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병동에 누워 있던 환자들이 일어나 걸었습니다

1961년 여름, 오스트리아 빈의 큰 양로원 신경과 병동에서 누워만 지내던 파킨슨병 환자들이 주사 한 대를 맞고 일어나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 효과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파킨슨병 약을 왜 정해진 시각에 드셔야 하는지, 요양원에서는 그 시각을 누가 챙기는지 정리했습니다.

"아버지 약이 아침 7시, 11시, 오후 3시, 저녁 7시예요. 한 번만 늦어도 몸이 굳어서 화장실까지 못 걸어가세요. 요양원에 가시면 그 시간을 그대로 맞춰 주실 수 있나요?"

따님이 약 봉투 여러 장과 손으로 쓴 시간표를 탁자에 올려놓고 물으셨습니다. 옆에 앉은 아드님은 다른 걱정을 하셨습니다. 파킨슨 약은 오래 먹으면 나중에 안 듣게 된다고 들었는데, 요양원에 가시면 좀 줄여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두 분이 같은 약을 두고 정반대 걱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분 질문에 차례로 답하겠습니다. 파킨슨병 약을 왜 하루 네다섯 번씩 정해진 시각에 드셔야 하는지, 오래 드시면 정말 안 듣게 되는지 보겠습니다. 밥과 같이 드셔도 되는지, 요양원에서는 그 시각을 누가 챙기는지도 함께 적겠습니다.

그 전에 이 약이 파킨슨병 환자에게 처음 쓰였던 날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그 일은 대학병원이 아니라 시립 양로원 안의 신경과 병동에서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약리학자 올레 호르니키에비치입니다. 1960년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도파민이 모자란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습니다. 1985년 사진입니다 (사진: Renate Heldt,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오스트리아의 약리학자 올레 호르니키에비치입니다. 1960년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도파민이 모자란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습니다. 1985년 사진입니다 (사진: Renate Heldt,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1961년 여름, 빈의 양로원 병동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1959년 봄부터 빈 대학의 젊은 약리학자 올레 호르니키에비치는 세상을 떠난 분들의 뇌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파킨슨병을 앓다 돌아가신 분 여섯 명, 다른 병으로 돌아가신 분 열일곱 명 등의 뇌였습니다. 뇌 깊은 곳의 선조체라는 부위에서 도파민이 눈에 띄게 모자란 것은 파킨슨병 환자 여섯 명뿐이었습니다. 도파민이 있으면 시약이 분홍색으로 변하는데, 파킨슨병 환자의 시료에서는 그 색이 나오지 않았다고 그는 나중에 회고했습니다. 결과는 1960년 12월에 실렸습니다.

그럼 모자란 도파민을 채워 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도파민은 핏속에서 뇌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뇌에 들어간 뒤 도파민으로 바뀌는 레보도파를 주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이 시험을 발터 비르크마이어에게 제안했습니다. 빈 라인츠의 시립 양로원에서 신경과 병동을 맡고 있던 의사입니다. 호르니키에비치의 회고에 따르면 그곳은 당시 빈에서 가장 큰 양로원이었고, 파킨슨병 환자들이 오래 머물러 살고 있었습니다.

빈 라인츠의 옛 시립 양로원입니다. 1904년에 문을 열었고 나중에 노인의학센터로 이름을 바꿨다가 2015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2014년 사진입니다 (사진: Tokfo, CC0, 위키미디어 공용)
빈 라인츠의 옛 시립 양로원입니다. 1904년에 문을 열었고 나중에 노인의학센터로 이름을 바꿨다가 2015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2014년 사진입니다 (사진: Tokfo, CC0, 위키미디어 공용)

비르크마이어는 여덟 달쯤 미루다가 1961년 7월 초에 첫 주사를 놓았습니다. 대상은 스무 명이었고, 흔한 파킨슨병 말고도 뇌염 뒤에 온 파킨슨증과 혈관 때문에 온 파킨슨증 환자가 섞여 있었습니다. 한 번에 많게는 150mg을 정맥에 넣었습니다.

