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다리 속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1685년 런던에서 나온 한 의학책에는,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팔다리가 들썩여 고문대에 누운 것처럼 잠을 못 잔다는 환자들이 나옵니다. 그 뒤로 250년 넘게 이 증상은 신경과민이나 기이한 병으로 여겨졌습니다.

상담실에 오신 따님이 어머니 이야기를 하시다가 잠깐 말을 멈추셨습니다.

"어머니가 여든둘이세요. 몇 년 전부터 밤에 누우시면 다리 속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하세요. 그러면 일어나서 방 안을 몇 바퀴 걸으시고, 다시 누우셨다가 또 일어나세요. 다리를 주물러 드리면 잠깐 괜찮아지시고요. 병원에서는 나이 드셔서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렇다고 해서 혈액순환제를 드셨는데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작년부터는 깜빡하시는 게 늘어서 치매 진단을 받으셨어요. 요양원에 가시면 밤에 자꾸 일어나 돌아다니는 분으로 보일까 봐 걱정이에요. 그러면 수면제를 드시게 되는 건 아닌가 싶고요."

따님이 말씀하신 증상은 하지불안증후군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는 이 증상이 언제부터 기록됐는지, 우리나라 어르신은 얼마나 겪으시는지 적었습니다. 치매가 있으셔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실 때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철분과 드시는 약이 왜 중요한지, 치료 지침이 최근에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차례로 적었습니다. 숫자는 논문 초록과 학회 진료지침 원문에서 확인한 것만 옮겼습니다.

덴마크 화가 미카엘 안커가 1906년에 그린 그림입니다. 침대에 누운 할머니 곁에 소녀가 앉아 있습니다. 밤에 잠 못 드시는 어르신 곁에 있다 보면 가족도 같이 잠을 못 잡니다 (그림: Michael Ancher, 덴마크 국립미술관 소장,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덴마크 화가 미카엘 안커가 1906년에 그린 그림입니다. 침대에 누운 할머니 곁에 소녀가 앉아 있습니다. 밤에 잠 못 드시는 어르신 곁에 있다 보면 가족도 같이 잠을 못 잡니다 (그림: Michael Ancher, 덴마크 국립미술관 소장,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하지불안증후군은 어떤 병인가요?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만히 쉬거나 앉거나 누워 있을 때 다리가 불편해지고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드는 병입니다. 저녁과 밤에 더 심해져서 잠을 방해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는 그 느낌을 근질거림,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당기고 쑤시고 저린 느낌으로 설명합니다. 다리에 가장 많지만 팔이나 어깨에 생기기도 하고, 움직이거나 주무르면 잠시 나아집니다.

진단은 피 검사나 사진으로 하지 않고, 증상을 듣고 합니다. 같은 자료와 국제 진단기준(2014년 국제하지불안증후군연구회)을 함께 보면 기준은 다섯 가지입니다.

  1.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있습니다. 대개 다리의 불쾌한 느낌이 함께 있습니다.
  2. 눕거나 앉아서 쉬고 있을 때 시작되거나 심해집니다.
  3. 걷거나 다리를 뻗는 등 움직이면 나아집니다.
  4. 저녁이나 밤에 시작되거나 더 심해집니다.
  5. 근육통, 다리 부종, 관절염, 다리에 쥐가 나는 것처럼 다른 문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기준이 중요합니다.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은 근육이 딱딱하게 뭉치면서 아픈 것이고, 하지불안증후군은 근육이 뭉치지 않는데 다리를 가만히 두기가 힘든 것입니다. 사연 속 어머니처럼 일어나 걸으면 나아지고 다시 누우면 또 시작되는 것이 이 병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불편한 느낌이 몸 어디에 생기는지를 색의 짙기로 나타낸 그림입니다. 다리에 가장 많고, 팔에 생기는 분도 있습니다 (그림: SapereAudete, CC0, 위키미디어 공용)
하지불안증후군의 불편한 느낌이 몸 어디에 생기는지를 색의 짙기로 나타낸 그림입니다. 다리에 가장 많고, 팔에 생기는 분도 있습니다 (그림: SapereAudete, CC0, 위키미디어 공용)

350년 전 의사도 이 증상을 보았을까요?

