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여섯 어머니, 신장 수치가 나쁘다는데 투석까지 해야 할까요

1945년 네덜란드에서 인공신장으로 처음 목숨을 건진 환자는 67세 할머니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 미국 시애틀에서는 의사들이 45세가 넘는 환자는 처음부터 빼라고 권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새로 혈액투석을 시작하는 분 셋 중 한 분이 75세 이상입니다. 연세 많은 어르신에게 투석이 무엇을 해 주고 무엇을 못 해 주는지 정리했습니다.

입소 상담을 하다 보면 콩팥 이야기가 생각보다 자주 나옵니다. 지난주에 오신 따님도 그랬습니다.

"어머니가 여든여섯이세요. 동네 내과에서 피검사를 했는데 신장 수치가 나쁘다고,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크레아티닌은 정상이래요. 정상인데 왜 나쁘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큰 병원에 가면 투석하자고 할까 봐 겁도 나고요. 그 연세에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다니시는 걸 어떻게 해요."

따님 말씀에는 질문이 세 개 들어 있었습니다. 크레아티닌이 정상인데 왜 신장이 나쁘다고 하는지, 투석을 꼭 해야 하는지, 투석을 하시면 요양원에 계실 수 있는지입니다.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먼저 투석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보면 두 번째 질문이 조금 쉬워집니다.

혈액투석을 받고 계신 어르신입니다. 팔의 혈관에서 피를 빼 기계로 거른 다음 다시 넣어 드립니다 (사진: Anna Frodesiak, CC0, 위키미디어 공용)
혈액투석을 받고 계신 어르신입니다. 팔의 혈관에서 피를 빼 기계로 거른 다음 다시 넣어 드립니다 (사진: Anna Frodesiak, CC0, 위키미디어 공용)

인공신장으로 처음 살아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투석 기계를 처음 쓸 만하게 만든 사람은 네덜란드 의사 빌럼 콜프입니다. 독일군이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있던 1943년, 콜프는 동쪽의 작은 도시 캄펀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소시지 껍질로 쓰던 셀로판 관을 큰 원통에 감고, 그 원통의 아래쪽 3분의 1이 투석액이 담긴 통에 잠기게 해서 돌렸습니다. 피가 셀로판 관을 지나가는 동안 몸에 쌓인 노폐물이 관 밖의 투석액 쪽으로 빠져나가게 한 것입니다.

1945년 콜프가 처음으로 환자를 살려 낸 원통형 인공신장과 혈액 펌프를 다시 만든 것입니다 (사진: Superikonoskop,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1945년 콜프가 처음으로 환자를 살려 낸 원통형 인공신장과 혈액 펌프를 다시 만든 것입니다 (사진: Superikonoskop,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1943년 봄에 처음 이 기계로 치료한 환자는 콩팥이 망가진 스물여덟 살 가정부였습니다. 투석을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져서 신문을 읽고 싶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열두 번째 투석을 마친 뒤로는 피를 뺄 혈관을 더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뒤 2년 동안 열다섯 명을 더 치료했는데 산 사람은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 한 명은 52세 남자였는데, 투석 다음 날 막혀 있던 요관을 가는 관을 넣어 뚫어 주자 소변이 다시 나왔습니다. 콜프는 나중에 이 사람은 기계가 살린 게 아니라고 썼습니다.

네덜란드 레이던의 부르하버 박물관에 있는 콜프의 인공신장입니다. 나무 원통에 셀로판 관을 감은 모양이 보입니다. 아래의 통에 투석액을 채웠습니다 (사진: Rob Koopman,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네덜란드 레이던의 부르하버 박물관에 있는 콜프의 인공신장입니다. 나무 원통에 셀로판 관을 감은 모양이 보입니다. 아래의 통에 투석액을 채웠습니다 (사진: Rob Koopman,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네덜란드가 해방되고 넉 달쯤 지난 1945년 9월 11일, 혼수상태인 67세 여성이 실려 왔습니다. 마리아 샤프스타트라는 분이었고, 간과 콩팥이 함께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그분은 나치에 협력한 혐의로 감옥에 갇혀 있다가 온 사람이었습니다. 콜프가 여덟 시간 동안 투석을 한 뒤 몸을 숙이고 "제 말 들리세요?" 하고 물었더니, 그분이 눈을 뜨고 처음 한 말이 "남편이랑 이혼할 거예요"였다고 합니다. 기계로 목숨을 건진 첫 사람이 바로 이 예순일곱 살 할머니였습니다.