두 사람이 그해 11월에 낸 보고에 그 뒤의 일이 적혀 있습니다. 누운 채 앉지도 못하던 환자, 앉으면 일어서지 못하던 환자, 서도 첫걸음을 떼지 못하던 환자가 주사를 맞고 나서 그 동작들을 쉽게 해냈습니다. 걸을 때 팔도 자연스럽게 흔들었고 달리고 껑충 뛰기까지 했습니다. 쉬어서 거의 안 나오던 목소리도 또렷해졌습니다.

라인츠 양로원 안에는 부엌에서 각 건물로 음식을 실어 나르는 작은 궤도 열차가 다녔습니다. 2011년 모습입니다 (사진: Herbert Ortner,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라인츠 양로원 안에는 부엌에서 각 건물로 음식을 실어 나르는 작은 궤도 열차가 다녔습니다. 2011년 모습입니다 (사진: Herbert Ortner, CC BY 4.0, 위키미디어 공용)

그런데 보고서에는 이 효과가 "짧은 시간 동안"이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호르니키에비치도 훗날 정맥주사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가장 좋은 상태는 몇 시간이었고, 하루 안에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약이 몸 안에 남아 있는 동안에만 움직일 수 있었던 겁니다.

하루를 못 가던 약이 어떻게 매일 먹는 약이 됐나요

비슷한 무렵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앙드레 바르보가 레보도파를 입으로 먹는 방식으로 시험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에 100~200mg을 드렸더니 몸이 뻣뻣하게 굳는 증상이 줄었습니다. 그보다 앞선 1957년에는 스웨덴의 아르비드 칼손이 동물 실험에서 약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게 된 동물이 레보도파를 맞고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보고했습니다. 칼손은 이 연구 등으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스웨덴의 약리학자 아르비드 칼손입니다. 2011년 사진입니다 (사진: Vogler,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스웨덴의 약리학자 아르비드 칼손입니다. 2011년 사진입니다 (사진: Vogler,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이것을 매일 먹는 약으로 만든 사람은 미국 뉴욕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조지 코치아스였습니다. 1967년 그는 도파를 입으로 드리되, 적은 양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려 많은 양까지 올리는 방법을 발표했습니다. 천천히 늘리면 속이 메스꺼운 부작용을 몸이 견딜 수 있게 됐습니다. 2년 뒤에는 레보도파로 같은 방법을 보고했습니다. 호르니키에비치는 이 방법이 오늘날에도 기본적으로 그대로 쓰인다고 적었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신경과 의사 앙드레 바르보입니다. 1960년대 초에 레보도파를 입으로 드리는 시험을 했습니다. 1966년 사진입니다 (사진: 몬트리올대학교 기록보관소,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캐나다 몬트리올의 신경과 의사 앙드레 바르보입니다. 1960년대 초에 레보도파를 입으로 드리는 시험을 했습니다. 1966년 사진입니다 (사진: 몬트리올대학교 기록보관소,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그 뒤 레보도파가 뇌에 가기 전에 몸에서 먼저 분해되지 않게 막아 주는 약을 섞은 복합제가 나왔습니다. 벤세라지드를 섞은 약은 1973년에 나왔고, 카르비도파를 섞은 약은 1975년에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지금 요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드시는 레보도파도 대개 이런 복합제입니다.

코치아스가 레보도파 연구를 한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를 하늘에서 본 모습입니다. 최근 사진입니다 (사진: 미국 에너지부,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코치아스가 레보도파 연구를 한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를 하늘에서 본 모습입니다. 최근 사진입니다 (사진: 미국 에너지부,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레보도파 역사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그런데 6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약은 몸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라인츠의 환자들이 하루를 못 넘기고 다시 굳었던 것처럼, 지금 드시는 약도 시간이 지나면 기운이 떨어집니다. 따님이 들고 오신 시간표가 하루 네 번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파킨슨병 약은 왜 하루에 네다섯 번씩 드시나요?

미국 식품의약국이 허가한 카르비도파·레보도파 복합제의 설명서를 보면, 레보도파만 드셨을 때는 핏속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약 50분, 카르비도파와 함께 드셨을 때는 약 1시간 반이 걸립니다. 그래서 한 번 드신 약으로는 하루 종일 가지 못합니다.

