여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담배로 말아 피우라고 적혀 있고, 천식뿐 아니라 기관지염에도 좋다고 광고했습니다 (사진: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광고지는 이 약이 아편이 들어 있지 않아 안전하고 건강에 해가 없다고 썼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52년에는 의사들 논문에 천식 환자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말까지 실렸습니다. 흰독말풀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도 있어서, 1960년대 말 캐나다에서는 청소년들이 천식 가루를 부숴 물에 타 마시고 환각을 일으키는 일이 생겼습니다. 영국과 북미 학술지에는 이런 천식 담배와 가루로 중독돼 입원한 사례가 실렸고, 드물게는 사망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천식 담배가 사라진 것은 더 나은 약과 흡입기가 나오고, 남용 문제로 규제가 강해진 뒤였습니다.

벨기에 리에주의 약국에서 팔던 천식 담배 상자 딱지입니다. 발작이 올 때마다 한 개비에 불을 붙여 연기를 들이마시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 Wellcome Collection, CC BY 2.0, 위키미디어 공용)
벨기에 리에주의 약국에서 팔던 천식 담배 상자 딱지입니다. 발작이 올 때마다 한 개비에 불을 붙여 연기를 들이마시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 Wellcome Collection, CC BY 2.0, 위키미디어 공용)

머리 스프레이처럼 뿌리면 안 되느냐고 물은 아이

지금 어르신들이 쓰시는 정량흡입기는 한 아이의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1955년 4월, 미국에 사는 열세 살 수지 메이슨은 천식 때문에 고무공을 손으로 눌러 약을 안개처럼 뿜어내는 분무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다루기 번거롭고 고무공도 잘 망가지는 물건이었습니다. 수지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내 천식약은 왜 머리 스프레이처럼 깡통에 넣어서 뿌리면 안 돼요?"

고무공을 손으로 쥐어 액체를 안개처럼 뿜어내는 분무기 그림입니다. 1884년 독일 잡지 「가르텐라우베」에 실렸습니다. 수지가 쓰던 것도 이처럼 고무공을 눌러 쓰는 분무기였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고무공을 손으로 쥐어 액체를 안개처럼 뿜어내는 분무기 그림입니다. 1884년 독일 잡지 「가르텐라우베」에 실렸습니다. 수지가 쓰던 것도 이처럼 고무공을 눌러 쓰는 분무기였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수지의 아버지 조지 메이슨은 마침 라이커라는 제약회사의 사장이었습니다. 회사 화학자 어빙 포러시가 이끈 연구진이 약을 압축가스와 함께 작은 깡통에 넣고, 한 번 누를 때마다 정해진 양만 나오는 흡입기를 만들었습니다. 1956년 1월 12일 허가 신청이 들어갔고, 같은 해 3월 9일 미국에서 첫 정량흡입기 두 가지가 승인됐습니다. 아이가 물어본 지 1년도 안 돼서 나온 겁니다.

정량흡입기를 누르면 약이 이렇게 한 번에 뿜어져 나옵니다. 이 안개를 천천히 깊게 들이마셔야 약이 폐까지 갑니다 (사진: Wikip2011,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정량흡입기를 누르면 약이 이렇게 한 번에 뿜어져 나옵니다. 이 안개를 천천히 깊게 들이마셔야 약이 폐까지 갑니다 (사진: Wikip2011,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그런데 이 편리한 깡통에는 처음부터 숙제가 있었습니다. 누르는 순간과 들이마시는 순간이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제는 그대로이고, 따님이 상담실에서 걱정하신 것도 바로 이 장면입니다.

COPD는 어떤 병이고, 어르신에게 얼마나 흔한가요?

COPD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줄인 말입니다.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 속 작은 공기주머니가 망가져서 숨을 내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병입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가장 큰 원인을 흡연으로 꼽고, 그 밖에 반복되는 호흡기 감염, 실내외 공기 오염, 일하면서 마신 먼지와 연기 같은 것도 관여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담배를 안 피우신 어머니도 COPD 진단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폐기종으로 커진 폐의 엑스선 필름을 1972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숨이 다 빠져나가지 못해 폐가 부풀어 있습니다 (사진: LeRoy Woodson,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퍼블릭 도메인)
폐기종으로 커진 폐의 엑스선 필름을 1972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숨이 다 빠져나가지 못해 폐가 부풀어 있습니다 (사진: LeRoy Woodson,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퍼블릭 도메인)

생각보다 흔한 병입니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9월 30일 발표한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40세 이상 COPD 유병률은 남자 16.1%, 여자 5.0%였습니다. 40세가 넘은 남자 여섯 명 가운데 한 명꼴입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은 70세 이상 성인은 세 명 중 한 명이 COPD를 앓고 있다고 안내합니다.