캄펀에는 콜프를 기리는 조각상이 서 있습니다. 1984년 조각가 노먼 버켓이 만들었습니다 (사진: Brbbl,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캄펀에는 콜프를 기리는 조각상이 서 있습니다. 1984년 조각가 노먼 버켓이 만들었습니다 (사진: Brbbl,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45세가 넘으면 처음부터 빼라고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콜프의 기계는 갑자기 콩팥이 멎은 사람을 며칠 버티게 해서 콩팥이 다시 살아날 시간을 버는 데 쓰였습니다. 혈관에 바늘을 꽂을 때마다 혈관이 상해서 오래 계속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때는 미군이 우리나라에 신부전 치료소를 두고 이런 기계로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미군이 우리나라에 둔 신부전 치료소에서 콜프식 인공신장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미 육군 1955년 자료,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한국전쟁 때 미군이 우리나라에 둔 신부전 치료소에서 콜프식 인공신장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미 육군 1955년 자료,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콩팥이 아예 회복되지 않는 사람도 오래 투석할 수 있게 된 것은 1960년입니다. 미국 시애틀의 의사 벨딩 스크리브너가 팔의 동맥과 정맥을 테플론 관으로 이어 두고 투석할 때마다 그 관에 기계를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해 3월 이 관을 처음 단 사람은 보잉사 기계공이던 39세 클라이드 실즈였고, 그는 투석을 받으며 11년을 더 살았습니다.

문제는 기계와 돈이 모자랐다는 것입니다. 시애틀에서는 시민 일곱 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누구에게 투석을 해 줄지 골랐습니다. 1962년 잡지 「라이프」에 실린 기사를 보면, 의사들은 위원회에 45세가 넘는 지원자는 모두 처음부터 떨어뜨리라고 권했습니다. 나이 든 콩팥병 환자는 다른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는 이유였습니다. 콜프도 나중에 이런 위원회를 「죽음의 위원회」라고 부르며 반대했다고 썼습니다.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의 비율이 1973년 5%에서 1988년 27%로 늘었습니다 (자료: 미국 의학원, Kidney Failure and the Federal Government, 1991)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의 비율이 1973년 5%에서 1988년 27%로 늘었습니다 (자료: 미국 의학원, Kidney Failure and the Federal Government, 1991)

1972년 미국 의회가 콩팥이 망가진 사람의 투석비와 이식비를 나라에서 대 주도록 법을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1973년에는 이 지원을 받는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5%였는데, 1988년에는 27%가 됐습니다. 1991년 미국 의학원 보고서는 나이로 투석 대상을 가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투석 뒤에 얼마나 사시는지, 어떻게 지내시는지는 나이보다 다른 병이 얼마나 있느냐에 더 크게 달려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미국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나이보다 다른 병이 얼마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 이야기가 따님의 두 번째 질문과 바로 이어집니다.

1972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병원 신장센터에서 투석을 받는 환자입니다 (사진: Waltraud Grubitzsch, 독일 연방기록원, CC BY-SA 3.0 DE, 위키미디어 공용)
1972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병원 신장센터에서 투석을 받는 환자입니다 (사진: Waltraud Grubitzsch, 독일 연방기록원, CC BY-SA 3.0 DE, 위키미디어 공용)

크레아티닌이 정상인데 왜 신장이 나쁘다고 할까요?

콩팥이 일을 잘하는지 볼 때 의사들이 가장 먼저 보는 숫자는 사구체여과율, 줄여서 eGFR입니다. 콩팥이 1분에 피를 얼마나 걸러 내는지를 나타낸 값입니다. 그런데 이 값은 직접 재는 게 아니라 피검사로 나온 크레아티닌 수치에 나이와 성별을 넣어 계산합니다.

