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느려지신 게 나이 탓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1년 사이 눈에 띄게 느려지셨습니다. 말도 줄고, 같은 걸 자꾸 물으시고, 하루 종일 누워 계십니다. 치매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할지 요양원을 알아봐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그 전에 피검사 항목 하나를 꼭 확인해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입소 상담 자리에서 아드님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1년 사이에 너무 달라지셨어요. 원래 동네 일이라면 제일 먼저 나서던 분인데 요즘은 하루 종일 누워 계시고, 말씀도 느려지고, 같은 걸 몇 번씩 물으세요. 동생은 나이 드시면 다 그렇다고 하고, 저는 치매 같아서 요양원을 알아보는 중이에요. 그런데 어디부터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상담에서 꼭 여쭤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에 피검사로 갑상선 수치를 보신 적이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대개는 "건강검진은 매년 받으시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국가건강검진 기본 항목에는 갑상선 검사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매년 검진을 받으셔도 갑상선 수치는 한 번도 안 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모자라면 몸 전체가 느려집니다. 말이 느려지고, 기운이 없고, 깜빡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젊은 사람이라면 금방 이상하다고 느낄 변화인데, 여든 가까운 어르신에게 생기면 가족도 의사도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습니다. 이 병이 처음 기록되던 15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1885년 지금의 런던 동부 레이턴스톤에서 찍은 중년 여성의 사진입니다. 점액부종을 앓았고, 이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진: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1885년 지금의 런던 동부 레이턴스톤에서 찍은 중년 여성의 사진입니다. 점액부종을 앓았고, 이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진: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게을러졌다」, 「노망이 들었다」는 말 뒤에 무슨 병이 있었을까요?

1873년 10월, 런던의 의사 윌리엄 걸은 런던 임상학회에서 환자 다섯 사람을 관찰한 내용을 발표했고, 그중 두 사람을 자세히 적었습니다. 모두 어른이 된 뒤에 서서히 얼굴이 붓고, 피부 밑과 손이 두툼해지고, 말과 움직임이 느려진 여성들이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에 대해서는, 원래 활발하고 호기심 많던 사람이 해가 갈수록 무심하고 굼떠졌다고 적었습니다.

걸이 이 발표에서 따로 짚은 대목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상태를 게으른 버릇이나 의지가 약한 탓으로 보기 쉬운데, 사실은 대부분 병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걸은 이들의 지능은 멀쩡하다고 적었습니다. 바뀐 것은 기운과 성미였습니다. 지금 보호자들이 "어머니가 요즘 왜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하실 때와 거의 같은 장면입니다.

윌리엄 걸의 사진입니다. 1873년 어른에게 생기는 이 병을 처음으로 학회에 보고한 의사입니다 (사진: Herbert Watkins,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윌리엄 걸의 사진입니다. 1873년 어른에게 생기는 이 병을 처음으로 학회에 보고한 의사입니다 (사진: Herbert Watkins,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4년 뒤 1877년, 같은 런던의 의사 윌리엄 오드가 이 병에 「점액부종」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피부 밑이 점액 같은 것으로 부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오드의 첫 환자는 남편이 앓아누운 동안 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던 여성으로, 처음 진찰받을 때 54세였습니다. 손이 죽은 것 같다고 호소했고 나중에는 스스로 머리가 흐려졌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 갑상선을 수술로 떼어 낸 환자에게도 같은 병이 생긴다는 보고가 이어졌고, 1888년 런던 임상학회 조사위원회가 목 앞에 있는 갑상선이 제 일을 못해서 이 병이 생긴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윌리엄 오드의 사진입니다. 1877년 이 병에 점액부종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진: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윌리엄 오드의 사진입니다. 1877년 이 병에 점액부종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진: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70년이 지난 1949년에도 의사들은 이 병을 자주 놓쳤습니다. 영국 의사 리처드 애셔가 영국의학저널에 환자 14명을 정리해 실었는데, 그중 10명은 정신과 관찰 병동으로 들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67세 여성 한 분은 하숙집 주인이 3년째 "노망이 들어간다"고 말해 온 분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일일이 일러 드려야 했고, 외출 준비에 두 시간이 걸렸고,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는데 음악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드리자 2주 만에 일반 병동으로 옮겼고 한 달 안에 퇴원했습니다. 애셔는 14명 가운데 9명은 정신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지만, 병원에 오기 전 진료하던 의사가 먼저 원인을 알아본 경우는 한 명도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1879년에 그린 34세 기혼 여성의 얼굴입니다. 기운 없는 표정, 부은 눈꺼풀, 밀랍 같은 피부가 이 병의 특징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림: Thomas Godart,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1879년에 그린 34세 기혼 여성의 얼굴입니다. 기운 없는 표정, 부은 눈꺼풀, 밀랍 같은 피부가 이 병의 특징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림: Thomas Godart,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양 870여 마리의 갑상선으로 28년을 더 산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1891년 4월, 영국 뉴캐슬의 의사 조지 머리는 46세 여성에게 양의 갑상선을 갈아 만든 추출물을 주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환자는 4~5년 전부터 말과 행동이 느려졌는데, 그걸 먼저 알아챈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표정이 없어지고, 질문에 늦게 답하고, 기억력이 나빠지고, 추위를 많이 탔습니다. 치료가 실험이라는 설명을 듣고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곧바로 동의했다고 합니다.