레보도파의 분자 구조입니다. 뇌 속으로 들어가 도파민으로 바뀝니다 (그림: NEUROtiker,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레보도파의 분자 구조입니다. 뇌 속으로 들어가 도파민으로 바뀝니다 (그림: NEUROtiker,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이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레보도파를 드시면 약효가 올라와 움직임이 좋아졌다가, 다음 약 드실 시간이 가까워지면 약효가 떨어지면서 다시 나빠집니다. 이렇게 오르내리는 것을 운동동요라고 부릅니다. 병 초기에는 하루 2~3번으로 조절되다가, 병이 진행하면 하루 4~5번으로 늘어난다고 같은 자료는 적고 있습니다.

레보도파를 복용하면 약효가 올라와 운동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음 레보도파를 복용할 시간이 가까워지면 약효가 떨어지면서 운동증상이 다시 나빠지게 되는데, 이러한 운동증상의 기복을 운동동요라고 합니다.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파킨슨병」 (2026년 5월 갱신)

이런 기복은 약을 드신 지 몇 년 지나면서 나타납니다. 질병관리청 자료는 처음 2~3년은 약이 잘 듣다가 3~5년쯤부터 운동동요가 생기기 시작한다고 적습니다. 연구 74편을 모아 본 분석(Ahlskog·Muenter, 2001년)에서는 레보도파를 4~6년 드신 분의 약 40%에게 운동동요가 생겼습니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어떤 모습이 되시나요?

손이 다시 떨리고 몸이 굳는 것은 보호자 눈에도 잘 보입니다. 그런데 약 기운이 떨어질 때 오는 증상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운동동요가 있는 파킨슨병 환자 50명에게 물어본 연구(Witjas 외, 2002년)에서 50명 모두가 몸의 움직임 말고 다른 증상도 한 가지 이상 겪고 있었고, 그 증상은 대부분 약효가 떨어진 때 나타났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불안(66%), 흠뻑 젖는 땀(64%), 생각이 느려지는 것(58%), 피로(56%),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54%)이었습니다. 응답자의 28%는 이런 증상이 몸이 굳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약 기운이 떨어질 때 떨림과 굳음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료: Witjas 외, Neurology 2002)
약 기운이 떨어질 때 떨림과 굳음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료: Witjas 외, Neurology 2002)

그래서 오후 3시쯤 되면 아버님이 괜히 초조해하시고 땀을 흘리시는 날이 있다면, 그때가 약 드실 시간 무렵인지 한번 보십시오.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가 언론에 연재한 글에서 김률 교수(보라매병원 신경과)는 약을 제때 드시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진 상태가 예고 없이 찾아와 순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불안이 커지기도 한다고 썼습니다.

이런 변화는 진료실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발병 5년이 안 된 환자 300명을 조사한 연구(Stacy 외, 2005년)에서 진료 때 의사가 묻는 방식으로는 약효 소진이 29.4~43.9%만 잡혔습니다. 같은 환자들이 증상표에 직접 체크하게 했더니 57.1%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몇 시에 약을 드셨고 몇 시쯤 몸이 어땠는지 며칠만 적어 가셔도, 의사가 알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집니다.

진료실 질문만으로는 약효가 떨어지는 것을 꽤 많이 놓칩니다 (자료: Stacy 외, Movement Disorders 2005)
진료실 질문만으로는 약효가 떨어지는 것을 꽤 많이 놓칩니다 (자료: Stacy 외, Movement Disorders 2005)

약을 오래 드시면 안 듣게 되니 아껴 드려야 하나요?

아드님 같은 걱정을 하시는 분이 꽤 많습니다. 레보도파를 일찍부터 드시면 몇 년 뒤 약효가 오르내리거나 몸이 저절로 꼬이는 이상운동증이 빨리 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늦게 시작하거나 적게 드셔야 한다고요.

이걸 직접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초기 파킨슨병 환자 445명을 제비뽑기로 둘로 나눠, 한쪽은 처음부터 80주 동안 레보도파를 드셨고, 다른 쪽은 처음 40주는 가짜 약을, 나머지 40주는 레보도파를 드셨습니다(LEAP 연구, 2019년). 80주 뒤 두 쪽의 증상 점수는 1.0점 벌어졌을 뿐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었고, 약효 오르내림과 이상운동증이 생긴 정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5년 뒤까지 따라가 본 결과(2024년)도 같았습니다. 이상운동증이 있는 분은 처음부터 드신 쪽이 160명 중 46명, 늦게 시작한 쪽이 161명 중 62명이었습니다. 일찍 드신 쪽이 오히려 조금 적었지만 통계로 보면 차이가 없었습니다.