1827년 콩팥병을 처음 체계적으로 정리한 영국 의사 리처드 브라이트입니다. 환자의 소변을 숟가락에 담아 불에 데워서 단백질이 엉기는지를 봤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827년 콩팥병을 처음 체계적으로 정리한 영국 의사 리처드 브라이트입니다. 환자의 소변을 숟가락에 담아 불에 데워서 단백질이 엉기는지를 봤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크레아티닌이 정상인데 eGFR이 낮게 나오는 건 이 계산에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같은 크레아티닌이라도 나이가 많으면 eGFR이 낮게 계산됩니다. 지금 많이 쓰는 CKD-EPI 2021년 계산식에 넣어 보면, 크레아티닌이 1.0인 마흔 살 여자는 eGFR이 73쯤 나오고, 같은 1.0인 여든여섯 살 여자는 55쯤 나옵니다. 크레아티닌 1.0은 검사지에서 흔히 정상 범위에 들지만, 55는 아래 표의 3a단계입니다. 따님이 들으신 「크레아티닌은 정상인데 신장 수치가 나쁘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나옵니다.

거꾸로 생각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나오는 찌꺼기라서 근육이 적은 분은 크레아티닌이 낮게 나옵니다. 그러면 계산한 eGFR이 실제 콩팥 기능보다 좋게 나올 수 있습니다. 국제 신장 진료지침인 KDIGO 2024년판도 크레아티닌은 근육량과 바로 이어져 있어서 근육이 많이 빠진 분은 결과를 잘못 읽을 수 있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몸이 많이 마르신 어르신은 시스타틴 C라는 다른 피검사로 한 번 더 확인해 보라고 권합니다.

브라이트가 1827년에 남긴 병든 콩팥 그림입니다. 겉이 울퉁불퉁하게 변한 모습이 보입니다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브라이트가 1827년에 남긴 병든 콩팥 그림입니다. 겉이 울퉁불퉁하게 변한 모습이 보입니다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만성콩팥병은 콩팥의 모양이나 기능에 문제가 있고 그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질 때를 말합니다. 한 번 나쁘게 나왔다고 바로 만성콩팥병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몸에 물이 모자라거나 약 때문에 잠깐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3개월 뒤에 다시 재 보는 것입니다. KDIGO 지침이 나눈 단계는 이렇습니다.

단계eGFR (mL/분/1.73㎡)뜻
1단계90 이상정상이거나 높음
2단계60~89조금 떨어짐
3a단계45~59조금에서 중간 정도 떨어짐
3b단계30~44중간에서 많이 떨어짐
4단계15~29많이 떨어짐
5단계15 미만신부전. 투석이나 이식을 생각하는 단계

eGFR과 함께 소변에 단백질(알부민)이 얼마나 나오는지도 봅니다. 소변 검사에서 알부민과 크레아티닌의 비율이 30mg/g 아래면 정상이거나 조금 늘어난 정도, 30에서 300 사이면 중간 정도로 늘어난 것, 300을 넘으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봅니다. 같은 3단계라도 소변에 단백질이 많이 나오는 분이 더 빨리 나빠질 수 있습니다. 진료 때 eGFR이 몇인지, 소변 알부민은 몇인지 두 가지를 같이 물어보시면 의사 설명을 알아듣기가 훨씬 쉽습니다.

콩팥을 세로로 자른 그림입니다. 바깥쪽 겉질에서 피를 걸러 소변을 만들고, 가운데 깔때기 모양의 신우로 모아 요관으로 내려보냅니다 (그림: Henry Vandyke Carter, 「그레이 해부학」,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콩팥을 세로로 자른 그림입니다. 바깥쪽 겉질에서 피를 걸러 소변을 만들고, 가운데 깔때기 모양의 신우로 모아 요관으로 내려보냅니다 (그림: Henry Vandyke Carter, 「그레이 해부학」,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우리나라에는 투석하시는 어르신이 얼마나 많을까요?