영국 옥스퍼드의 의사 토머스 윌리스(Thomas Willis)는 뇌와 신경을 연구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1672년에 라틴어로 낸 책에 처음 나오는 대목인데, 이 대목은 1685년 런던에서 영어로 나온 윌리스의 의학 모음집에도 실렸습니다. 잠 못 드는 병을 다룬 장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면 곧 팔다리가 들썩이고 힘줄이 오그라든다. 팔다리를 가만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는 것이 너무 심해서, 가장 고통스러운 고문을 받는 자리에 있는 것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토머스 윌리스의 초상 판화입니다. 그림 아래에 45세 때 모습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판화: David Loggan,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소장, CC0, 위키미디어 공용)
토머스 윌리스의 초상 판화입니다. 그림 아래에 45세 때 모습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판화: David Loggan,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소장, CC0, 위키미디어 공용)

윌리스는 바로 뒤에 자신이 자문을 맡았던 환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신분이 높은 한 부인이었는데, 낮에는 명치 통증과 구토에 시달렸습니다. 밤에는 잠이 들려고 할 때마다 몸에 경련 같은 것이 와서 잠을 못 잤습니다. 이 부인은 아편으로 만든 약인 로더넘(laudanum)을 꽤 많이 먹어야만 밤에 잘 수 있었습니다. 이 약은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번만 허락됐는데, 나중에는 석 달쯤 매일 먹었다고 윌리스는 적었습니다. 그 뒤 다른 약으로 몸을 다스리자 부인은 아편을 끊고도 그럭저럭 잘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1685년 런던에서 나온 윌리스의 책 404쪽입니다. 가운데쯤에 잠자리에 들면 팔다리가 들썩인다는 대목과, 로더넘을 먹어야 잠들던 부인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웰컴 컬렉션 소장본, 인터넷 아카이브, 퍼블릭 도메인)
1685년 런던에서 나온 윌리스의 책 404쪽입니다. 가운데쯤에 잠자리에 들면 팔다리가 들썩인다는 대목과, 로더넘을 먹어야 잠들던 부인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웰컴 컬렉션 소장본, 인터넷 아카이브, 퍼블릭 도메인)

이 기록에서 눈여겨볼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증상이 적어도 350년 전부터 잠을 못 자게 하는 병으로 기록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때도 환자가 잠을 자려면 센 약에 기대야 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병을 치료할 때 아편 계열 약을 적은 양으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그 약을 쓰기 전에 먼저 살펴볼 것과 먼저 써 보는 약이 따로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뒤에서 하겠습니다.

1880년부터 1940년 사이 영국 런던에서 쓰던 아편 팅크 빈 병입니다. 로더넘은 아편으로 만든 약인데, 뒤로 갈수록 이렇게 술에 녹인 물약이 흔해졌습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1880년부터 1940년 사이 영국 런던에서 쓰던 아편 팅크 빈 병입니다. 로더넘은 아편으로 만든 약인데, 뒤로 갈수록 이렇게 술에 녹인 물약이 흔해졌습니다 (사진: 웰컴 컬렉션,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이름은 언제 붙었나요?

윌리스 뒤로도 이 증상은 오랫동안 제대로 된 병으로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1861년 독일 의사 테오도어 비트마크(Theodor Wittmaack)는 이것을 「정강이의 불안」이라고 부르고 히스테리와 관련지었습니다. 2004년 이탈리아 연구진은 이 증상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의학 문헌에 드문드문 나왔고 대부분 기이한 상태로 여겨졌다고 적었습니다.

이 증상에 지금의 이름을 붙인 사람은 스웨덴의 신경과 의사 칼-악셀 에크봄(Karl-Axel Ekbom)입니다. 그는 스톡홀름의 세라피메르 병원 신경과에서 이런 환자들을 모아 1944년에 논문을 냈고, 이어 1945년 학위논문에서 이 병을 「restless legs」, 우리말로 하면 「가만있지 못하는 다리」라고 불렀습니다. 에크봄이 본 환자들은 쉬고 있을 때 다리 깊은 곳에서 무언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움직이면 덜했고, 저녁과 밤에 가장 심했습니다. 신경 진찰을 해 보면 아무 이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에크봄은 따로 병이 없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약 5%가 이 증상을 겪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내용은 그의 아들 칼 에크봄 등이 2006년 스웨덴 의사협회지에 쓴 글에 나옵니다.