약을 일찍 시작한 쪽에서 이상운동증이 더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자료: Frequin 외, Movement Disorders 2024)
약을 일찍 시작한 쪽에서 이상운동증이 더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자료: Frequin 외, Movement Disorders 2024)

가나와 이탈리아의 환자를 비교한 연구(Cilia 외, 2014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나 환자들은 발병 뒤 평균 4.2년 만에, 이탈리아 환자들은 2.4년 만에 레보도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약효 오르내림과 이상운동증이 나타난 때를 병을 앓은 기간으로 따져 보면 두 나라가 비슷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합병증이 병을 앓은 기간, 그리고 하루 약 용량과 관련이 있다고 봤습니다. 약을 언제 시작했는지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 말을 약을 많이 드실수록 좋다는 뜻으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가나·이탈리아 연구는 하루 용량이 많은 것이 이상운동증과 관련이 있다고 봤고, 2004년 북미 연구(ELLDOPA)에서도 가장 많은 용량을 드신 쪽에서 이상운동증이 더 많았습니다. 용량을 올리고 내리는 일은 담당 의사가 정합니다. 그리고 보호자가 약을 스스로 줄이거나 끊으시면 위험합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파킨슨병 지침 1.3.2항은 파킨슨병 약을 갑자기 끊지 말라고 적고 있습니다. 갑자기 끊으면 몸이 완전히 굳어 버리거나, 열이 높게 오르고 근육이 뻣뻣해지는 위험한 상태가 올 수 있어서입니다.

밥이랑 같이 드셔도 되나요?

레보도파는 고기, 생선, 콩에 든 단백질과 몸에 흡수되는 길이 겹칩니다. 미국에서 약효가 오르내리는 환자 9명을 살핀 연구(Nutt 외, 1984년)에서 식사와 함께 약을 드셨을 때 핏속 약 농도의 최고치는 29% 낮아졌고, 흡수는 34분 늦어졌습니다. 단백질이 많은 식사를 하면 핏속 농도가 같아도 약효가 떨어졌습니다.

밥과 함께 드시면 약이 조금 늦게, 조금 덜 올라옵니다 (자료: Nutt 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84)
밥과 함께 드시면 약이 조금 늦게, 조금 덜 올라옵니다 (자료: Nutt 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84)

그래서 질병관리청 자료는 약효가 오르내리는 분이라면, 요양보호사 표준교재는 파킨슨병 어르신 모두에게 단백질 음식은 약 드시는 시간과 간격을 두고 드시는 것이 좋다고 적습니다. 두 자료 모두 바로 뒤에 단백질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입니다. 단백질을 줄이면 근육이 빠지고 영양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은 원래 근육이 빠지기 쉬운 나이라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반대로 약을 빈속에 드시면 속이 메스꺼운 분도 있습니다. 영국 파킨슨병 환자단체는 이럴 때 과자 한 조각 같은 가벼운 간식과 함께 드셔도 된다고 안내합니다. 결국 약과 식사 사이를 얼마나 둘지는 어르신마다 다릅니다. 담당 의사에게 "식사와 몇 분 띄워야 하는지"를 한 번 물어 두시고, 그 답을 요양원에도 그대로 전해 주시면 됩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약 시간이 왜 자주 밀리나요?

집에서는 본인이나 가족이 시계를 보고 약을 챙깁니다. 그런데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면 약은 다른 사람이 챙겨 드립니다. 영국 NICE 지침 1.3.4항은 병원이나 요양원에 들어간 파킨슨병 환자는 약을 제때 받아야 하고, 약을 바꿀 때는 파킨슨병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2018년에 나온 잉글랜드 NICE 품질기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병원과 요양원에서 레보도파를 처방된 시각에서 30분 안에 드리라고 정했습니다. 다만 30분이라는 숫자는 연구로 나온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합의한 기준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 기준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국 파킨슨병 환자단체가 2023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잉글랜드 병원에 입원한 파킨슨병 환자 가운데 약을 매번 제때 받지 못한 분이 2015년 50%, 2017년 58%, 2019년 53%, 2022년 58%였습니다. 7년 동안 거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잉글랜드 병원에 입원한 파킨슨병 환자 둘 중 한 명꼴로 약을 제때 받지 못했습니다 (자료: Parkinson's UK 「Every Minute Counts」 2023)
잉글랜드 병원에 입원한 파킨슨병 환자 둘 중 한 명꼴로 약을 제때 받지 못했습니다 (자료: Parkinson's UK 「Every Minute Counts」 2023)