대한신장학회가 투석 환자를 모아 정리한 등록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투석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2018년에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고 그 뒤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22년에 새로 혈액투석을 시작한 분 가운데 75세 이상이 33.8%, 65~74세가 26.0%였습니다. 새로 투석을 시작하는 분 열 명 중 여섯 명이 65세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새로 혈액투석을 시작하는 분 셋 중 한 분은 75세 이상입니다 (자료: 대한신장학회 말기신부전 등록자료, Kidney Res Clin Pract 2024;43:263)
새로 혈액투석을 시작하는 분 셋 중 한 분은 75세 이상입니다 (자료: 대한신장학회 말기신부전 등록자료, Kidney Res Clin Pract 2024;43:263)

1960년대 시애틀이었다면 처음부터 떨어졌을 연세의 어르신이, 지금은 새로 혈액투석을 시작하는 분 가운데 셋에 한 분입니다. 그러니 여든여섯이라는 나이만으로 투석을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투석을 받으실 수 있다고 해서 받으시는 게 어머님께 꼭 나은 건 아닙니다.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이 투석을 시작하면 1년 뒤 어떻게 지내실까요?

이 질문에 자주 인용되는 연구가 2009년 미국 의학 학술지 NEJM에 실렸습니다. 1998년 6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미국 요양원에 계시다가 투석을 시작한 어르신 3,702명을 지켜본 연구입니다. 걷기, 옷 입기, 식사 같은 일상생활을 얼마나 혼자 하시는지를 투석 전후로 비교했습니다.

요양원에서 투석을 시작한 어르신 열 분 가운데 1년 뒤 투석 전처럼 지내시는 분은 한 분 남짓이었습니다 (자료: Kurella Tamura M 외, N Engl J Med 2009;361:1539)
요양원에서 투석을 시작한 어르신 열 분 가운데 1년 뒤 투석 전처럼 지내시는 분은 한 분 남짓이었습니다 (자료: Kurella Tamura M 외, N Engl J Med 2009;361:1539)

결과는 이랬습니다. 투석을 시작하고 12개월 뒤에 58%가 돌아가셨고, 투석 전만큼 일상생활을 유지하신 분은 13%였습니다. 나머지는 살아 계셨지만 투석 전보다 도움이 더 필요해지셨습니다. 투석이 콩팥 일은 대신해 줘도, 이미 많이 약해지신 어르신 기운까지 돌려드리지는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투석을 안 하면 어떻게 될까요. 투석 대신 약과 식사 조절로 증상을 다스리며 지내는 방법을 「보존적 치료」라고 합니다. 2007년 영국에서 75세가 넘은 콩팥병 5단계 어르신 129명을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2년 뒤 살아 계신 분이 투석한 쪽은 76%, 투석 없이 지낸 쪽은 47%였습니다. 투석한 쪽이 분명히 더 오래 사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병이 많은 분, 특히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병이 있는 분만 따로 보면 이 차이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75세 넘은 분도 투석한 쪽이 더 오래 사셨습니다. 다만 다른 병이 많으면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자료: Murtagh FE 외, Nephrol Dial Transplant 2007;22:1955)
75세 넘은 분도 투석한 쪽이 더 오래 사셨습니다. 다만 다른 병이 많으면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자료: Murtagh FE 외, Nephrol Dial Transplant 2007;22:1955)

2016년 네덜란드 연구에서도 비슷했습니다. 70세 이상 전체로 보면 투석한 쪽이 더 오래 사셨지만, 80세 이상만 따로 보면 투석한 쪽이 2.1년, 투석 없이 지낸 쪽이 1.4년이었습니다. 이 정도로는 통계로 확실한 차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연구자들은 일부 어르신에게는 보존적 치료도 투석의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두 연구 모두 어느 쪽을 할지 환자와 의사가 직접 고른 경우입니다. 그래서 투석을 안 해서 일찍 돌아가신 건지, 원래 더 편찮으신 분이 투석을 안 하기로 하신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투석을 하시면서 요양원에 계실 수 있나요?