1882년 노섬벌랜드에서 눈보라 속에 양을 우리로 몰아넣는 그림입니다. 조지 머리가 일하던 뉴캐슬이 이 지방에 있습니다 (그림: William James Palmer,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882년 노섬벌랜드에서 눈보라 속에 양을 우리로 몰아넣는 그림입니다. 조지 머리가 일하던 뉴캐슬이 이 지방에 있습니다 (그림: William James Palmer,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석 달 뒤 이 환자는 말이 빨라지고 기억력이 좋아졌고, 혼자 길을 걸어 다니게 됐습니다. 조지 머리는 1920년에 이 환자의 삶을 다시 정리해 실었습니다. 환자는 나중에 먹는 약으로 바꿔 계속 치료를 받았고, 1919년 5월 74세에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뒤로 28년 넘게 건강하게 지냈고, 그동안 쓴 추출물은 870마리가 넘는 양의 갑상선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1892년 런던 세인트바살러뮤 병원에서 찍은 47세 여성의 사진입니다. 갑상선 추출물 주사 치료를 시작하고 7주 뒤 모습입니다 (사진: St Bartholomew's Hospital Photographic Society,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1892년 런던 세인트바살러뮤 병원에서 찍은 47세 여성의 사진입니다. 갑상선 추출물 주사 치료를 시작하고 7주 뒤 모습입니다 (사진: St Bartholomew's Hospital Photographic Society,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이듬해 1892년에는 주사 대신 먹어도 똑같이 듣는다는 보고가 나왔고, 곧 말린 갑상선으로 만든 알약도 나왔습니다. 1950년대에는 합성 갑상선 호르몬(레보티록신)이 나왔고, 지금은 대개 이 약을 하루 한 번 드십니다. 역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길게 말씀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어르신이 느려지고 깜빡하시는 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대개 가족이고, 그게 늘 나이 탓이나 치매는 아니라는 겁니다.

1897년 미국 과학 잡지에 실린 한 환자의 치료 전(왼쪽)과 치료 뒤(오른쪽) 사진입니다 (사진: Popular Science Monthly 제51권,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897년 미국 과학 잡지에 실린 한 환자의 치료 전(왼쪽)과 치료 뒤(오른쪽) 사진입니다 (사진: Popular Science Monthly 제51권,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어떤 병인가요?

갑상선은 목 앞쪽, 숨관 앞에 붙어 있는 작은 기관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호르몬이 몸이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일지를 조절합니다. 이 호르몬이 모자란 상태를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합니다. 호르몬이 모자라면 뇌하수체에서 갑상선을 재촉하는 호르몬이 올라가는데, 이걸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피검사에서는 TSH와 유리싸이록신(free T4) 두 가지를 같이 봅니다.

TSH만 조금 높고 갑상선 호르몬은 아직 정상 범위인 경우를 잠재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부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로 10세 이상 한국인 6,564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갑상선 호르몬까지 떨어진 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0.73%, 잠재성은 3.10%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70세 이상은 110명뿐이라 어르신 비율을 따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타 갑상선기능저하증(E03)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025년 66만 4천여 명이었고, 여성이 남성의 약 4.7배였습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질병 소분류 통계, 기타 갑상선기능저하증 E03, 심사년도 기준)
기타 갑상선기능저하증(E03)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025년 66만 4천여 명이었고, 여성이 남성의 약 4.7배였습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질병 소분류 통계, 기타 갑상선기능저하증 E03, 심사년도 기준)

병원을 찾는 어르신은 늘고 있습니다. 어르신 인구가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 기타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021년 59만 9천여 명에서 2025년 66만 4천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80세 이상은 2만 6천여 명에서 4만 8백여 명으로 절반 넘게 늘었습니다. 자가면역 갑상선염이나 수술 뒤 저하증 코드로만 진료받은 분은 이 숫자에서 빠지므로, 실제로 치료받는 분은 이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은 왜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쉬운가요?