40세 이상 남자는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COPD가 있습니다 (자료: 질병관리청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발표, 2026.9.30)
40세 이상 남자는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COPD가 있습니다 (자료: 질병관리청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발표, 2026.9.30)

문제는 대부분이 모르고 지낸다는 점입니다. 같은 포털은 COPD가 있는 사람 가운데 의사에게 진단받은 비율이 2.8%, 치료받는 비율이 1.6%에 그친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수치가 몇 년도 조사에서 나온 것인지는 포털에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숨찬 것을 나이 탓으로 넘기는 분이 많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청진기나 엑스선만으로는 COPD 진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폐기능검사라고 해서 숨을 끝까지 들이마셨다가 기계에 대고 힘껏 내쉬는 검사를 해야 합니다. 아버님이 COPD 진단을 받으셨다면 언제 이 검사를 하셨는지 한 번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폐기능검사를 받는 광부입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관에 대고 끝까지 세게 내쉬어서 폐가 공기를 얼마나 빨리 내보내는지 잽니다 (사진: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퍼블릭 도메인)
폐기능검사를 받는 광부입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관에 대고 끝까지 세게 내쉬어서 폐가 공기를 얼마나 빨리 내보내는지 잽니다 (사진: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퍼블릭 도메인)

흡입기는 왜 먹는 약보다 다루기 어려운가요?

COPD 약은 대부분 흡입기로 씁니다. 약을 폐에 바로 넣으니 적은 양으로 효과를 보고 몸 다른 곳에 퍼지는 양은 줄어듭니다. 그 대신 쓰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흡입기는 종류에 따라 들이마시는 방법이 정반대입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정량흡입기와 연무용흡입기는 약을 뿜으면서 천천히 깊게 들이마셔야 하고, 가루약 흡입기(건조분말흡입기)는 빠르고 강하게 들이마셔야 합니다. 한 분이 두 종류를 함께 쓰시면 하나는 천천히, 다른 하나는 세게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님이 꺼내 놓으신 세 개도 그랬습니다.

가루약 흡입기는 모양이 여러 가지입니다. 왼쪽부터 돌려서 쓰는 것, 레버를 미는 것, 뚜껑을 여는 것입니다. 모두 빠르고 세게 들이마셔야 약이 나옵니다 (사진: BrettMontgomery,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가루약 흡입기는 모양이 여러 가지입니다. 왼쪽부터 돌려서 쓰는 것, 레버를 미는 것, 뚜껑을 여는 것입니다. 모두 빠르고 세게 들이마셔야 약이 나옵니다 (사진: BrettMontgomery,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실제로 얼마나 틀리게 쓰는지 조사한 연구가 있습니다. 2011년 이탈리아 연구진이 호흡기 외래에 다니는 환자 1,664명(평균 62세, 절반가량이 COPD)을 살폈습니다. 이미 집에서 흡입기를 써 오던 환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약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 비율이 정량흡입기는 12%, 가루약 흡입기는 기구에 따라 35%에서 44%였습니다.

흡입기를 오래 써 온 환자도 약이 안 들어가는 실수를 합니다 (자료: Melani AS 외, Respiratory Medicine 2011)
흡입기를 오래 써 온 환자도 약이 안 들어가는 실수를 합니다 (자료: Melani AS 외, Respiratory Medicine 2011)

이 연구에서 흡입기를 잘못 쓰는 환자는 주로 나이가 많거나, 학력이 낮거나, 의료진에게 사용법을 배운 적이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흡입기를 잘못 쓰는 환자는 입원과 응급실 방문도 더 많았습니다. 연구진은 잘못 쓰는 것을 줄이려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의료진의 교육뿐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세가 많으시면 흡입기를 쓰기 더 어려운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순서를 기억하고 맞추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숨을 들이마시는 힘입니다.

2003년 영국 연구진은 흡입기를 처음 써 보는 입원 어르신 30명(평균 85세)에게 같은 방법으로 흡입기 쓰는 법을 가르치고, 다음 날 제대로 쓰시는지 봤습니다. 모두 짧은 인지 선별검사에서는 정상(10점 만점에 8점 이상)으로 나온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쓰는 법을 익힌 19명 중 18명은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점수가 24점 이상이었고, 익히지 못한 11명 중에서는 2명만 24점 이상이었습니다. 이 연구에는 치매가 있는 분이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치매가 있는 환자는 어떤 흡입기든 거의 쓰지 못한다는 것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배경 설명에 적었습니다.