혈액투석은 보통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네 시간쯤 걸립니다. 월수금이나 화목토처럼 날을 정해 병원 인공신장실에 다니십니다. 요양원에 계시면 이 일정에 맞춰 병원을 오가셔야 합니다. 장기요양 시설급여 고시에는 요양원에 계신 분이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다니시는 일을 따로 정해 둔 조항이 없습니다. 그래서 누가 모시고 가는지, 차는 누가 내는지, 투석하는 날 식사와 약은 어떻게 하는지를 요양원마다 따로 정합니다. 입소 상담 때 가장 먼저 확인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혈액투석은 보통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네 시간쯤 걸립니다 (자료: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 Hemodialysis)
혈액투석은 보통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네 시간쯤 걸립니다 (자료: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 Hemodialysis)

비용 걱정은 조금 더셔도 됩니다.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받으시면 건강보험 산정특례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투석하는 날 외래 진료비와 투석용 혈관 시술 같은 진료비는 10%만 내시면 됩니다. 보건복지부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에 그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등록하면 5년 동안 적용되고, 그 뒤에는 다시 신청합니다. 투석을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나면 신장장애로 등록할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투석하는 병원에서 대개 먼저 안내해 줍니다.

투석을 오래 하시려면 팔의 동맥과 정맥을 이어 굵게 만든 혈관(동정맥루)에 바늘 두 개를 꽂습니다 (사진: Troete,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투석을 오래 하시려면 팔의 동맥과 정맥을 이어 굵게 만든 혈관(동정맥루)에 바늘 두 개를 꽂습니다 (사진: Troete,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한 가지 더 알아 두시면 좋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는 혈액투석을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와 함께 연명의료로 적어 두었습니다. 다만 이 법이 말하는 연명의료는 담당의사와 전문의가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한 환자에게 하는 치료입니다. 그러니 아직 임종과정이 아닌 어머님이 투석을 시작할지 말지는 이 법으로 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어머님 상태와 바라시는 것을 놓고 신장내과 의사와 가족이 함께 정하는 일입니다.

4.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2조

1989년 네덜란드의 한 병원 투석실에서 투석을 받는 어르신 곁에 부인이 앉아 있습니다 (사진: Poppe de Boer, CC0, 위키미디어 공용)
1989년 네덜란드의 한 병원 투석실에서 투석을 받는 어르신 곁에 부인이 앉아 있습니다 (사진: Poppe de Boer, CC0, 위키미디어 공용)

콩팥이 약하신 어르신은 어떤 약을 조심해야 하나요?

투석까지 가지 않더라도 eGFR이 떨어지신 어르신은 약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콩팥으로 빠져나가는 약은 몸에 더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KDIGO 지침은 약국에서 사는 진통소염제(이부프로펜, 나프록센 같은 것)를 오래 드시면 콩팥이 나빠질 수 있으니 말리라고 적었고, 건강기능식품과 한약재도 무엇을 드시는지 의사가 확인하라고 권합니다. 무릎이 아프시다고 진통소염제를 사다 드리는 일이 흔한데, eGFR이 낮은 어르신이라면 먼저 의사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당뇨약 메트포르민도 기준이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eGFR이 30 아래면 쓰지 말고, 30~45 사이에서는 새로 시작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드시던 중에 45 아래로 떨어지면 계속 드실지 의사가 다시 따져 봅니다. 드시는 약이 많은 어르신이라면 여러 약을 함께 드실 때 살필 점과 어르신 당뇨와 인슐린 이야기를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Q. 80대 부모님 신장 수치가 나쁘다는데, 투석까지 해야 하나요?