1898년 스톡홀름 세라피메르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입니다. 에크봄은 그로부터 40여 년 뒤 이 병원 신경과에서 하지불안증후군 연구를 했습니다 (사진: 노르딕 박물관 소장,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1898년 스톡홀름 세라피메르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입니다. 에크봄은 그로부터 40여 년 뒤 이 병원 신경과에서 하지불안증후군 연구를 했습니다 (사진: 노르딕 박물관 소장,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진찰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다 보니, 이 병은 그 뒤로도 기분 탓이나 신경과민으로 여겨지기 쉬웠습니다. 생각이 바뀐 계기 가운데 하나는 2007년 7월에 나란히 나온 두 유전자 연구였습니다. 아이슬란드 연구진과 독일·캐나다 연구진이 각각 이 병과 관련된 유전자 부위를 찾아냈습니다. 아이슬란드 연구에서는 위험 유전자를 하나 가질 때마다 몸에 저장된 철분 수치가 13% 낮았습니다. 이 병이 몸의 철분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과 들어맞는 결과였습니다.

역사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따님이 병원에서 「혈액순환이 안 돼서」라는 말을 들으신 것도, 진찰해서는 원인이 잘 안 보이는 병이라 그랬을 겁니다.

우리나라 어르신은 얼마나 겪으시나요?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국내 조사가 두 편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사는 어르신 714명을 직접 면담한 2010년 연구에서는 8.3%가 하지불안증후군이었습니다. 여성은 10.2%, 남성은 5.7%였습니다. 다섯 개 지역 어르신 1,990명을 조사한 2012년 연구에서는 9.5%였고, 여성 11.3%, 남성 7.1%였습니다. 어르신 열 명 가운데 한 명 가까이 겪으신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65세 이상 어르신 조사 두 편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겪었습니다 (자료: Kim KW 외. Journal of Sleep Research 2010 / Kim WH 외. 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012)
국내 65세 이상 어르신 조사 두 편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겪었습니다 (자료: Kim KW 외. Journal of Sleep Research 2010 / Kim WH 외. 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012)

조사 방법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20~69세 5,000명에게 전화로 물은 2008년 국내 연구에서는 「확실」과 「가능성 있음」을 합쳐 7.5%였고, 확실한 경우만 보면 3.9%였습니다. 18~64세 6,509명을 직접 만나 면담한 2009년 연구에서는 0.9%였습니다. 다리에 쥐가 나거나 저린 것까지 섞여 들어가면 숫자가 커집니다. 2012년에 세계 연구를 모아 본 논문은,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유럽과 북미에서는 보였지만 아시아에서는 뚜렷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나이만으로 설명되는 증상이 아니니, 「나이 들면 다 그렇다」고 넘기기보다 한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 병이 힘든 것은 잠 때문입니다. 누우면 다리가 불편해서 잠들기가 어렵고, 잠들었다가도 다리 때문에 자꾸 깹니다. 낮에는 피곤하고 기운이 없습니다. 어르신이 낮에 꾸벅꾸벅 조시는 것이 실은 밤잠을 못 이루셔서일 수도 있습니다.

잠자리에 든 뒤 수면 단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그린 설명용 그림입니다. 맨 위 칸(Awake)이 깨어 있는 상태입니다. 빨간 선은 밤새 그 칸으로 자꾸 올라가는데,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을 때 잠이 이렇게 자주 끊긴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실제 측정값은 아닙니다 (그림: Markus Mueller,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잠자리에 든 뒤 수면 단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그린 설명용 그림입니다. 맨 위 칸(Awake)이 깨어 있는 상태입니다. 빨간 선은 밤새 그 칸으로 자꾸 올라가는데,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을 때 잠이 이렇게 자주 끊긴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실제 측정값은 아닙니다 (그림: Markus Mueller,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치매가 있으시면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하지불안증후군은 본인의 말을 듣고 진단하는 병입니다. 그런데 치매가 있으시면 다리가 어떻게 불편한지, 언제 심해지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십니다. 미국 연구진이 초기에서 중등도 치매가 있고 밤잠을 잘 못 이루시는 23명을 살펴본 2010년 연구가 있습니다. 참여한 분들은 하지불안증후군 진단 면담에서 묻는 말을 알아듣거나 제대로 답하기 어려워하셨습니다. 대신 밤에 지켜보니 같은 버릇 동작을 되풀이하시는 분이 56.5%, 전체적으로 안절부절못하시는 분이 34.8%였습니다. 수면검사 자료가 있는 22명 가운데 12명(54.5%)은 자는 동안 다리가 주기적으로 움찔하는 일이 시간당 15번을 넘었습니다. 연구진은 말에 기대지 않고 행동을 관찰해 진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밤잠을 못 이루시는 치매 어르신을 지켜보니,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거나 다리가 움찔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자료: Richards KC 외. Behavioral Sleep Medicine 2010)
밤잠을 못 이루시는 치매 어르신을 지켜보니,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거나 다리가 움찔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자료: Richards KC 외. Behavioral Sleep Medicine 2010)