흔히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하면 추위를 타고 살이 찌는 병으로 알고 계십니다. 젊은 환자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다릅니다. 1994년 프랑스 연구진이 70세 이상 환자 67명과 55세 이하 환자 54명을 비교했더니, 어르신 환자 절반 이상에게 나타난 증상은 피로와 기운 없음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추위 타기, 체중 증가, 근육 경련은 어르신 쪽에서 오히려 덜 나타났습니다.

여든을 넘긴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료 인원은 4년 사이 56.6% 늘었습니다. 전체 증가율은 10.9%였습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소분류 통계 E03, 2021년과 2025년 비교. 연령 구간을 더한 값이라 약간의 중복이 있을 수 있음)
여든을 넘긴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료 인원은 4년 사이 56.6% 늘었습니다. 전체 증가율은 10.9%였습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소분류 통계 E03, 2021년과 2025년 비교. 연령 구간을 더한 값이라 약간의 중복이 있을 수 있음)

2016년 덴마크 연구도 같은 결과였습니다. 진단 당시 증상 개수가 50세 미만은 평균 6.2개였는데 60세 이상은 3.6개였습니다. 연구진은 결론에서, 어르신은 증상만 봐서는 이 병을 가려내기 어려우니 검사를 폭넓게 해 보라고 했습니다.

어르신에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오면 피곤해하시고, 기운이 없고, 말수가 줄고, 깜빡하시고, 변비가 생기고, 입맛을 잃으십니다. 이게 나이 드시면서 생기는 변화와 거의 겹칩니다. 그래서 가족은 "연세가 있으시니까"라고 생각하기 쉽고, 증상만으로는 가려내기 어려워 검사를 해 봐야 압니다. 국가건강검진 기본 항목에도 갑상선 검사는 없습니다. 66세 이상 검진에 인지기능 검사는 들어 있지만 갑상선 수치는 따로 요청해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병이어도 나이 든 환자에게는 증상이 더 적게 나타났습니다 (자료: Doucet 외, J Am Geriatr Soc 1994 / Carlé 외, Am J Med 2016)
같은 병이어도 나이 든 환자에게는 증상이 더 적게 나타났습니다 (자료: Doucet 외, J Am Geriatr Soc 1994 / Carlé 외, Am J Med 2016)

치매 검사를 받으면 갑상선 검사도 하나요?

합니다. 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와 진단검사를 받고, 진단검사에서 치매로 판정되면 협약병원에서 원인을 가리는 감별검사를 받습니다. 보건복지부 「2026년 치매정책 사업안내」가 정한 감별검사 혈액검사 항목에 갑상선자극호르몬과 유리싸이록신 두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그 전 단계에서는 갑상선 검사를 따로 하지 않습니다. 비타민 B12와 엽산, 전해질, 간·신장 기능도 같이 봅니다.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는 원인을 먼저 걸러 내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치매 판정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 확인하고 싶으시면, 평소 다니시는 병원 진료 때 갑상선 검사도 함께 봐 달라고 여쭤 보시면 됩니다. 요양원을 알아보시기 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치매가 맞는지, 맞다면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뒤 요양원에서 어떻게 지내시게 되는지는 치매전담실 안내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만 기대를 너무 크게 갖지 않으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연구 39편, 치매 환자 5,620명을 모은 분석에서 고칠 수 있는 원인이 있어 보였던 사람은 9%였고, 실제로 증상이 되돌아간 사람은 0.6%였습니다. 이 숫자는 갑상선만이 아니라 고칠 수 있는 원인 전체를 합친 값입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확인되어도 치매가 함께 있는 경우가 있고, 갑상선을 치료해도 기억력이 다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칠 수 있는 치매」로 보였던 사람 가운데 실제로 증상이 되돌아간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자료: Clarfield AM, Arch Intern Med 2003)
「고칠 수 있는 치매」로 보였던 사람 가운데 실제로 증상이 되돌아간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자료: Clarfield AM, Arch Intern Med 2003)

그래도 검사를 받으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실제로 떨어진 현성 저하증이라면, 기억력이 다 돌아오지는 않아도 치료로 기운 없음과 느려짐이 나아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같은 치매라도 하루를 보내시는 모습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드물지만, 애셔가 본 피아니스트처럼 갑상선 치료로 예전 모습을 많이 되찾으시는 분도 있습니다.