약이 밀리면 실제로 몸이 나빠지는지는 연구마다 결과가 조금 다릅니다. 네덜란드의 한 병원에서 파킨슨병 입원 환자 46명을 지켜본 연구(Gerlach 외, 2013년)에서는 39%에게 투약 오류가 있었습니다. 28%는 들어올 때보다 움직임이 나빠진 채 퇴원했고, 그 가장 큰 원인이 투약 오류였습니다. 약을 스스로 챙겨 드신 환자들은 한 명도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영국의 한 병원에서 입원 737건을 본 연구(Skelly 외, 2017년)에서는 예정된 레보도파 투약의 39%가 빠지거나 30분 넘게 늦었지만 입원 기간과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요양원만 따로 조사한 연구는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자료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병원 수술 병동을 본 연구에서 약이 빠진 이유는 기록이 없었거나, 약이 떨어졌거나, 금식 중이었던 경우였습니다(Derry 외, 2010년). 요양원에서도 입원했다 돌아오신 날, 약이 바뀐 날, 약이 떨어져 가는 주에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요양원에서는 약을 누가, 어떻게 챙기나요?

우리나라 요양원이 약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적혀 있습니다.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43조 제6항 제5호입니다.

수급자의 건강상태를 정기적으로 관찰 기재하고, 수급자의 투약 관련 정보를 숙지하며 의약품의 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한다.

—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43조 제6항 제5호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5-247호)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공용 식당입니다. 식사 시간과 약 드실 시간이 어떻게 겹치는지는 보러 오셨을 때 여기서 직접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공용 식당입니다. 식사 시간과 약 드실 시간이 어떻게 겹치는지는 보러 오셨을 때 여기서 직접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약을 처방하는 곳은 요양원이 아닙니다. 같은 항 제2호에 따라 계약의사가 한 달에 두 번 이상 어르신을 진찰하고, 파킨슨병 약은 대개 다니시던 신경과에서 처방을 받습니다. 요양원이 하는 일은 처방받은 약을 정해진 시각에 드리고, 드시고 난 뒤 몸이 어떤지 살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드시던 약은 계속 챙겨 주시나요에 더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배우는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2026년 개정판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 요양보호사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지만,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드리는 일은 돕습니다(83쪽).
  • 약은 정확한 약을, 정확한 분에게, 정확한 양으로, 정확한 방법으로, 정확한 시간에 드시도록 돕습니다(383쪽).
  • 손이 떨려 약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분에게는 약을 직접 입에 넣어 드립니다(384쪽).
  • 파킨슨병 어르신은 약을 꾸준히, 정확한 시간에 드시도록 합니다(261쪽).
  • 약을 거부하시거나 평소와 다른 반응이 보이면 간호사나 시설장에게 바로 알립니다(383쪽).

누가 무엇을 맡는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누가무엇을근거
계약의사한 달에 두 번 이상 어르신 진찰고시 제43조 제6항 제2호
요양원투약 정보를 알고 의약품을 정기적으로 점검고시 제43조 제6항 제5호
간호사·간호조무사입소자 30명 이상이면 25명당 한 명 배치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
요양보호사먹는 약과 바르는 약 드시는 것을 도움, 주사는 하지 않음표준교재 83쪽·388쪽
국민건강보험공단3년마다 평가, 30번 지표 「투약 및 약품관리」에서 약 보관과 정확한 투약을 봄「장기요양기관 평가방법 등에 관한 고시」 별표 1

그런데 고시와 교재 어디에도 영국의 30분처럼, 파킨슨병 약을 처방된 시각에서 몇 분 안에 드리라는 기준은 없습니다. 그러니 약 시간을 어떻게 지키는지는 요양원마다 다를 수 있고, 상담 때 직접 물어보셔야 합니다. 물어볼 것은 글 아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파킨슨병 약값은 얼마나 드나요?