그래서 이 연구진은 다리를 비비는 것 같은 행동 신호를 20분씩 되풀이해 관찰하는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의 정확도는 치매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확인된 것이고, 치매 어르신에게서는 아직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2015년 미국 수면학회지에 실린 논평은 이런 행동 신호의 상당수가 치매에서 흔한 초조, 짜증, 공격적인 행동과 겹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몰증후군은 오후 늦게부터 저녁에 심해지는데, 하지불안증후군도 저녁과 밤에 심해지니 둘이 겹쳐 보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덴마크 화가 요한네 카트리네 크렙스가 1896년에 그린, 침대에 누운 젊은 여성 그림입니다. 밤에 왜 잠이 안 오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신 분들은 뒤척이거나 일어나시는 것으로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그림: Johanne Cathrine Krebs,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덴마크 화가 요한네 카트리네 크렙스가 1896년에 그린, 침대에 누운 젊은 여성 그림입니다. 밤에 왜 잠이 안 오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신 분들은 뒤척이거나 일어나시는 것으로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그림: Johanne Cathrine Krebs,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이게 왜 중요하냐면, 밤에 안절부절못하시는 이유에 따라 대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연구진이 2025년에 발표한 시험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하지불안증후군이 함께 있고 밤에 초조해하시는 어르신 147명이 참여했고, 넷 중 셋 이상이 요양원에 사는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 약(가바펜틴 엔아카빌)을 8주 드신 분들은 가짜 약을 드신 분들보다 밤의 초조 행동이 줄고 잠자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대신 부작용을 겪은 분이 81.1%로 가짜 약 쪽(68.5%)보다 많았고, 넘어지는 일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원인을 찾으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약을 쓰면 부작용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밤에 깨어 계시는 치매 어르신의 다른 이유들은 치매 어르신이 밤에 안 주무실 때 글에 따로 적었습니다.

철분이 모자라면 더 심해지나요?

그렇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을 다룰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철분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는 뇌에서 도파민이 만들어지려면 철분이 필요한데, 철분이 부족하면 이 병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철분제(황산제일철) 알약입니다. 철분제는 변비나 속쓰림을 일으킬 수 있고 다른 약과 함께 먹는 시간도 따져야 하니, 의사와 상의해서 드셔야 합니다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철분제(황산제일철) 알약입니다. 철분제는 변비나 속쓰림을 일으킬 수 있고 다른 약과 함께 먹는 시간도 따져야 하니, 의사와 상의해서 드셔야 합니다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미국수면의학회가 2024년 9월에 공개한 진료지침(학회지 2025년 1월호 수록)은 이 병이 있으면 혈청 페리틴(몸에 저장된 철분을 보여 주는 수치)과 트랜스페린 포화도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라고 권합니다. 가능하면 아침에, 철분제나 철분이 든 음식을 24시간 이상 끊고 검사받으라고 합니다. 기준도 보통 빈혈 검사와 다릅니다. 증상이 뚜렷한 어른은 페리틴이 75 ng/mL 이하이거나 트랜스페린 포화도가 20% 미만이면 먹는 철분제나 주사를, 75~100 ng/mL이면 주사만 고려하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임상시험으로 확인한 값은 아니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 정한 값이라고 지침에 적혀 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에서는 보통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는 페리틴 수치도 보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료: 미국수면의학회 진료지침, Winkelman JW 외.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2025)
하지불안증후군에서는 보통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는 페리틴 수치도 보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료: 미국수면의학회 진료지침, Winkelman JW 외.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2025)

그러니 「빈혈은 없다고 했어요」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진료를 받으실 때 하지불안증후군이 의심된다고 말씀하시고 페리틴 검사를 해 보셨는지 여쭤보시면 됩니다. 어르신 빈혈과 철분제에 대해서는 어르신 빈혈과 철분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드시는 약이나 투석 때문에 생기기도 하나요?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수면의학회 지침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증상을 키우는 요인부터 다루라고 합니다. 지침이 꼽은 것은 술과 카페인, 항히스타민 작용이 있는 약, 세로토닌에 작용하는 약, 도파민을 막는 약, 치료하지 않은 수면무호흡입니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항우울제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일이 흔하다고 따로 적었습니다. 콧물약이나 감기약, 잠이 오게 하는 일반 수면유도제 가운데 항히스타민제가 든 것이 많습니다. 구역질을 멈추는 약이나 일부 정신과 약에는 도파민을 막는 작용이 있습니다.