흡입기 쓰는 법을 익힌 어르신은 거의 모두 인지 점수가 24점 이상이었습니다 (자료: Allen SC 외, Age and Ageing 2003)
흡입기 쓰는 법을 익힌 어르신은 거의 모두 인지 점수가 24점 이상이었습니다 (자료: Allen SC 외, Age and Ageing 2003)

흡입기는 뚜껑 열기, 흔들기, 숨 내쉬기, 입에 물기, 누르면서 들이마시기, 숨 참기를 차례로 해야 합니다. 이 순서를 다 기억해서 차례로 하시는 게 어르신께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치매 초기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시는 분도 이 대목에서 막히실 수 있습니다.

캡슐형 가루약 흡입기를 열어 놓은 모습입니다.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눌러 뚫은 다음 입에 물고 세게 들이마셔야 해서 손힘과 숨의 힘이 함께 필요합니다 (사진: RonEJ,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캡슐형 가루약 흡입기를 열어 놓은 모습입니다.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눌러 뚫은 다음 입에 물고 세게 들이마셔야 해서 손힘과 숨의 힘이 함께 필요합니다 (사진: RonEJ,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두 번째는 숨의 힘입니다. 가루약 흡입기는 환자가 세게 들이마시는 힘으로 가루를 꺼내는 구조라서, 들이마시는 힘이 약하면 가루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미국 연구에서는 COPD 악화로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환자 268명 가운데 31.7%가 가루약 흡입기에 권장되는 속도(1분에 60리터)만큼 빨리 들이마시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석 달 넘게 가루약 흡입기를 써 온 COPD 환자 444명을 조사했더니, 기구마다 정해진 기준으로 쟀을 때 22.0%가 그랬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일수록, 체질량지수가 낮을수록, 폐활량이 작을수록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COPD 환자 상당수는 가루약 흡입기에 권장되는 만큼 빨리 들이마시지 못했습니다 (자료: Sharma G 외, Chronic Obstr Pulm Dis 2017 / Moon 외, Pulm Pharmacol Ther 2024)
COPD 환자 상당수는 가루약 흡입기에 권장되는 만큼 빨리 들이마시지 못했습니다 (자료: Sharma G 외, Chronic Obstr Pulm Dis 2017 / Moon 외, Pulm Pharmacol Ther 2024)

그러니 아버님이 흡입기를 매일 쓰신다는 것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진료받으실 때 의사나 약사 앞에서 직접 한 번 써 보시게 하고, 지금 기구가 아버님께 맞는지 여쭤보시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들이마시는 힘을 재는 작은 기구도 있어서, 힘이 약한 분은 다른 종류로 바꾸기도 합니다.

누르는 것과 들이마시는 것을 맞추기 어려우시면 어떻게 하나요?

정량흡입기의 오래된 숙제는 누르는 순간과 들이마시는 순간을 맞추는 일입니다. 이걸 덜어 주는 것이 스페이서라는 보조기구입니다. 흡입기에 끼우는 통인데, 약을 그 통 안에 먼저 뿜어 놓고 어르신은 통에 입을 대고 천천히 들이마시시면 됩니다.

이 생각도 오래됐습니다. 1958년에 이미 흡입기 앞에 플라스틱 관을 달면 입과 목에 붙는 약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휴지 심이나 종이봉투를 대고 쓰게 하던 시절도 있었고, 1970년대 말부터 지금 같은 스페이서 제품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량흡입기에 스페이서를 끼워 쓰는 모습입니다. 약을 통 안에 먼저 뿜어 두고 천천히 들이마시면 되어서 누르는 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그림: BruceBlaus,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정량흡입기에 스페이서를 끼워 쓰는 모습입니다. 약을 통 안에 먼저 뿜어 두고 천천히 들이마시면 되어서 누르는 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그림: BruceBlaus,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스페이서를 쓸지, 아예 다른 기구로 바꿀지는 처방한 의사가 정할 일입니다. 다만 보호자가 "아버지가 누르고 나서 한참 뒤에 들이마시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의사가 판단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옆에서 본 장면을 그대로 전해 주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흡입기를 쓰신 뒤에는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흡입기 중에는 스테로이드가 든 것이 있습니다. 이 약이 입안에 남으면 곰팡이균의 일종인 칸디다가 자라 입안이 하얗게 헐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흡입 스테로이드를 쓴 뒤에는 물로 입을 깨끗이 헹구라고 안내합니다. 혼자 헹구기 어려우신 어르신이라면 옆에서 물 한 컵을 드리고 헹궈 뱉으시게 도와드려야 합니다. 틀니를 쓰시는 분은 틀니와 입안 관리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COPD 진료지침(2018년 개정)은 COPD 환자에게 흡입기 사용법을 교육하라고 강조하고, 퇴원할 때 확인할 항목에 흡입기 사용법 평가를 넣어 두었습니다. 같은 지침은 COPD 환자에게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권합니다. 날이 추워지면 감기와 독감이 돌기 시작하니, 올겨울 독감 예방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 기록을 이번 기회에 같이 확인해 두십시오. 같은 지침에는 흡입 스테로이드가 든 복합 흡입제를 쓰면 폐렴이 더 잘 생길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침이나 가래가 평소와 달라지면 빨리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요양원에서는 약을 시설이 관리합니다.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고시에는 시설이 어르신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살펴 기록하고, 어르신이 드시는 약을 파악하고, 약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흡입기를 따로 짚은 조항은 없습니다. 흡입기를 누가,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시설마다 다를 수 있으니 상담 때 직접 물어보셔야 합니다.