수치가 조금 높게 나오면 꼭 약을 드셔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보호자분들이 많이 헷갈리십니다. TSH만 조금 높고 갑상선 호르몬은 정상인 잠재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어르신에게서 약을 안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7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TRUST 연구가 근거입니다. 65세 이상 잠재성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 737명을 둘로 나눠 한쪽은 갑상선 호르몬제를, 다른 쪽은 가짜 약을 드리고 1년 뒤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참가자 평균 나이는 74.4세였습니다. 1년 뒤 갑상선 증상 점수와 피로 점수는 두 쪽이 거의 같았습니다. 약을 먹어도 피로가 더 나아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갑상선 검사는 피를 한 번 뽑아 TSH와 유리싸이록신 두 가지를 봅니다 (사진: Frankincense Diala, CC0, 위키미디어 공용)
갑상선 검사는 피를 한 번 뽑아 TSH와 유리싸이록신 두 가지를 봅니다 (사진: Frankincense Diala, CC0, 위키미디어 공용)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에서 한국인의 TSH 정상 범위는 대략 0.6~6.8로 나왔습니다. 대한갑상선학회가 2023년에 낸 권고를 해설한 국내 논문에 따르면, 70세 이상에서 잠재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면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어르신은 TSH가 조금 높아도 서둘러 약을 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 자체가 떨어진 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면 나이와 상관없이 치료합니다. 어느 쪽인지는 수치를 본 의사가 정할 일이니, 결과지를 받으시면 "잠재성인지 현성인지"를 한 번 여쭤보시면 됩니다.

갑상선 약은 언제, 어떻게 드셔야 하나요?

갑상선 호르몬제는 흡수가 까다로운 약입니다. 미국갑상선학회 지침은 아침 식사 60분 전 빈속에 드시거나, 저녁 식사 3시간 넘게 지난 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드시는 방법을 권합니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드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날은 빈속에, 어느 날은 밥과 같이 드시면 수치가 들쭉날쭉해집니다.

갑상선 호르몬제(레보티록신) 알약입니다. 어르신은 대개 적은 양에서 시작해 천천히 늘립니다 (사진: Ash,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갑상선 호르몬제(레보티록신) 알약입니다. 어르신은 대개 적은 양에서 시작해 천천히 늘립니다 (사진: Ash,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함께 드시는 약도 봐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에는 칼슘제와 최소 4시간 간격을 두라고 되어 있고, 철분제와 알루미늄이 든 제산제도 간격에 주의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위산을 줄이는 약도 흡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 때문에 칼슘제를 드시는 어르신이 많아서 이 부분이 자주 겹칩니다. 그리고 어르신은 협심증 위험이 있어서, 적은 양으로 시작해 천천히 늘립니다. 약을 바꾸거나 시간을 옮기실 때는 처방한 의사나 약사와 먼저 상의하십시오.

갑상선 호르몬제는 아침 빈속에 드리고, 칼슘제·철분제와는 시간을 떼어 드립니다. 실제 시간은 처방한 의사·약사와 정합니다 (자료: Jonklaas 외, 미국갑상선학회 지침, Thyroid 2014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허가사항)
갑상선 호르몬제는 아침 빈속에 드리고, 칼슘제·철분제와는 시간을 떼어 드립니다. 실제 시간은 처방한 의사·약사와 정합니다 (자료: Jonklaas 외, 미국갑상선학회 지침, Thyroid 2014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허가사항)

겨울에 더 조심하실 것이 있나요?

있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오래 모르고 지내거나 약을 끊으면, 드물지만 점액부종 혼수라는 위험한 상태가 올 수 있습니다. 체온이 떨어지고, 의식이 흐려지고, 숨이 얕아집니다. 주로 겨울에 나이 드신 여성분에게 생기고, 폐렴 같은 병이나 먹던 약이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전국 입원 자료에서 이 상태로 입원한 149명의 평균 나이는 77세였고, 셋 중 둘이 여성이었으며, 겨울에 가장 많았습니다. 입원한 분 가운데 29.5%가 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드문 일이지만 보호자분이 알고 계시면 좋은 신호가 있습니다. 갑상선 약을 드시던 어르신이 추운 날 유난히 처지고, 몸이 차고, 깨워도 잘 안 깨시면 바로 119를 부르시거나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겨울철에 입원하시거나 다른 병원에 가실 때는 갑상선 약을 드시고 있다는 것을 꼭 알려 주십시오.