치매 어르신에게서는 이게 특히 문제가 됩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하지불안증후군이 함께 있고 밤에 초조해하시는 어르신 76명을 조사한 2021년 미국 연구가 있습니다. 평균 나이가 82.9세였고 69명이 장기요양시설에 사셨는데, 약 79%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을 하나 이상 드시고 있었습니다. 밤에 잠을 못 주무셔서 수면유도제를 드렸는데, 그 약이 다리 증상을 키워 잠을 더 못 이루시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밤에 초조해하시는 치매 어르신 열 명 중 여덟 명 가까이가 증상을 키울 수 있는 약을 드시고 있었습니다 (자료: Richards KC 외.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2021)
밤에 초조해하시는 치매 어르신 열 명 중 여덟 명 가까이가 증상을 키울 수 있는 약을 드시고 있었습니다 (자료: Richards KC 외.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2021)

신장 기능이 떨어져 투석을 받으시는 분도 하지불안증후군을 많이 겪으십니다. 혈액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모은 2024년 분석에서 유병률은 27.2%였습니다. 미국수면의학회 지침은 투석을 받는 분을 포함한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는 기준을 따로 두어, 페리틴이 200 ng/mL 미만이고 트랜스페린 포화도가 20% 미만이면 철분 주사(철 수크로오스)를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투석을 받으시는 어르신의 생활은 어르신 투석 글에 적었습니다.

혈액투석 환자는 넷 중 한 명 넘게 하지불안증후군을 겪습니다 (자료: Zhou 외. Brain and Behavior 2024 / 국내 65세 이상 조사 Kim KW 외 2010, Kim WH 외 2012)
혈액투석 환자는 넷 중 한 명 넘게 하지불안증후군을 겪습니다 (자료: Zhou 외. Brain and Behavior 2024 / 국내 65세 이상 조사 Kim KW 외 2010, Kim WH 외 2012)

투석 중에는 네 시간쯤 의자나 침대에 가만히 누워 계셔야 합니다. 가만히 있을 때 심해지는 병이라 이 시간이 특히 힘드실 수 있습니다. 투석실에서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시면 의료진에게 그대로 말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혈액투석기 옆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투석을 받는 동안은 몇 시간씩 가만히 있어야 해서,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으면 이 시간이 특히 힘듭니다 (사진: Jackhsiao,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혈액투석기 옆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투석을 받는 동안은 몇 시간씩 가만히 있어야 해서,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으면 이 시간이 특히 힘듭니다 (사진: Jackhsiao,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치료 지침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예전에는 프라미펙솔, 로피니롤처럼 도파민 작용을 돕는 약을 가장 먼저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수면의학회는 2024년 지침에서 이 약들을 표준으로 쓰는 것에 「조건부 반대」로 권고를 바꿨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증강」이라는 부작용입니다. 이 약을 몇 달에서 몇 년 쓰는 동안 증상이 오히려 점점 심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증상이 하루 중 더 이른 시간에 시작되고, 가만히 있을 때 더 빨리 나타나고, 팔처럼 다른 곳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도파민 계열 약으로 6개월 이상 치료받은 국내 환자 94명을 본 2015년 연구에서는 11.7%가 증강이 확실하거나 강하게 의심됐습니다.

미국수면의학회 2024년 지침해당하는 치료
강하게 권함가바펜틴, 가바펜틴 엔아카빌, 프레가발린, 철분 주사(페리카복시말토스)
조건에 따라 권함먹는 철분제, 적은 양의 아편 계열 약, 다리에 붙이는 신경 자극기 등
표준으로 쓰는 것에 조건부 반대프라미펙솔, 로피니롤, 로티고틴 패치, 레보도파
조건부 반대클로나제팜, 쥐오줌풀(발레리안), 부프로피온, 카르바마제핀, 발프로산
강하게 반대카베르골린

다만 지침은 예외도 두었습니다. 오래 쓸 때 생기는 부작용보다 당장 증상이 줄어드는 게 더 급한 환자라면 도파민 계열 약을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약을 드시고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끊으시면 안 됩니다. 처방한 의사와 함께, 증상이 예전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되지는 않는지, 다른 곳으로 번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시면 됩니다. 이 가운데 어떤 약을 쓸지는 어르신의 신장 기능, 넘어질 위험, 다른 약과의 관계를 보고 의사가 정합니다.