신장 수치가 나쁘다는 말만으로 바로 투석을 하지는 않습니다. 투석은 사구체여과율(eGFR) 숫자 하나로 정하지 않습니다. 보통 5단계(15 미만)에 들어선 뒤 숨이 차거나 몸이 붓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증상, 혈액검사 이상, 본인이 바라시는 것까지 함께 놓고 정합니다. 크레아티닌이 정상이어도 연세가 많으시면 eGFR은 낮게 나올 수 있고, 반대로 근육이 많이 빠지신 분은 숫자가 실제보다 좋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정확한 단계를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5단계라면 투석과, 투석 없이 약과 식사 조절로 돌보는 보존적 치료 가운데 고르게 됩니다. 75세가 넘어도 투석한 쪽이 대체로 더 오래 사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병이 많은 분은 그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요양원에서 투석을 시작하신 어르신은 1년 뒤 투석 전처럼 지내신 분이 13%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이보다 어머님 몸 상태와 어떻게 지내고 싶어 하시는지를 놓고 신장내과 의사와 가족이 함께 정합니다.

Q. 투석하시는 어르신이라면,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든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요?

  1. 투석하는 날 병원까지 누가 모시고 가는지, 차량은 누가 마련하고 비용은 누가 내는지 물어보십시오.
  2. 투석하는 날 아침 식사와 약을 어떻게 챙기는지, 투석 뒤 지쳐 돌아오셨을 때 어떻게 돌보는지 확인하십시오.
  3. 몸무게, 붓기, 소변량을 얼마나 자주 재고 기록하는지 물어보십시오. 투석 사이에 몸무게가 많이 늘면 투석병원에 알려야 합니다.
  4. 팔의 투석 혈관(동정맥루)이 있는 쪽으로는 혈압을 재거나 무거운 것을 들지 않게 하는지 확인하십시오.
  5. 투석하다가 숨이 차거나 열이 나면 투석병원과 요양원 가운데 어디에 먼저 연락하는지 순서를 물어보십시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요양원에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어르신 혈압과 맥박, 호흡, 체온을 매일 재서 건강관리기록부에 적게 되어 있습니다. 협약의료기관 및 계약의사 운영규정 제10조에 그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콩팥이 약하신 어르신은 이 기록에 붓기와 몸무게, 드시는 물의 양이 더해질 때가 많습니다. 하루 숫자 하나보다 며칠 사이에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봐야 해서, 빠뜨리지 않고 꾸준히 적어야 합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은 간호 인력을 법정 기준보다 넉넉하게 두고 있어서 이런 기록과 약 챙기기를 서두르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투석을 받고 계시거나 곧 시작하실 어르신이라면 상담 때 투석 일정부터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간호가 더 필요한 어르신이 어떤 돌봄을 받으시는지는 전문요양실 서비스 범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간호 공간입니다. 어르신 혈압과 맥박을 매일 재고 기록합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간호 공간입니다. 어르신 혈압과 맥박을 매일 재고 기록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동네 내과에서 받은 피검사 결과지를 다시 보시고 eGFR이 몇인지 적어 두시는 것, 그리고 큰 병원에 가실 때 소변 단백 검사와 시스타틴 C 검사도 필요한지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돈 드는 일은 아닙니다.

투석 이야기가 나올까 봐 겁이 나신다는 따님 마음은 이상한 게 아닙니다. 1945년 콜프의 기계로 처음 살아난 분은 예순일곱 살이었고, 깨어나서 처음 한 말이 남편과 이혼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투석 덕분에 깨어나서 하고 싶은 말을 하실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께도 투석이 그렇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병원 다니시느라 힘들기만 할지는 어머님 몸 상태와 어머님이 바라시는 것에 따라 다릅니다.

어느 쪽을 고르셔도 어머님을 덜 사랑해서 고르는 게 아닙니다. 투석을 하지 않기로 해도 약과 식사 조절, 증상 돌봄은 계속됩니다. 다만 그 결정을 혼자 하지는 마십시오. 어머님께 직접 여쭤보실 수 있다면 먼저 여쭤보시고, 신장내과 의사에게 「투석을 하면 어머님이 어떻게 지내시게 될지, 안 하면 어떻게 지내시게 될지」 두 가지를 다 들려 달라고 부탁하십시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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