Q. 어르신이 흡입기를 제대로 쓰고 계신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사나 약사 앞에서 직접 한 번 써 보시게 하는 것입니다. 이미 흡입기를 써 오던 환자도 정량흡입기는 12%, 가루약 흡입기는 35~44%가 약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집에서는 누른 뒤 바로 숨을 내쉬시는지, 가루약 흡입기를 약하게 들이마시시는지, 쓰고 나서 입을 헹구시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셨거나 들이마시는 힘이 약해지셨다면 스페이서를 끼우거나 다른 기구로 바꾸는 방법이 있으니 처방한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Q. 흡입기를 쓰시는 어르신이라면,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든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요?

  1. 흡입기를 어르신이 직접 쓰시는지, 직원이 곁에서 확인하는지 물어보십시오.
  2. 흡입 스테로이드를 쓰신 뒤 입 헹구기를 누가 챙기는지 확인하십시오.
  3. 숨찰 때 쓰는 흡입기를 어르신 가까이 두는지, 어디에 보관하는지 물어보십시오.
  4. 숨이 평소보다 차시거나 가래 색이 바뀌었을 때 병원으로 모시는 기준과 보호자에게 알리는 시점을 확인하십시오.
  5.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접종 기록을 시설에서 관리하는지, 올해 접종은 언제 하는지 물어보십시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흡입기를 쓰시는 어르신을 모실 때는 약을 시간 맞춰 드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르신이 누르고 들이마시는 것을 곁에서 보고, 쓰신 뒤 입을 헹구시게 하고, 숨소리와 가래가 평소와 다른지 살펴야 합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은 간호 인력을 법정 기준보다 넉넉하게 두고 있어서 이런 일을 서두르지 않고 챙길 수 있습니다. 약과 처치를 꾸준히 살펴야 하는 어르신이 어떤 돌봄을 받으시는지는 전문요양실 서비스 범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 거실입니다. 창이 넓어 낮에는 햇빛이 많이 들어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 거실입니다. 창이 넓어 낮에는 햇빛이 많이 들어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아버님이 흡입기를 쓰시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지켜보시는 것, 그리고 다음 진료 때 흡입기를 챙겨 가서 의사나 약사 앞에서 써 보시게 하는 것입니다. 둘 다 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쓰시는지 몰랐다는 게 마음에 걸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써 온 환자도 가루약 흡입기는 열에 서넛이 약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보호자분이 뭘 놓치신 게 아닙니다. 흡입기가 원래 그만큼 다루기 어렵습니다. 1955년에 수지가 아빠에게 물었던 것도, 따님이 상담실에서 물으신 것도 결국 흡입기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쓸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위의 두 가지로 아버님이 쓰시는 모습을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Jackson M, "Divine Stramonium": the rise and fall of smoking for asthma, Medical History 2010;54:171 / Stein SW, Thiel CG, The History of Therapeutic Aerosols: A Chronological Review, J Aerosol Med Pulm Drug Deliv 2017;30:20 /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 Metered-dose inhalers / 질병관리청,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발표(2026.9.30)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만성폐쇄성폐질환 / Melani AS 외, Inhaler mishandling remains common in real life and is associated with reduced disease control, Respir Med 2011;105:930 / Allen SC 외, Acquisition and short-term retention of inhaler techniques require intact executive function in elderly subjects, Age Ageing 2003;32:299 / Sharma G 외, Prevalence of Low Peak Inspiratory Flow Rate at Discharge in Patients Hospitalized for COPD Exacerbation, Chronic Obstr Pulm Dis 2017 / Moon 외, Suboptimal peak inspiratory flow rate in dry-powder inhaler users for COPD in Korea, Pulm Pharmacol Ther 2024 / Park YB 외(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Revised (2018) COPD Clinical Practice Guideline of the Korean Academy of Tuberculosis and Respiratory Disease: A Summary, Tuberc Respir Dis 2018;81:261 / 서울아산병원 흡입기 사용법 안내 /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제2026-189호) 제4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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