Q. 부모님이 부쩍 느려지고 깜빡하시는데 갑상선 검사부터 받아야 하나요?

갑상선 검사는 피를 한 번 뽑으면 되는 검사이니, 진료 의사에게 함께 봐 달라고 여쭤 보시면 됩니다. 어르신은 피로나 기운 없음 말고는 증상이 잘 안 드러나서, 나이 탓이나 치매로 여기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국가건강검진 기본 항목에도 갑상선 검사는 없습니다. 평소 다니시는 병원에서 TSH와 유리싸이록신 검사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진단검사에서 치매로 판정된 뒤 협약병원 감별검사 단계에서 갑상선 검사를 합니다. 다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확인되어도 치매가 같이 있을 수 있으니, 결과는 의사와 함께 보셔야 합니다.

Q. 갑상선 약을 드시는 어르신이라면,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든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요?

  1. 갑상선 약을 아침 식사 전 빈속에 드리는지, 몇 시에 누가 드리는지 물어보십시오.
  2. 칼슘제·철분제·위장약을 함께 드신다면 시간을 떼어 드리는지 확인하십시오.
  3. 갑상선 수치 피검사는 얼마마다, 어느 병원에서 하게 되는지 물어보십시오.
  4. 계약의사 진료 때 갑상선 약 용량을 같이 살펴보는지 확인하십시오.
  5. 어르신이 갑자기 처지거나 몸이 차가워지면 누가 체온을 재고 언제 보호자에게 연락하는지 물어보십시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요양원에서 갑상선 약은 하루에 드시는 여러 약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아침 식사보다 먼저 드려야 하고 칼슘제와는 시간을 떼어야 해서, 손이 바쁜 아침에 순서가 흐트러지기 쉬운 약이기도 합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은 간호 인력을 법정 기준보다 넉넉하게 두고 있어서, 아침 투약을 서두르지 않고 순서대로 챙길 수 있습니다. 갑상선처럼 시간이 중요한 약을 드시는 어르신이 어떤 돌봄을 받으시는지는 전문요양실 서비스 범위에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거실입니다. 큰 창으로 볕이 드는 곳에서 어르신들이 함께 지내십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거실입니다. 큰 창으로 볕이 드는 곳에서 어르신들이 함께 지내십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최근 1~2년 사이 부모님 피검사 결과지에 TSH라는 항목이 있었는지 찾아보시는 것, 그리고 없으면 다음 진료 때 "갑상선 수치도 한번 봐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피 한 번 뽑는 검사입니다.

150년 전 걸은 주변 사람들이 이 병을 게으름으로 오해하기 쉽다고 적었습니다. 지금 보호자분들도 "왜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시냐"고 속으로 원망하셨다가, 나중에 병이었다는 걸 알고 미안해하시는 일이 많습니다. 그 원망은 잘못이 아닙니다. 매일 곁에서 보는 사람이니까 달라진 걸 느끼고 답답해하신 것입니다.

조지 머리가 처음 치료한 환자도, 애셔가 본 피아니스트도, 달라진 것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곁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셨다면 그 느낌이 맞습니다. 그다음에는 원인을 하나씩 확인해 보시면 되는데, 그중 가장 먼저 해 보기 쉬운 게 갑상선 검사입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Gull WW, On a cretinoid state supervening in adult life in women, Transactions of the Clinical Society of London 7권(1874) / Ord WM, On Myxoedema, Medico-Chirurgical Transactions 61권(1878) / Murray GR, Note on the treatment of myxoedema by hypodermic injections of an extract of the thyroid gland of a sheep, BMJ 1891 / Murray GR, The life-history of the first case of myxoedema treated by thyroid extract, BMJ 1920 / Asher R, Myxoedematous madness, BMJ 1949 / Doucet J 외, J Am Geriatr Soc 1994;42:984 / Carlé A 외, Am J Med 2016;129:1082 / Kim WG 외, 한국인의 갑상선 기능 이상 유병률(국민건강영양조사 2013~2015), Endocrinol Metab 2017;32:106(2023 정오표 포함) / Stott DJ 외(TRUST), N Engl J Med 2017;376:2534 / 정현경,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진단과 치료: 2023 대한갑상선학회 진료 권고안, 대한내과학회지 2024;99(3):127 / Clarfield AM, Arch Intern Med 2003;163:2219 / Jonklaas J 외, 미국갑상선학회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 지침, Thyroid 2014 / Ono Y 외, J Epidemiol 2017 / Wartofsky L, Endocrinol Metab Clin North Am 2006 / 런던 임상학회 점액부종 조사위원회 보고서(1888)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질병 소분류 통계(E03) / 보건복지부 「2026년 치매정책 사업안내」 / 보건복지부 고시 「건강검진 실시기준」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씬지로이드정 허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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