약 말고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는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커피나 녹차 같은 카페인 피하기, 술과 담배 줄이기, 다리 마사지와 족욕, 가벼운 운동을 권합니다. 다만 미국수면의학회 지침이 효과를 따로 인정한 치료는 아니고, 증상을 키우는 요인을 줄이는 쪽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어르신이 드시는 약이 많으시면 여러 약을 함께 드시는 어르신 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Q. 어르신이 밤마다 다리를 주무르시고 자꾸 일어나 걸으시는데, 하지불안증후군일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만히 쉬거나 누우면 다리가 근질거리고 움직이고 싶어지며, 움직이면 나아지고, 저녁과 밤에 심해지는 병입니다. 국내 65세 이상 어르신 조사에서는 8.3~9.5%가 겪었고 여성이 더 많았습니다. 다리에 쥐가 나는 것, 관절염, 부종과는 다릅니다. 치매가 있으셔서 말로 설명을 못 하시면 밤에 다리를 비비시거나 안절부절못하시는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진료를 받으실 때 언제, 어떤 자세에서 심해지는지 적어 가시고, 드시는 약 목록도 챙겨 가셔서 페리틴 검사를 해 봤는지 함께 여쭤보시면 됩니다.

Q. 밤에 잘 못 주무시는 어르신 일로 요양원에 전화하면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요?

  1. 밤에 깨어 계시거나 돌아다니시는 어르신은 어떻게 지켜보고, 무엇을 기록하나요?
  2. 밤에 잠을 못 주무시면 수면제를 바로 드리나요, 아니면 이유부터 살피나요?
  3. 계약의사가 몇 번 오시고, 다리 불편이나 수면 문제를 진료받게 해 주실 수 있나요?
  4. 입소할 때 드시는 약 목록을 누가, 어떻게 확인하나요?
  5. 밤 상황은 보호자에게 언제, 어떻게 알려 주시나요?

치매가 있으신 어르신을 어떻게 모시는지는 치매전담실 안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요양원을 고를 때 무엇을 보면 좋은지는 요양원 고르는 법에 있습니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위의 다섯 가지 질문은 저희에게 하셔도 됩니다. 입소 상담 때 어르신이 밤에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셨는지, 그럴 때 어떻게 하시면 나아졌는지 알려 주세요. 주물러 드리면 나아지셨는지, 걸으시면 나아지셨는지 같은 것이 도움이 됩니다. 드시는 약은 처방전이나 약 봉투째 가져와 주시면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약을 바꾸거나 새로 쓰는 일은 계약의사나 다니시던 병원 의사가 정합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생활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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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준은 어르신 2.1명당 요양보호사 한 분이고, 저희는 약 1.6명당 한 분을 둡니다. 입소하신 분 수와 근무표에 따라 조금씩 오르내리는 값이고, 교대 근무를 하니 어느 한 순간 곁에 있는 인원은 이보다 적습니다. 밤에 일어나신 어르신이 왜 깨셨는지 곁에서 살피고, 다리를 주물러 드리거나 함께 복도를 걸어 드리려면 일손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어머니가 밤에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실 때 몇 시쯤이었는지, 무엇을 하시면 나아지셨는지 며칠만 적어 두시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가 드시는 약 봉투를 모아 보시는 것입니다. 감기약이나 잠 오는 약이 섞여 있으면 다음 진료 때 그 봉투를 그대로 들고 가시면 됩니다.

따님은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밤에 돌아다니는 분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셨습니다. 그 걱정이 괜한 것은 아닙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신 분이 밤에 움직이시면,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오랫동안 「다리에 벌레가 기어간다」고 하셨다는 것을 알고 계신 따님의 기억이 중요합니다.

몇 년 동안 밤마다 어머니 다리를 주물러 드리느라 따님도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을 겁니다. 혈액순환제를 드셔도 나아지지 않으셨던 건, 그때는 이 병일 수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입니다. 다음 진료 때 「하지불안증후군일 수 있나요」 하고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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