파킨슨병으로 진료받는 분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 파킨슨병(상병코드 G20)으로 진료받은 분은 2020년 11만 1,311명에서 2024년 12만 7,646명이 됐습니다.

파킨슨병으로 진료받은 분이 4년 사이 1만 6천 명 넘게 늘었습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파킨슨병으로 진료받은 분이 4년 사이 1만 6천 명 넘게 늘었습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파킨슨병은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입니다. 희귀질환이 아니라 중증난치질환으로 분류되고, 등록하면 파킨슨병 진료비의 본인부담이 10%로 줄어듭니다. 요양원에 계시면서 신경과에 다니시거나 약을 타실 때도 해당됩니다.

구분내용
분류중증난치질환 (특정기호 V124)
본인부담요양급여비용의 10%
기간등록일부터 5년, 계속 치료 중이면 다시 등록
신청 시기확진일부터 30일 안에 신청하면 확진일로 거슬러 적용, 30일이 지나면 신청일부터 적용
근거「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 제5조·제7조·제8조, 별표 4의2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6-162호)

진단받은 지 오래됐는데 등록을 안 하셨다면 다니시는 병원 원무과에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그리고 파킨슨병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별표 1의 노인성 질병 목록에 들어 있어서, 65세가 안 되셨어도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등급과 요양원 입소 조건은 장기요양등급 안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Q. 요양원에 가시면 파킨슨병 약 시간을 맞춰 주시나요?

맞춰 드리는 것이 요양원이 할 일입니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43조 제6항은 요양원이 어르신의 투약 정보를 알고 약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정하고 있고, 요양보호사 표준교재는 파킨슨병 어르신이 약을 정확한 시간에 드시도록 하라고 가르칩니다. 다만 처방된 시각에서 몇 분 안에 드려야 한다는 숫자는 우리나라 규정에 없습니다. 영국은 30분 안이라는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입소 상담 때 약 시간표를 보여 드리고, 식사 시간과 겹치지 않는 시각의 약은 누가 챙기는지, 약 시간이 늦어지면 기록이 남는지를 물어보십시오.

Q. 약을 삼키기 어려워지시면 부숴서 드려도 되나요?

약마다 다릅니다. 레보도파 가운데 천천히 녹도록 만든 서방형 약은 부수거나 씹거나 캡슐을 열면 안 됩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약학 자료는 서방형 캡슐은 열지 말고 서방형 정제는 부수지 말라고 적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표준교재도 약을 삼키지 못하시면 요양보호사가 마음대로 갈거나 쪼개지 말고 약사나 의사에게 물어보고 그 말대로 하라고 가르칩니다. 삼킴이 나빠지셨다면 담당 의사에게 알리고 약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지 상의하십시오. 삼킴이 어려울 때 사레를 줄이는 방법은 물 한 모금에 기침을 하실 때에 적어 두었습니다.

Q. 어느 요양원에 전화하셔도 그대로 물어보실 것

  1. "파킨슨병 약을 식사 시간이 아닌 시각에도 드려야 하는데, 그건 누가 챙기시나요." 하루 네다섯 번 드시는 분은 약 시간이 식사 시간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약 시간이 늦어지거나 빠지면 기록이 남나요. 저희에게 알려 주시나요." 고시에는 투약 정보를 알고 점검하라는 말만 있고, 몇 분 안에 드리라는 기준은 없습니다.
  3.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대를 적어 주실 수 있나요." 진료 때 의사에게 보여 드릴 기록이 있으면 약 조정이 한결 정확해집니다.
  4. "약을 삼키기 어려워지시면 어떻게 하시나요." 서방형 약을 부수지 않고 약사나 의사에게 먼저 묻는지 확인하십시오.
  5. "병원에 입원했다가 돌아오시거나 약이 바뀐 날은 어떻게 확인하시나요." 약 시간이 가장 잘 흐트러지는 날입니다.

저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위 다섯 가지는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에 그대로 물어보셔도 됩니다. 약 시간표를 가져오시면 하루 일과 안에서 어느 시각이 식사와 겹치고 어느 시각이 따로 챙겨야 하는지 같이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식사 시간이 아닌 때 약을 챙기고, 약 기운이 떨어지는 시간에 곁에 있으려면 일손이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요양보호사 한 분이 맡는 어르신이 약 1.6명입니다. 계시는 어르신 수와 근무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법에서 정한 기준은 2.1명입니다. 파킨슨병처럼 의료 처치가 함께 필요한 어르신을 어디까지 모실 수 있는지는 전문요양실 서비스 범위에 적어 두었습니다. 파킨슨병 어르신이 넘어지시는 순간과 그걸 줄이는 방법은 떨림은 잡혔는데 자꾸 넘어지십니다에 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복도입니다. 벽을 따라 손잡이가 이어져 있습니다. 약 기운이 떨어져 걸음이 불안한 시간에 어디를 짚고 걸으시는지는 오셔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부추꽃더클래식 너싱홈의 복도입니다. 벽을 따라 손잡이가 이어져 있습니다. 약 기운이 떨어져 걸음이 불안한 시간에 어디를 짚고 걸으시는지는 오셔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실 수 있는 일 두 가지만 적겠습니다. 하나는 사흘만 약 드신 시각과 그 뒤 몸 상태를 적어 보시는 것입니다. 몇 시에 드셨는지, 몇 시쯤 몸이 굳거나 초조해하셨는지만 적으면 됩니다. 다른 하나는 드시는 약 가운데 서방형이 있는지 약국에 물어 두시는 것입니다. 돈 드는 일도 아니고, 적어 두신 건 요양원 상담 때 그대로 쓰실 수 있습니다.

1961년 라인츠의 환자들은 주사 한 대로 일어나 걸었지만 하루를 못 넘기고 다시 굳었습니다. 그때 의사들은 이 약이 몸 안에 있는 동안만 듣는다는 걸 알게 됐는데, 지금 드시는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시간을 보고 약을 챙겨 드려야 합니다.

약 시간을 놓친 날 아버님이 한참 굳어 계셨던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탓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루 다섯 번, 몇 년 동안 한 번도 늦지 않기는 누구에게도 어렵습니다. 그동안 혼자 약 시간을 챙겨 오셨다면, 이제는 요양원 식구들과 나눠서 챙기셔도 됩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43조 제6항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5-247호) / 「장기요양기관 평가방법 등에 관한 고시」 별표 1 노인요양시설 평가지표 30 투약 및 약품관리 /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별표 1 /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 제5조·제7조·별표 4의2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6-162호) /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2026년 개정판 83쪽·260~262쪽·383~384쪽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파킨슨병」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질병 소분류 통계 G20 / 헬스경향 「KMDS와 함께 하는 파킨슨병 바로 알기」 김률(2025.10.28) / NICE NG71 「Parkinson's disease in adults」 1.3.2~1.3.4 (2017) / NICE QS164 품질기준 4 (2018) / Parkinson's UK 「Every Minute Counts」 (2023) / Parkinson's UK 「Parkinson's medication and your diet」 / NHS Specialist Pharmacy Service 「Parkinson's disease medicines in swallowing difficulties」 / 미국 FDA Sinemet 설명서(DailyMed) / Ehringer H, Hornykiewicz O. Klin Wochenschr 1960;38:1236-9 / Birkmayer W, Hornykiewicz O. Wien Klin Wochenschr 1961;73:787-8 / Hornykiewicz O. "L-DOPA", J Parkinsons Dis 2017;7(s1):S3-S10 / Cotzias GC 외. N Engl J Med 1967;276:374-9 / Cotzias GC 외. N Engl J Med 1969;280:337-45 / Carlsson A 외. Nature 1957;180:1200 / 노벨상 2000년 생리의학상 발표문 / Ahlskog JE, Muenter MD. Mov Disord 2001;16:448-58 / Witjas T 외. Neurology 2002;59:408-13 / Stacy M 외. Mov Disord 2005;20:726-33 / Verschuur CVM 외. N Engl J Med 2019;380:315-24 (LEAP) / Frequin HL 외. Mov Disord 2024 (LEAP 5년 추적) / Cilia R 외. Brain 2014;137:2731-42 / Fahn S 외. N Engl J Med 2004;351:2498-508 (ELLDOPA) / Nutt JG 외. N Engl J Med 1984;310:483-8 / Gerlach OH 외. Parkinsonism Relat Disord 2013 / Skelly R 외. 2017 / Derry CP 외. Postgrad Med J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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